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
폴코 테르차니 지음, 니콜라 마그린 그림, 이현경 옮김 / 나무옆의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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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심우도>가 떠올랐다. 어쩌면 개와 늑대라는 두 단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개는 늑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순간의 미묘함! 묘하게 빨려들었다. 불현듯 깨닫게 된다. 어느새 개에 동화되어버린 채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응원했다. 부디 '달의 산'을 찾아갈 수 있기를. 부디 자신의 본성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이 책은 또한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도 떠올리게 한다. 위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채 제 동료들을 밟으며 계속 올라가기만 하던 애벌레의 꿈틀거림을. 알 수 없는 존재의 응원을 받으며 꼭대기에 다다랐던 애벌레는 결국 나비가 될 수 있었다!

개는 어느날 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삼일 낮밤을 꼬박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버려진 그 곳에서 주인을 기다렸으나 주인은 끝내 오지 않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된 개는 가로등 아래서 서글프게 울었다. 새벽녘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왜 울고 있어? 주인님이 날 버렸어! 먹을 것을 주며 노랗고 강한 눈빛은 이렇게 말했다. '달의 산'을 찾아가라고. 인간으로부터의 길들여짐은 참으로 많은 것을 잃게 한다. 그러나 한번 길들여지게 되면 그것에 안주하는 삶을 살게 되지. 그리하여 개처럼 몇 날 며칠을 방황하게 된다. 개는 결국 체념끝에 '달의 산'을 찾아가보기로 한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곳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 책은 떠돌이 개가 되어버린 길들여진 개의 여정과 함께 한다. 길 위에서 순례자 늑대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동행이 되어 '달의 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여정은 만만치가 않다. 원래는 늑대였으나 길들여짐으로 인하여 개가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고뇌와 방황과 후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동행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서서히 변해가고 있던 개의 모습. 개는 부러운듯 바라보던 늑대들의 모습이 자신에게서도 보여지고 있었음을 알지 못했다.

뉴욕에서 태어났으나 아시아에서 성장했다는 지은이의 이력이 이채로웠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껄끄럽지 않게 다가왔다. 책을 덮고도 여전히 <심우도>의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의 불성을 소에 비유했던 그림. 사찰을 찾을 때마다 심우도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었다. 심우도는 소를 찾기 위해 산중을 헤매다가 마침내 소를 발견하고 길들여 그 소를 타고 집에 돌아왔으나 있는 그대로의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다시 속세로 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과정을 열단계로 나누어 표현했는데 이 책에서 개가 '달의 산'을 찾아가는 여정이 그렇게 보였다는 말이다. 의도치 않았으나 두번을 거듭 읽게 된 책이다. 좋은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갑자기 어떤 신비가 그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버려지지 않았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었다. 하루하루가 덧없이 지나고 밤은 그림자처럼 달려간다. 예상치 못한 일, 불행의 옷을 입은 일이 가끔 벌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경이로운 세상에 살고 있는지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며, 그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 저 너머에 뭐가 있을까? 그리고 그 너머, 그 너머, 또 그 너머에는.....?'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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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 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 광수생각 (북클라우드)
박광수 지음 / 북클라우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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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이야기가 좋았다. 미사여구없이 표현하는 방식이 좋았다. 예쁘게 그리려고, 멋지게 그리려고하지 않아 좋았다. 가끔은 실없는 이야기로 피식거리게 만들어주는 순간들이 좋았다. 문득 문득 자신의 삶을 보여주던 여유가 좋았다. 하잘것 없다고 생각했었던 것들이 한사람의 손끝에서 뭔가 의미를 담고 다시 태어난다는 게 좋았다. 그래서인지 이런 형태의 글들은 외롭다고 느낄 때, 일상이 힘겹다고 느껴질 때,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고 느낄 때, 내가 나를 위로해주고 싶다고 느낄 때, 그럴 때마다 찾게 된다. 멋진 글이 아니어도, 예쁜 그림이 아니어도 위안삼을 수 있는 친구처럼 그렇게. <광수생각>을 사랑하게 된 이유다. 변치않은 필력! 신뽀리의 촌철살인! 그리고 어른이 되었으나 무뎌지지않은 듯한 광수의 정서! 오랜만의 만남이 몹시도 반가웠다.

다섯 손가락이 저마다 자신이 최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으뜸의 상징, 당연히 내가 최고지!!

