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조시대 검서관으로 등용된 서얼 출신 백탑파 인재들...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서이수...  그후 5년이 지났지만,  조정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채 가슴에 품은 꿈을 펴 볼길이 없는데, 그런던 중 이덕무에게 적성 현감 임명이 내려지고  백탑파 서생 전체는 새로운 희망을 품을수 있게 된다.

그일과 함께 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김진은 거짓열녀를 적발하라는 어명을 받들어 적성 임참판 며느리의 열녀 천거를 조사하기위해 적성행을 결정한다.

방각본 살인사건 이후 왕의 종친이자 의금부 도사인 이명방은 서얼출신인 김진의 세심한 관찰력과 뛰어난 판단력에 의지하여  이번일  또한 그의 도움으로 풀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항상 한발작 앞서 있는 김진의 탁월함에 적잖은 시샘을 느끼기도 한다.

명탐정의 면모를 갖추었고, 꽃을 좋아하면서도 의학이나 시문 뿐만 아니라 의술에도 능한 모든 방면에 두루치기인 김진은 이명방과는 달리   임참판댁 며느리 김아영의 죽음을 단순 자살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김진의 기억속에 있던 김아영( 김진과 김아영은 서책을 인연으로 만난적이 있음) 은 활기로 가득차고 단정하고 말을 아꼈으나 크고 반짝이는 눈망울이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여인 이었기에 - ' 세상에 관심 많은 사람치고 스스로 목숨 끊은 이를 보지 못했네' 라는 말로 김진은 김아영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타살에 확신을 둔다.  

본격적으로 주변인물들의 조사를 시작하면서 이들의 조사는 활기를 띠는듯 하는데, 임참판을 둘러싼 여러 고관들은 어서 수사를 종결지어 임문종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열녀로 정려할것에  대한 강한 압력을 행사한다.

죽은 김아영은 말이 없지만, 수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의문은 더해만가고  그의 빛나는 삶의 자취는 이명방과 김진에게 새로운 감동으로 와닿는다.    백탑파 서생들이 이론으로만 생각해왔던 북학론 즉 실용적 삶을 여자의 몸으로 억척스럽고  지혜롭게  일구고 발전시켜 왔던것이다.

 열녀 적성김씨전을 지은 적성의 훈장 임참봉과 임참판댁 가솔들, 향천과 질청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김아영을 열녀로 믿어의심치 않는 말들을 열거하지만, 열녀 김씨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볼때 이들 모두는 뱀의 꼬리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라는 점을 김진이 밝혀내기에 이르른다. 

김진의 담뱃대에서 피어오른는 연기처럼 사건의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이명방과는 달리 김진은 생전 김아영의 몸종인 향이를 사건현장에서  끌어냄으로써 범인들을 긴장시키고 끝내는 그들의 입과 입을 통해 김아영을 죽음으로 몰고간 범인들을 속출해 낸다.

사건은 이것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김진에겐 석연잖은 의문이 머리를 어지럽히는데...

대국의 서책을 구하기 위해 유리창을 향한 이명방과 김진 앞에 나타난  계목향과... 또 한사람... 김진을 괴롭혔던 의문이 밝혀지는 순간 이덕무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의금부 도사 이명방을 놀라게 한 사건의 반전을 기대해 보길.

역사추리 소설인 만큼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면모를 살피는 것 만도 숨이 찰 노릇이다.  그들의 뛰어난 학식과  소설속에 나오는 또 다른 소설들을 보며 역사의 한켠을 몰래 엿보고 돌아온 듯한 느낌도 들고 백탑파 서생들의 끝없는 쟁론과 담화속에 미약하게 나마 역사를 바꿔보기를 원했던 서얼들의 아픔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김진과 이명방의 콤비 수사가 여느 외국의 추리소설과 견주어 봐도 그 재미를 보장할수 있을 만 하거니와 우리들의 정서에 맞는 사건들과 역사적 인물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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