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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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탄이라는 나라를 들어본 기억이 있던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이름만 아는 나라였다. 그러나 국민 행복지수가 1위라는 사실만으로도 궁금한 나라가 부탄이었다. 히말라야 동쪽 끝 중국,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왕국으로 티베트와 함께 가 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신비에 쌓인 알려지지 않은 나라가『부탄과 결혼하다』를 읽으며 내면 어디선가 그리던 곳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은 나라는 매년 2만여 명 정도만 외부인 방문을 허용한다. 청정 자연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게다가 가이드를 동행해야 한단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일상 깊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기에 이 같은 조치는 당연하게 느끼는 사람들. 그들이 사는 나라 또한 편리한 문명이 조금은 스며들었다 한다. 그렇다해도 그들은 신기한 문명 앞에서도 재미있고 호기심을 느끼지만 그저 보기만 할 뿐 구태여 사거나 이용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더 편리하고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지금의 세태와는 동떨어진 이곳 사람들의 방식이 새롭게 다가온다. 

 마음으로는 조금 불편해도 아날로그적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원해도 실제로는 어려운 부분이다. 가끔 불필요한 것들에게서 벗어나고자 이따금 정리를 한다. 버리지 않고 필요한 누군가에게로 가도록 분리수거를 하는 셈이다.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이야말로 부탄인들이 사는 방법이었다. 자연과 닮은 사람들 그리고 물질적 욕망에 물들지 않는 강한 내면을 가진 이들은 정겹고 순수했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람들보다 행복하다. 

 저자 린다 리밍은 39살에 부탄을 처음 방문하고 그곳이 좋아 정착하게 된다. 거기서 남편 남게이를 만나고 좌충우돌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면서 적응한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저자의 일상은 사실 불편하고 느리고 관점의 차이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을 보게 되며 기꺼이 감수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침묵에 대해 사람들에게 물으면 어떤 의견을 낼까. 대부분 침묵이 흐르면 불편해한다. 그래서 애써 침묵을 깨 가며 이런 저런 대화를 시도한다. 아무런 말없이도 함께 할 수 있으며 그 시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때는 잘 아는 이들 사이이거나 할 때를 제외하면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게 있다. 우린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와 함께일 때 아무런 말없이도 행복을 느낀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베푸는 작은 친절에도 때로는 고맙다는 말보다 웃음과 묵례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억지로 말을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 부탄인은 이미 침묵 혹은 고요에 익숙한 이들이었다. 우리 사회가 잠시만이라도 고요한 행복에 빠져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서양 사람들이 기적을 느끼는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다 정말 기적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알아볼 수나 있을까? 너무 바쁜 나머지 알아차리지도 못할 것이다. 그들은 부와 능력처럼 멋진 것들을 얻었다. 하지만 육감이나 통찰력, 그리고 지각력에 해당하는 놀라운 능력들은 대부분 잃어버렸다. 하루하루 분초를 다투며 살아갈수록 그런 인식을 위한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104쪽에서 부분 발췌.
  읽기 전부터 마음이 편해질 거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부탄을 알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고 그들의 삶의 조각에서 잠시나마 기분 좋은 만족을 느꼈다. 나는 부탄에 살지는 않지만 내가 사는 바로 이곳에서 그들처럼 만족하고 느리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가고 마주할 것이다. 때로 바쁘게 살더라도 꼭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 그 자체에서 행복을 발견하기 때문에 사랑한다.

 

 -파스칼. (띠지 뒷편에 적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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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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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정겹다. 『뒷산이 하하하』라니. 유명하거나 이름이 있는 산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뒷동산 같은 개념의 뒷산 혹은 무심히 창밖 풍경을 차지하는 동네 산을 우리는 이렇게 일컫는다. 학창시절 이런 뒷산이 있었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얼마나 좋았던가를 깨닫는다. 물론 건강에도 좋겠지만, 그보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해졌으니 산에 빚을 많이 진 거 같다.  

 산은 크건 작건 크기에 상관없이 깊다. 특히나 사람보다 큰 마음결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산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가보다. 이런 뒷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둔 저자의 이력은 재미있다. 건축가지만 식물성의 사유를 가진 사람이라는 저자의 소갯글만 보더라도 흥미롭다. 하다못해 3장으로 나뉜 소제목도 서로 끝말잇기를 하듯 나열된다. 뒷산은 맛있어 -> 맛있으면 약수터 -> 약수터는 짜릿해.  