무슨 소리! 내가 없으면 코를 시원하게 팔 수 있겠어?

무슨 소리! 가장 긴 내가 최고지!

무슨 소리! 내가 없으면 결혼반지도 낄 수 없다고!!

새끼 손가락, 넌 내세울 것이 뭐 있냐?

나 없으면 니들 다 병신이야! (-90쪽)

누구나에게 자신이 최고인 순간이 있었을까?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인지하지 못했을 뿐.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풀죽은 채 살아갈 필요는 없다. 문득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던 어느 시인의 문구가 떠오른다. 모두가 그렇게 이유없는 삶은 없는거라고 광수생각이 말하고 있지만 때로는 내가 나를 안아주고 싶을 때가 있다. 때로는 내가 나를 안아주어야만 할 때가 있다. 광수생각이 말하고 있는 소소한 것들은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눈길이 따라가는 글자들의 무게와 깊이가 혹은 가볍게 혹은 그리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그래, 남들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싶어진다.

잠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좋지만 여러번을 읽어도 다시 보고싶은 책이 있다. 오래전부터 아주 소중하게 책장에 보관하고 있는 책중에 단연코 맨 앞줄에 서있는 것은 카툰과 우화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어른을 위한 동화쯤? 故정채봉님의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가 그렇고, 이외수의 <사부님, 싸부님>과 <아불류 시불류>가 그렇고, 최영순의 아주 특별한 명상만화 <마음밭에 무얼 심지?>가 그렇고, <광수생각>이 그렇고... 詩集이 그렇다.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그런 책들이 있어서 참 좋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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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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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오랜만이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라지만 그의 작품을 그저 몇 편 읽어봤을 뿐이다. 그의 작품은 상당히 촘촘하다. 그렇다고 무슨 자극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엮어가는 씨줄과 날줄의 묘한 마력에 빠져들곤 한다. 어쩌면 그런 면이 그의 작품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지만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와 예상을 뛰어넘는 마지막의 반전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이 작품이 신간인줄 알았는데 신간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에 나왔던 작품의 개정판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전에 출간했던 내용에서 무엇이 보완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을지.

<유성의 인연>은 상당히 부드럽다. 그리고 인간냄새가 물씬 난다.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었던 <용의자 X의 헌신>만큼 조여오는 맛은 강하지 않지만 역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인해 아하, 하고 탄성을 내뱉게 된다. 양식당을 하는 아리아케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 고이치, 4학년 다이스케, 1학년인 시즈나가 있었다. 어느날 밤 아이들이 유성을 보겠다고 부모 몰래 집을 빠져나간 후 그들 부부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보육원으로 들어가고 14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부모의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1년 남기고 그들이 모여 뭔가 일을 꾸미게 되는 상황까지는 짐작할 만한 전개였지만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복수라는 개념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세상은 부모잃은 아이들에게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 세상은 공평하지 않으며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가르쳐주었을 뿐이다. 그러니 그들이 세상을 살아갈 수있는 방법이라는 게 정당할리가 없다. 그 과정에서 다이스케는 살인사건이 나던 날 밤에 보았던 실루엣을 다시 보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은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미 14년이 지난 일이기에 하나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들은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복수에 성공했을까?

"나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냥 사기를 당한 것뿐이잖아. 부끄러울 거 없어."

"내가 전에도 말했었지.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야. 나는 나는 그걸 알면서도 속았어."

"그렇다면 우리도 속이는 쪽이 되자. 왜 우리만 이런 꼴을 당해야 해? 아빠 엄마는 살해되고, 집에서는 쫓겨나고, 그 집을 처분한 돈도 친척 누군가가 가로채 가고, 이제 겨우 셋이서 사이좋게 살려고 하는데, 줄줄이 우리에게서 돈을 빼앗아 가잖아? 이런 건 이상하지 너무 부당해. 큰오빠,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라고 했지? 그렇다면 언제까지고 속는 쪽에 서 있는 건 너무 바보 같잖아? 우리도 속이는 쪽으로 돌아서자." (- 118쪽, 119쪽)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아마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엄청 많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세상을 만들게 되었을까? 이런 세상을 만들어놓고는 이런 세상을 탓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성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속깊이 감춘채 살아간다. 공존을 외치면서도 공존을 외면하는 세상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속에 숨은 반전의 의미, 그 커다란 울림이 서글프다. /아이비생각

