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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는 짝짝이 ㅣ 웅진 세계그림책 11
히도반헤네흐텐 지음,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1999년 10월
평점 :
그림책 표지를 넘겨면 두페이지를 가득 채운 당근 그림을 볼수있다. 짧은 당근, 긴당근, 구부러진 당근, 쭉뻗은 당근, 아래가 갈라진 당근까지... 저마다 다른 개성을 뽐내고 있다.
또 다음장을 넘기면 수십마리(?)의 토끼들이 있는데, 역시 당근 만큼이나 제각기 다양한 모습들이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토끼들이 있지만, 리키처럼 귀가 짝짝이인 토끼는 하나도 없는듯하다.
이 책을 집으로 들고 와, 마침 놀러온 조카들과 우리집 아이들을 모두 앉혀 놓고 책을 읽어 주었다. 물론 책을 읽은 소감을 한마디씩만 말 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며...
일단 4살 막내딸은 상황판단이 안되는지 " 얘, 귀가 왜 그래?" , 7살 조카는 제법 심각한 얼굴로 " 친구를 놀리면 안 되요." ,6살 아들녀석은 " 귀에 당근을 묶으니깐 너무 웃겨" 하며 꺌꺌댄다. 그래도 이 책을 여러번 읽어 봤다는 3학년 큰 조카아이 말이 가장 그럴듯 하긴 했는데, " 자기 자신의 생각이 제일 중요한것 같아요... 리키의 귀가 축 늘어져 있지만,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면 (짝짝이 귀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안 할수도 있잖아요"
처음엔 이 대답을 듣고 '너무 교과서 적인 대답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토끼들이 모두들 놀리는 상황에서 어린 리키가 어떻게 그걸 감당할 수 있었겠니?" 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한마디씩 하고는 다 함께 쪼르르 장난감 방으로 뛰어들어가는 아이들을 붙잡아 두지 못하고 할 수없이 혼자서 책을 뒤적여 보았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앞에 말했듯이 한쪽 귀는 축 늘어지고 한쪽귀는 쫑긋 솟아있는 리키의 귀는 짝짝이다. 친구들의 놀림을 감당할수 없는 어린 리키는 친구들과 같은 정상적(?) 인 귀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본다.
나무에 거꾸러 매달려 있기, 큰 모자(주전자 덮개)로 가리기, 당근 끼우기, 나뭇가지에 귀를 대고 끈으로 묶기... 그러나 왠일인지 리키가 짝짝이 귀를 감추고 위장(?) 할수록 친구들의 비웃음은 점점더 커지기만 하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의사선생님의 말씀( "...원래 귀들은 모두 다르단다.")에 용기를 얻고 엄마, 아빠, 할아버지,할머니, 의 귀모양을 생각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씩씩한 모습으로, 자신을 놀리던 친구들에게 나서서 ,오히려 한쪽 귀에 당근을 매달아 자기와 같은 처지가 되어보게 함으로써 그동안의 갈등을 재치있게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줄거리를 정리해 놓고 보니 처음 생각과는 달리 큰 조카애의 대답이 곧 이책의 해답인것 같기도하다. 비록 귀는 짝짝이지만, 빛나는 재치로 , 반짝이는 마음을 가지게 된 리키가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가질때 여태껏 놀리던 토끼들도 친구가 되지 않았는가.
리키의 이러한 모습에서 장애우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쪽 귀가 처져 쇠외감을 느꼈던 리키처럼 보통의(?)의 사람들과 다른 모습을 감추려고만 하지말고, 자꾸만 움츠러 드는 마음를 활짝 펴서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 손 잡아 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한발 나서는 당당함에 오히려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도울수 있는 방법을 몰라 망설이고 있던 사람들에게 ...손 내밀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 또한 리키와 그의 친구들처럼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는것이야말로 곧 다양성을 인정하고 친구가되어 함께 나아갈수 있는 첫걸음이될 것이다.
모두가 열린 시각으로 , 리키처럼...'귀는 짝짝이, 마음은 반짝 반짝 반짝이'가 되어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