 첫 장에서는 뒷산과 동네가 만나는 정경을 보여주고 다음은 약수터와 주변의 이야기, 마지막은 뒷산과 말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읽다 보니 건축가라지만 생각이 많은 작가를 만나는 기분이다. 안토니 가우디의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저자가 건축가라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자연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차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 부분에서도 그는 할 말이 많았다.

 산에 사람의 관점에서 달아준 새집이 왜 쓸모없는 짓인지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새집을 만들어준다는 취지는 좋으나 사람의 손에 닿는 위치 등에 달아두니 안정해야 할 집의 역할 면에서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새에게 실제로 쓸모가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다람쥐가 먹는 도토리에 대한 부분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들은 기념으로 도토리를 주워가거나 묵을 쑤려고 가져간다. 저자는 도토리묵 뿐 아니라 밤 등을 가져가는 행동을 약탈에 가깝다고 했다.

 도토리는 사실 밤을 더 좋아하지만 남아나는 게 별로 없으니 도토리를 먹을 뿐이고 그마저 싹 쓸어가면 긴긴 겨울을 어찌 보내느냐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먹을게 귀했음에도 조금씩 남겨두는 미덕을 보였다. 그에 비하니 먹을게 넘치는 지금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들이 모두 생존에 필요한 것도 아닌데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이 밖에도 뒷산에서 듣던 새소리며, 약수터 길, 상쾌한 공기, 나무 등 뒷산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아울러 무엇하나 소중하고 정겹지 않은 게 없는 우리네 뒷산이다. 흙을 밟아본 지 오래고 뒷산이라 부를만한 산도 없어진 거 같아 어쩐지 서운해지지만 어딜 가나 마주하는 산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산이 무너질 리 없다고 하지만 이번 폭우에 산사태가 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산을 소홀히 대했기 때문이다. 저자 마음의 반만 닮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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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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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도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면서 땅이 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위에서 보면 원형으로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홀이라는 표현이 붙었습니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거나 지하수를 지나치게 빼 쓰는 경우에도 생기고, 지반이 구조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려앉는 경우도 있습니다."

 

 

- 196쪽.D +1 에서.
 블랙홀이 언뜻 떠오르는 제목인 싱크홀은 위에 인용한 글처럼 땅이 꺼져 들어간 원형의 구멍을 뜻한다. 현대사회는 점점 초고층 빌딩을 경쟁적으로 짓는다. 오래전 63시티(빌딩)이 생겼을 때의 놀라움도 잠시. 지금은 아파트가 더 높게도 올라가며 세계 각국은 자국에 더 높은 빌딩을 쌓느라 많은 것을 희생한다. 자연을 훼손하니 환경도 파괴되고 각종 인명사고도 예외 없이 일어난다. 그중 소설에서 말하는 싱크홀은 구조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려앉은 예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 내면의 욕망이 그만큼 컸다는 간접증거겠다. 

 이런 시기에 나온 소설『싱크홀』은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소설이라는 특별한 점 이외에도 우리가 사는 지금을 말하는듯해서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소설의 배경, 뉴스, 음악, 지명 등 모두가 현실과 같아서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싱크홀이 일어날 것만 같다. 실제로 작년에 과테말라에서는 작은 규모이지만 싱크홀이 있었다.  

 시저타운이라는 지상 123층, 지하 7층의 압도적인 건물이 완성되고 이를 축하하는 기념일에 건물은 사라진다. 깊이를 알수없는 어둠에 갇힌 생존자를 구출하고자 정부와 시저타운 관계자, 민간인들이 나선다. 그러나 우왕자왕하는 정부와 달리 혁이라는 산악인은 딸과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동호가 함께한다. 동호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이 건물에 있었다. 그리고 혁과 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소희까지 합세한다.  

 재난영화나 소설을 보면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날 수 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혹은 인간 본연의 모습인 추악함을 비롯하여 혼란한 틈을 타 갖가지 범죄도 일어난다. 누군가 생사의 기로에서 허덕일 때 또 다른 이는 금품을 털거나 살인, 강간 등을 일으킨다. 특히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에서 여지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다. 저자 이재익의 책은 처음이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였다. 현재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트쇼>>의 담당PD이며 인터넷 서점서 연재 중인 소설도 곧 책으로 나온다고 한다. 

