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깜둥바가지 아줌마 ㅣ 힘찬문고 9
권정생 / 우리교육 / 1998년 11월
평점 :
품절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를 읽으면 주위의 사물들이 새롭게 보인다. 무심결에 구겨서 버리는 종이컵, 탁자위에 널브러진 크고 작은 사무용품들, 하다못해 프린트기옆에 찍힌 작은 잉크자국까지도 ...뭔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을것 같은 느낌이든다.
이책에 나오는 깜둥바가지 아줌마가 살고 있는 부엌에서는 밥상위에 좋은음식들만 담기는 사기그릇들이 제 잘난맛에 살고 있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자기들이 놀려대고 아무렇게나 대하는 깜둥바가지 아줌마의 구수한 이야기보따리가 없다면 그 부엌안이 얼마나 썰렁하고 외로울지를...
이 책에 나오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가슴을 저리 저리하게 하는 이유는 내가 무심결에 지나쳐 버리는 작은 사물이나 생물들 또한 아프지만 아프다 말한마다 크게 할수 없는 너무나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그들의 입장에서 조근 조근 이야기하고 있는 권정생선생님의 특유의 화법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맞은 한 사나이의 입과 귀, 눈, 하나밖에 없는 다리가 별들에게 그 사연을 이야기할때는 읽는 사람도 함께 눈물을 주르륵 흘릴수 밖에는 없다.
이야기들이 하나씩 둘씩 총총히 박히다 보면 제 할노릇을 다한 종이컵마저 그냥 구겨버릴수없다. 이제 막 세상구경을 하러나온 종이컵을 그냥버려도 될까라는 생각에 ... 이 종이컵도 뭔가 나름의 사연을 구구절절 쏟아놓을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