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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ㅣ 천국의 아이들 2
마지드 마지디 지음 / 효리원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만들지면 , 책의 여운이 남아 잔뜩 기대를 하고 관람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대는 깨지고 ' 역시 책의 섬세한(?) 부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어' 라는 실망을 안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천국의 아이들>은 앞의 경우와 반대로 영화감독(마지드 마지디)이 쓴 시나리오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후 작가에 의해 동화로 출판되긴 했지만, 이 또한 영화의 감동을 책에 제대로 표현했을까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인가 우리나라 안방극장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던 모드라마 한편이 소설책으로 출판되었다는 소식에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 큰 기대를 하고 읽었다가 역시 실망스런 허탈감만 맛보았던터라 이책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은 영화를 본적도 없으면서...
이러한 생각은 책의 초반부에서 부터 깨지고 말았다.
어린시절 궁핍했으나 행복했던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소재로 순수한 영혼을 지닌 두 남매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쓴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서도 소도시나 농촌보다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처럼 이란 또한 비슷한 사정인가보다.
가난한 살림에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했는지 늘 허리가 아픈 엄마, 박봉으로 다섯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기가 버거운 아버지, 넉넉치 못한 집안 살림탓에 분유가 모자라 늘 '앙앙' 울어대는 아기,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부모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두남매 알리 와 자라, 이렇게 다섯식구는 밀린 집세때문에 늘 주인에게 시달리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단칸방에 모두 모이면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주는 소중한 가족이다.
알리가 동생의 하나뿐인 신발(분홍구두)을 수선해서 돌아오다가 잃어버린후 두사람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한켤레의 운동화로 등교를 하게된다. 알리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잃어버린 구두때문에) 발에 맞지도 않는 큰운동화를 신고 오전반 수업을 마친후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는 동생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고, 자라또한 너덜 너덜해진 운동화를 받아신고 오후반 수업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오빠의 뒷모습이 늘 안스러운 모양이다.
책의 중간 중간 실려있는 영화장면속 알리와 자라의 모습은 책에 표현된것처럼 천사 그 자체의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은 크고 깊은눈엔 그들에게 주어진 버거운 현실에 대한 원망보다는 애잔한 슬픔이 서려있는듯하다.
자신의 잃어버린 구두를 신고 나타난 로야라는 소녀의 뒤를 쫓아간 알리와 자라의 눈이 아마도 그 대표적인예가 될것이다. 봉사인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서는 로야의 모습을 보고 차마 구두를 돌려 받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 쟤한테도 잘 어울린다. 그냥갈까" 라고 하는 오빠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자라의 모습은 보는 사람이 더 슬픈 장면인것같다.
집앞에 세워 두었던 자전거를 도둑맞고 온동네를 돌아다니며 " 내 자전거 훔쳐 간놈, 잡히기만 해봐, 경찰서에 쳐넣어 버릴꺼야" 하며 악을 품고 동생과 함께 자전거 도둑을 잡으러 다니던 유년시절 나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두남매의 모습에 큰 죄를 지은 죄책감마저든다.
전국 어린이 마라톤대회의 3등 상품이 운동화라는것을 알고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던 알리는 잔뜩 풀어 죽어 집으로 들어선다. 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던 결과가 그만 3등을 넘어 1등이 된것이다. 1등이라는 좋은성적과는 관계없이 알리는 괴롭기만 하다. 오로지 3등 상품인 운동화를 위해 뛰었건만....
" 미안해. 3등이 제일 어려웠어." 하는 알리의 말이 너무 안타깝고 애처롭다.
책의 마지막장에 알리의 걱정과는 달리 아빠의 귀가길엔 풍성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써는 기왕이면 아빠가 집으로 돌아온후 온가족이 둘러앉아 - 새운동화를 보며 펄쩍 펄쩍 뛰며 좋아하는 알리와 자라, 설탕과 감자를 받아들고 기뻐하는 엄마, 분유를 배불리 먹고 쌔근 쌔근 잠든 아가의 모습 -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려놓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상의 여지를 위해서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놓은 극적인 장치가 이럴땐 불만스럽다.
지금 당장 잔뜩 풀이 죽어 연못가에 앉아있는 알리에게 달려가 번쩍 들어 안아주며 " 이젠 괜찮아, 알리,.. 모든게 잘 되었단다." 하고 얘기해 주고픈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