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사계절 1318 문고 38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펼치기전 책 표지에 있는 명암사진 크기만한 판화같은 흑백 그림은 그저 한 어머니가 아들인듯한 남자를 가슴에 꼭 안고 있는 평범한 표지그림일뿐이었다.

책을 다 읽은후 책장을 덮고 처음으로 돌아가 그 그림을 보았을때 그 그림은 죽은 아들을 죽음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산 사람으로 여기고 사는 비통한 한 어머니의 절규가 숨어있었고 그러한 어머니의 품에  아니 가슴에  산 자식으로 품고 싶은 아들은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살의 나이로 이유도 모른체 누군가의 총부리에 겨냥되어 죽어야 했던 1980년  '5월 광주' 에서의 유난히  웃음이 많았던  한 청년의 모습이 박혀 있었다.

이첵과 느낌이 비슷한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한 송재찬님의 '노래하며 우는 새' 가 그시대의 참혹했던 또한 그 사건 이후의 제주도민의 삶을 한 아이의 눈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시대에 그곳을 경험했던 작가가 죽은 영균에게 말을 걸듯이  직접적인 필체로 써내려 가고 있다. 

월산댁의 아들 영균은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부양해야 하는 홀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그리고 야간대학 입학금을 갚기위해 일터인 철물점으로 향했다. 난리통이라 세상은 ... 영균이 살던 광주는 떠들썩 하기만 했지만, 영균에게 그 일들은 무관한일 아니... 무관하고 싶은 일들이었다.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민주화 항쟁을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는 시민들과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 끼더들기에는 당장 그의 코앞에 닥친 집안의 생계를 위해 애써 외면하며 일터로 ...자신과 가족의 밥줄이 달린  일터로 가야만 했던것이다. 그것뿐이었다.  군사정권이 말하듯이 그는 불순한 말을 한적도 없거니와 불순한 행동을 할 시간은 더욱이 없었던 그저 평범한 너무도 평범해서 그저 그 거리를 지나가... 자신의 일터로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 ... 누군가 난리통이라고 바깥 출입을 삼가라고 말해도 생계를 위해 일터를 찾을수 밖에 없는 어려운 집안 살림을 떠 맡은 가난한 고학생이었을 뿐이다.

그가 그렇게 집을 나가고 한번도 외박이라고는 모르던 그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자 어머니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설마 하면서도 세상이 너무 어지럽고 또한 그곳은 난리통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온 아들을 부여잡고 함께 묻어 달라고 오열하는 어머니, 그리고 아들을 묻고 나서도 살아 있다 믿고 죽은아들을 아니 꼭 살아있어야만 하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로 일터로 찾아 다니는 어머니... 그 어머니의 행적과 또한 죽기전의 영균의 행적을 따라 다니는것은 가슴에 먹먹한 아픔을 그대로 전해준다.

세상에... 어찌 자식을 앞세우고 온전할 어머니가 있겠는가... 그것도 사진속에서 아직도 웃고만 있는 아들을 , 그 다정하고 성실했던 아들을 ... 어느 총부리에서 나간 총알로 죽었는지도 속시원히 밝혀내지 못하고 그저 높은곳 지시로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해 하며 장래또한 허급지급 빨리 서두러게 하고선.

어머니는 이러한 모든 일들이 그저 꿈인것만 같다. 그래서 어머니의 삶 또한 예전의 삶이 될수 없다. 아들의 관을 파헤치며 빨리 일어나 나오라며 외치는 어머니는 그대로 죽은아들에게로 ...그의 삶 또한 함께 묻어 버린것이다.

영균뿐만 아니라 5월 광주에선 얼마나 많은 죄없는 사람들이 죽었던가. 택시에서 내리던 사람도, 길가던 임산부도, 동네 어귀에서 뛰어놀던 아이들도, 영균처럼 아무생각 없이 일상을 오가던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작 자신들은 그 이유도 모른채 죽어갔을 것이다. 

 작가의 바램처럼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또한 어른들이 여기에 나오는 '5월의 광주'가   역사의 한켠으로... 잊혀져 가는 퇴색되어버린 나와는 아무상관 없는 흘러간 역사가 아닌  내가 똑똑히  알아두어야 할  한시대의 비극적 사건이었음을 똑똑히 새겨두기를 바랄밖에....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로써 ...또한  힘없고 평범한 한명의 시민으로써...   가슴이 먹먹하고...쓰라릴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