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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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정겹다. 『뒷산이 하하하』라니. 유명하거나 이름이 있는 산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뒷동산 같은 개념의 뒷산 혹은 무심히 창밖 풍경을 차지하는 동네 산을 우리는 이렇게 일컫는다. 학창시절 이런 뒷산이 있었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얼마나 좋았던가를 깨닫는다. 물론 건강에도 좋겠지만, 그보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해졌으니 산에 빚을 많이 진 거 같다.  

 산은 크건 작건 크기에 상관없이 깊다. 특히나 사람보다 큰 마음결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산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가보다. 이런 뒷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둔 저자의 이력은 재미있다. 건축가지만 식물성의 사유를 가진 사람이라는 저자의 소갯글만 보더라도 흥미롭다. 하다못해 3장으로 나뉜 소제목도 서로 끝말잇기를 하듯 나열된다. 뒷산은 맛있어 -> 맛있으면 약수터 -> 약수터는 짜릿해.  

 첫 장에서는 뒷산과 동네가 만나는 정경을 보여주고 다음은 약수터와 주변의 이야기, 마지막은 뒷산과 말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읽다 보니 건축가라지만 생각이 많은 작가를 만나는 기분이다. 안토니 가우디의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저자가 건축가라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자연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차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 부분에서도 그는 할 말이 많았다.

 산에 사람의 관점에서 달아준 새집이 왜 쓸모없는 짓인지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새집을 만들어준다는 취지는 좋으나 사람의 손에 닿는 위치 등에 달아두니 안정해야 할 집의 역할 면에서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새에게 실제로 쓸모가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다람쥐가 먹는 도토리에 대한 부분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들은 기념으로 도토리를 주워가거나 묵을 쑤려고 가져간다. 저자는 도토리묵 뿐 아니라 밤 등을 가져가는 행동을 약탈에 가깝다고 했다.

 도토리는 사실 밤을 더 좋아하지만 남아나는 게 별로 없으니 도토리를 먹을 뿐이고 그마저 싹 쓸어가면 긴긴 겨울을 어찌 보내느냐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먹을게 귀했음에도 조금씩 남겨두는 미덕을 보였다. 그에 비하니 먹을게 넘치는 지금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들이 모두 생존에 필요한 것도 아닌데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이 밖에도 뒷산에서 듣던 새소리며, 약수터 길, 상쾌한 공기, 나무 등 뒷산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아울러 무엇하나 소중하고 정겹지 않은 게 없는 우리네 뒷산이다. 흙을 밟아본 지 오래고 뒷산이라 부를만한 산도 없어진 거 같아 어쩐지 서운해지지만 어딜 가나 마주하는 산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산이 무너질 리 없다고 하지만 이번 폭우에 산사태가 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산을 소홀히 대했기 때문이다. 저자 마음의 반만 닮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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