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H. 글렉 지음, 환경운동연합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물처럼 사람에게 유용한 것이 또 있을까. 우리의 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 특히 먹는 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누구라도 건강하고 좋은 물을 마시고자 한다. 수돗물에 대한 믿음이 많이 떨어져서 생수는 이제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생활에 젖은 건 우리들의 역사에서 그리 큰 비중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생수를 마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환경의 오염으로 수돗물도 믿지 못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생수는 날개 돋듯 팔려나간다. 일본에서는 얼마 전 방사능 오염으로, 우리나라는 구제역으로 생수가 더 불티나게 팔렸다. 게다가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탄산음료 등을 대신해서 차라리 물을 마시자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생수 업체들은 광고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세계적인 수자원 전문가인 저자가 말하는 생수에 대한 실체를 듣다 보면 그간 의문을 품은 내용이 다소 해결된다. 탄산음료, 주스 등을 마시지 않아서 결국 길에서 음료를 사 먹으면 대게 생수밖에 사 먹을 게 없다. 집에서는 차를 끓여 먹지만 예비용으로 생수를 사다 둔다. 그런데 이런 생수가 수돗물보다 나을 게 없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수돗물은 과거에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킨 전례가 많아서 정부 차원에서 까다롭게 관리한다. 기준도 있다. 물론 약품처리를 하지만 그릇에 담아 20~30분이 지나면 휘발성이라 냄새 등은 사라진다. 그러나 생수는 까다로운 절차도 없고 누가 미심의 눈초리로 지켜보지도 않는다. 소비자는 당연히 그 어떠한 물(수돗물이나 약수 등)보다 깨끗한 무균상태에다 미네랄 등의 좋은 성분까지 있는 순수한 물이라고 생각하며 마신다. 이런 믿음이 생수기업의 광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 산소물이란 건 애초에 다 상술이지 실제로 전혀 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등을 통해 광고의 과장, 허위사실을 더 철저하게 단속해야만 한다.

 

 무조건 수돗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생수에 대한 무한신뢰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생수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는지 정도는 관심을 가져야 하며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질 때 비로소 생수기업도 변화할 것이란 건 자명하다. 더는 상술에도 놀아나지 말아야겠다.

 

 처음 생수가 한참 나올 때 사람들의 반응이 기억난다. 물을 돈 주고 사 먹는 세상이 왔다고 다들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생수를 사 먹는다. 물론 수돗물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철저한 검사와 시설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경쟁에서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게 안타까운 점이다.

 

 이 밖에도 환경문제 또한 만만치 않은 골칫거리이다. 집에서 재활용품 나눌 때 생수를 비롯한 음료병의 플라스틱류를 볼 때면 이게 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 결국, 재활용되는 건 여기서 몇 %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는 땅에 묻히거나 소각되어 지구를 오염시킨다.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는 플라스틱이란 용기의 가벼움과 편리성을 버리지 못해 결국 피해 볼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지층에서 퍼내는 물로 지층의 지하수가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점인데 충북의 한 곳은 세게 3대 광천수였으나 더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뽑아서 팔아먹었으면 이렇게 될까. 이들 기업에게 왜 누구도 기업의 윤리의식을 따져 묻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수돗물은 꼭지만 돌리면 나오는데 우리는 다른 물을 끌어다 돈을 내고 사 먹고 있는 악순환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실행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휴대용 물통에 담아 들고 다닐 수 있게 적극 장려하고 이왕이면 물통을 씻기 편한 솔도 하나씩 주는 등의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꿰뚫어 본 전문가의 책이 이쯤이면 나올 만도 한데 안타깝다.

 

 모든 사람이 충분하고도 안전한 물을 먹을 날은 과연 언제나 올까. 그 어느 때보다 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직접 따져보고 먹어야 한다. 수돗물의 미래, 생수기업의 윤리의식과 환경 그리고 또 하나 빗물의 활용도 언급하고 싶다. 얼마 전에 읽은『빗물과 당신, 알마』에서 빗물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보고 의식전환이 있었다. 이번에는 생수였다. 가끔 사 먹던 외국상표의 물이 있었는데 이젠 차마 그러지 못할 거 같다.

 

 생수를 안 사 먹을 수는 없겠지만 무분별하게 생수만을 믿고 먹는 건 고쳐야겠다. 생수에 대한 더 까다로운 검사와 방침을 요구하고 생수기업에 윤리의식을 내세우면 생수업체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줄어드는 만큼 수돗물과 빗물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어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시는 물, 당신은 얼마나 알고 계시는가?

이 책은 당신의 상식을 교정해줄 것이다.

 

- 우석훈(생태경제학자)

* 아, 그나저나 네슬레는 예전에 공정무역을 반기지 않다가 뒤늦게 그쪽으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찍었었는데 이번에 생수산업에서도 영... 안티 네슬레는 아니지만, 자꾸 걸리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