 싱크홀이란 소재를 통해 현 사회를 꼬집는 점이 신선했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력을 가진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반짝임이 흥미롭다는 사실과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읽는 동안 즐거웠다. 그러나 여러 등장 인물을 통해 혼동의 세계를 보여주지만 아무래도 한 권의 책에 담아내다 보니 역부족이었다. 권 수가 늘더라도 더 많이 묘사하고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책의 중간까지 인물의 관계도 등을 자세하게 알려준 것은 좋았는데 이후 진행사항이 빠른건 좋지만 더 길어졌으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이다.

  "매 순간 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딸아이가 아빠를 부르고 있습니다. 천 미터 땅 밑에서요. 이대로 아이를 잃는다면 저는 평생 제 자신도, 이 나라도 용서하지 못합니다. 저는 내려가야 합니다. 꼭 내려가야 합니다."

 

- 240쪽.D +3 에서.
 그럼에도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해운대>라는 영화가 관객에게 많은 호응을 받은 바 있으니 싱크홀 또한 잘만 만든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도시를 삼킨 거대한 구멍 싱크홀보다 어쩌면 인간의 탐욕이 더 거대하지 않을까. 어디까지 가야 만족할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측정 또한 불가능하니 말이다. 요즘 일어나는 자연재해도 가만 보면 결국 인간의 잘못으로 되돌아오는 게 많다. 무분별한 계획으로 길을 닦고 넓어져도 언젠가는 이를 다시 회복시키고자 몇 곱절의 노력이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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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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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 문화공간을 즐기는 편이지만 백화점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윈도 쇼핑은커녕 쇼핑 자체를 즐기지 않아 갈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있었으니 가구 층이었다. 이 점은 저자와 마찬가지라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지만, 저자처럼 전 층을 두루 보지 않아서 다른 층은 그야말로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로 가는 장소는 백화점 건물의 영화관이다. 아니 이었다. 이젠 과거형이 된듯하다.   

 그러니 누군가 백화점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면 틀림없이 지각하고야 만다. 약속보다 일찍 나서지만, 백화점이란 공간에서 딱히 구경하며 걸어 다니는 게 어색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일 층부터 들어서면 화장품이 즐비한데 난 화장품에 관심도 없고 사용하는 것도 정해져 있다. 그러니 선물을 하더라도 특정 브랜드만 보고는 끝나버리기에 영 재미가 없다.  

 그럼에도 백화점은 진화해간다. 그래서 옥상정원이며 여러 장소가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백화점에 대한 기억이 전무후무하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하나씩 나타났다. 결혼 전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서 각종 스피커 구경을 하던 기억, 옥상정원, 작은 꽃집과 구석을 차지한 카페 등이 어딘가에서 나타났다.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욕망은 주로 서점에서나 느끼는 거로 생각했는데 당시의 나는 스피커를 갖고 싶었다.  

 그리고 앞에서도 잠시 말한 가구. 가구를 보면 어쩐지 정겹다. 물론 디자인과 재질이 중요하지만 나와 혹은 우리 집과 어울리지 않는 가구라 해도 내 흥미를 끄는 일이 많다. 그래서일까. 백화점을 취재하고 또한 백화점을 즐기는 저자의 섬세한 글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에세이라 더욱 저자만의 개인적인 면모가 엿보인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을 이야기하니 그럴 수밖에!


 "사람들은 대상 자체보다 그것을 얻어가는 과정을 좋아한다"

 

-파스칼- (201쪽.)
 백화점을 즐기지 않는 내게도 이 책이 즐거웠던 건 원하는 것을 향해 집중하고 지켜보며 어느 날은 사서 돌아오는 그 행복의 순간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누구에게는 향수, 가방, 가구, 머그잔이거나 백화점이 아닌 곳의 책, 다이어리, 엽서이더라도 그로 인해 얻은 행복이란 짜릿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집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허기짐을 느끼거나 끝낼 수 없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말하는 수집에 대한 부분이 그래서 더욱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나는 엽서와 책을 모아본 적이 있다. 그러나 엽서는 결국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선물하면서 모았을 때보다 더 큰 행복을 느꼈다. 책도 마찬가지로 처지 곤란의 상황을 경험하고는 적당히 모이면 바로 필요한 이에게 보낸다.

