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구판절판


내가 어린 신으로서 아직 세계의 초안을 짜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해에 나는 제 4단계 반에 진급해서 동물 세계 관리법을 배우고 있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우리가 각 단계에서 무엇을 배우는지에 관해 간단히 일러 두고자 한다. 제1단계 반에서는 찰흙으로 별똥별이나 위성 따위를 빚으면서 광물의 세계를 공부한다. 제2단계 반에서는 식물 세계 관리법을 배운다. 제3단계 반에서는 동물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생략) 제4단계 반에 올라가면 비로소 개미나 쥐(관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나 인간처럼 사회의식을 가진 동물등의 관리 방법을 배우게 된다. -286쪽

독립된 개인들을 관리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한 인간을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지켜보면서 필요한 경우에 적절하게 개입을 하면된다. 인간들이란, 특히 지구의 인간들이란 꽤나 안쓰러운 존재들이다. 그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들은 항상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있으며 아무것이나 믿고 의지하려고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소원을 들어 달라고 애원하기가 일쑤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으 돕는다. 로또에 당첨되게 해주기도 하고 위대한 사랑을 만나게 하기도 한다.-287쪽

우리 어린 신들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때때로 경쟁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제휴한다. 이러한 제휴는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는 과학 기술과 갖가지 정보를 서로 교환함으로써 저마다 자기 문명을 굳건하게 만들어 간다.
내가 아스텍의 신 케찰코아틀과 맺고 있던 관계가 바로 그런것이었다. 우리는 아주 사이가 좋았다. 그는 흑요석 가공법을 비롯한 많은 기술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경쟁자를 협력자로 만드는 게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그들의 민족을 감시하여 군대의 움직임을 알아내거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발명과 독창적인 제도를 모방하곤 했다. 시험에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은 아무래도 상관없다.-292쪽

그런데 어느 날 비슈누가 내 등을 치면서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내가 들어본 그 어떤 험담보다 고약한 말이었다.
" 우리가 하는 일은 참 재밌어. 하지만 너 혹시 이런 생각 해본적 없니? 어딘가에서 우리보다 높은 차원의 신들이 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게 아닐까? 마치 우리가 인간을 가지고 장난을 치듯이말이야."
까닭은 확실치 않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완전히 혼란에 빠져 버렸다. 내가 어떤 우월한 존재들의 장난감이라니! 그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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