사족: 번역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문득 생각하게 된다. 매끄럽게 읽힌다. 최소한 두 번은 읽어보라는 옮긴이의 말이 시선을 끈다. 행복한 범인 찾기... 그가 이런 말을 쓴 것은 아마도 이 작품속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사랑'의 속성때문이었을 게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끌림, '사랑'. 그 와중에도 사랑은 그들 곁에 머문다. 그리고 그 사랑은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그리고 그 사랑은 고통마저도 끌어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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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너 다클리 필립 K. 딕 걸작선 13
필립 K.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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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프레드와 밥 아크터다. 그런데 프레드와 아크터는 한사람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프레드는 신종 마약 'D물질'의 공급원을 뒤쫓는 비밀요원으로 아크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캐릭터다. 하다못해 프레드는 친구나 동료 수사관에게까지도 그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 마치 그림자같은 존재로 행크라는 윗선과만 소통이 가능하다. 신기한 것은 그의 정체를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스크램블 슈트를 입어야 프레드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생활을 하는 것은 아크터라는 말일까? 더군다가 아크터의 모든 일상을 감시하고 기록한다. 모든 일상을 감시하고 기록하여 윗선에 보고하는 업무를 프레드가 하고 있다. 이 무슨! 책을 읽으면서도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앞뒤로 왔다갔다 하기를 몇번인지... 흥미로운 것은 프레드가 본연의 자신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약물중독으로 인해.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잠복을 하다보니 그 역시 마약을 하게 되고, 그 약이 서서히 그를 잠식해들어가는 단계에까지 도달한다. 이제 프레드는 아크터로써의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프레드로써의 삶을 살게 될까?


저자의 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버랩되었던 작품이 있다. 조지오웰의 <1984>였다. 모든 이들의 생활을 감시하는 빅브라더의 존재를 부각시켜 미래를 보여주었던 <1984>가 출간된 것은 1949년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감시망은 그것과는 다르다. 빅브라더가 사회 전체를 감시한다면 스캐너는 한 인간의 일상과 그 인간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주변 인물들과 아크터와의 관계성을 미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같이 있으나 뭔가 동떨어진 듯한 느낌. 서로를 믿지 못하는 모습, 겉도는 대화들, 약에 취해 흔들리는 시선들... 저자 필립 K. 딕은 1952년에 전업 작가로서의 삶의 시작해서 136편에 이르는 장,단편의 소설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려 50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말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약물중독이 만연했다는 말일까?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 책이 자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불안한 유년시절을 보낸 저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안전안박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마약에 중독되고 결혼과 이혼을 다섯 번이나 했다는 걸 보면 그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건 매우 어려웠다. 접해보지도,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모습들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저 즐겁게 보내고 싶을 뿐이었는데 너무나 가혹한 형벌을 받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힘들여 일하지 않고 헛소리를 지껄이며 즐길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한 댓가였다고. 약물 남용은 질병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말도 보인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같은 행동을 벌이기 시작하면 그것은 사회적인 실수, 즉 생활양식이 된다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비밀경찰이었지만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마약 중개상이 되었던 남자.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감시하면서도 파괴되어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지 못했던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이 망가져버리고 난 후에야 알게 된다. 자신이 경찰이 던진 미끼였음을. 그리고 그는 재활센터로 들어간다. 완전히 망가진 모습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채. 그러나 재활센터로 들어간 그의 모습조차 감시당하고 있었다! 책의 말미에 작가의 연보가 나온다. 장장 24쪽에 걸친 그의 삶은 그야말로 한편의 소설같았다. 평생을 신경쇠약증과 우울증,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작품활동을 했다는 말은 차라리 경이로웠다. 경이로웠으나 불편했다는 말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 약물중독의 폐해가 이렇게까지 참혹하다는 걸 이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굳이 이런 주제의 글을 쓴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비생각


"묵직한 것은 세상에 오로지 삶뿐이니."

"단 하나뿐인 묵직한 여정이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덤에 이르는 여정. 모든 인간과 생명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여정."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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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국은 없다 - 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안세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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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이란 부제가 재미있다. 이 말은 곧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다른 이들이 보는 내 모습이 다르다는 말일터다. 누군가는 말한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자기 자신이라고. 그러나 그것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물론 그 두가지 모두가 다 옳은 건 아닐 것이다. 내가 보는 내 모습과 남이 보는 내 모습을 적절히 버무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상당히 많은 염려증을 자아내게 한다. 아직도 자주적이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잘 보고 있는지 한번쯤은 따져보게 한다. 그런데 그 방향 선택이라는 것이 국민의 힘으로 가능할까? 어쩌면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중국처럼 덩치만 커진 나라가 아닌 실속있는 나라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던 거라고.