 수집품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쓸모'가 아니라 '의미'에 있다. 그 쓸모없음을 의미있게 만든느 것, 거기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수집가의 눈과 발견이다.

 수집품에 담겨 있는 것은 뜨거운 마음의 힘이다. 그러나 잊지말아야 할 게 하나 있다. 수집은 결코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행위라는 것. 수집의 행위에 반성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습벽과 사욕 때문이라는 것을.

 

-253쪽, 8F 수집, 그 쓸모없음의 의미 중.
 저자의 여러 성향을 두루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다독하는 작가, 인간적인 모습 등 그리고 백화점에서 그가 느끼는 것과 발견하는 것들까지 마치 종합선물을 받은듯하다. 백화점의 이모저모를 이렇듯 자세하게 들려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까지 녹아있으니 한 편의 멋진 에세이로 탄생했다. 쇼핑의 기쁨과 고통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면 쇼핑의 가치에 대해서만큼은 저자처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집에 굴러다니는 백화점 무료 주차권은 이제 며칠이면 쓸모없어진다. 그럼에도 갈 일은 없다는 게 나 같은 독자의 반응이지만 나중에 걸어서 가봐야겠다. 집 근처에 있는데도 너무 멸시한 것 같다. 나만의 공간을 하나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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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앳홈 - 홍대, 가로수길 카페 집에서 만나다
이지애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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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처럼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즐길 수 있는 메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를 저버리지 않은 책이다. 우선 저자의 열정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친절하고 깔끔한 설명이었다. 그림의 떡으로 끝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다. 이 부분은 요리책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잡지나 카페 주문서를 보는 게 아니라 나만의 요리책을 보며 레시피(비법)를 탐구하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각종 음료가 정말이지 많아서 무엇부터 해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이다. 특히 이 책을 통해 각종 주스, 에이드, 스무디의 재발견이 있었다. 집에 바나나, 파인애플, 우유, 얼음만 있다면 바로 즉석에서 간단한 바나나 파인애플 스무디를 즐길 수 있다. 어떤 음료는 정말로 간단했고 또 어떤 음료는 한 두 가지 재료만 사면 바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니 이만하면 아주 쓸만한 레시피이다. 

  그리고 음료뿐 아니라 브런치 메뉴까지 함께여서 응용하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에이드 쪽이 가장 좋았다. 더운 계절이라 그럴 것이다. 커피와 차를 좋아하지만 일단 올여름은 에이드를 즐겨야겠다. 막걸리에이드도 먹어봐야지~ 대추차도 만들어야지~ 나름의 메뉴를 정하느라 재미있게 읽었다. 예전에 생강차를 기껏 만들어두었다가 냉장고 안쪽에 넣어두고 오래되어 못 먹고 버린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먹을 만큼만 만들어서 잘 보이는 앞쪽에 두고 꼭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가까운 이웃들과 나눠 먹고도 싶다.

  책의 앞부분에 간단한 커피도구 소개, 차종류, 칵테일 베이스 등도 소개하는데 쿠엘보 데킬라를 오랜만에 보니 오래전 여름날이 떠오른다. 그때는 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쿠엘보 데킬라를 레몬이나 맥주와 함께하는 순간이 좋았다. 이 책을 통해 커피와도 궁합이 좋다는 사실을 알았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즐기지 않지만 커피와도 응용해보고 싶다.  

 정말 간단하고 쉬운 책이었다. 그래서 초보나 나처럼 생각은 있지만 자주 만들어 먹지 않는 독자에게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커피나 차, 각종 음료 등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더 전문적인 책이 좋을 것이다. 요리책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나름의 상상과 더불어 시각은 물론 미각까지 행복해진다.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떨어질 때가지는 스무디를 응용해야겠다. 여름이지만 물론 밤에는 따뜻한 차 한 잔이 더욱 간절하다. 목록에서 그때마다 마음에 드는 메뉴를 정해 만들면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즐거움을 선물받은 느낌이 들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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