東北工程.. 중국이 200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역사왜곡 프로그램이다. 중국 국경안에서 전개되었던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말인데 안타깝게도 그 안에는 우리의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까지 들어있다. 2006년까지 5년을 기한으로 진행되었지만 지금도 진행중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영토분쟁을 방지하기 위함이란다. 그렇다면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대안이나 방책은 무엇일까? 광개토태왕의 비까지 막아버린 중국의 막무가내 앞에서 고구려 역사를 우리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이. 통일에 대한 환상에 앞서 통일후의 대한민국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一帶一路.. 중국이 추진중인 新 실크로드 전략이다. 한마디로 말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말이다. 2013년 가을에 중국의 국가주석인 시진핑이 제시한 전략으로 육상 실크로드는 미국을 피함이고 해상 실크로드는 남중국과 인도양, 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장악한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이 안정적인 자원 운송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경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오로지 중국만을 위한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가 이에 동참했다고 한다. 동남아국가연합과의 운명공동체를 강조하면서 해양협력기금도 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대폭 확대했다.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속셈을 우려하면서도 교통 통신이나 여러가지 경제효과를 기대하면서 환영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부 국가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단다.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의 해양굴기이기도 하다. 대륙에만 머물지 않고 해양으로 나아가겠다는 '중국의 꿈'이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결국은 영토싸움인 것이다. 중국과 인접한 여러나라의 영토를 무력으로 먹어치우고 이어도를 두고 우리나라와도 대치중이다.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엄연히 우리땅인 독도를 두고 일본과 싸우면서도 이어도를 노리는 중국에게는 왜 한마디 말도 안하고 있느냐고. 사실이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다가 지금의 중국은 中華主義에 빠져 있다. 자문화 우월주의가 바로 中華主義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났다고 하는 놈치고 주변을 우습게 보지 않는 놈이 없었다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뼈아프게도 우리는 지금 중국과 미국의 싸움사이에 있는 것이다.


"코리아는 중국의 속국이었다" 라는 시진핑의 말에 우리는 정부차원에서 한마디의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다시 말하고 있다. 아직도 소중화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니냐고. 물론 역사적으로 따지고 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상황에 비춰볼 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저자의 말처럼 덩치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먹는 시대는 아닌 까닭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 대처할만한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쯤되면 역사속의 일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이의 10만양병설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바보같은 짓을 하기보다는 소를 잃기전에 우리를 튼튼히 하자는 말이었지만 역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왜침을 당했다. 결국 힘이다. 힘을 키우는 것만이 살길이다. '위대한 중국은 없다'는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안일함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이 자신의 힘을 키워나가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상당히 놀라웠다. 도와주는 것처럼 기술자나 노동자를 보내 일을 하게 만들고 그 일이 끝나면 귀국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나라에 눌러앉아 세를 넓혀 나간다는 것이다. 그 화교들이 세를 넓히지 못하고 힘을 키우지 못한 곳이 한국과 일본뿐이라 한다. 대단한 일이다. 저자가 말한 모하비사막의 중국집은 정말 경이로웠다. 열 개 정도의 조그만 테이블만 있는 작은 식당이지만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이라 한다. 세상 어디에도 한족처럼 생활력이 강한 민족이 없다고.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바로 옆에 중국집 뺨치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는데 그 집의 주인이 한국사람이라는 거였다. 한국인도 어디가면 지지않는 민족이라고.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오죽하면 미국이 중국인 이민금지법을 만들었을까 싶다. '쿨리'라고 얕잡아보았으면서도.


몽골제국은 정복한 나라의 왕조들을 모두 무너뜨리고 직접 통치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몽골제국에 거세게 맞서다가 정복당하고도 왕조를 유지한 나라가 고려다.(-76쪽)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토에 편입되고 한자문명권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온 나라는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뿐이다.(-81쪽)

요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중국은 칭기즈칸마저 'Chinese'로 포장하고 있다. 이건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몽골제국은 북방 몽골리안으로서 수억 명의 한족을 100여년간 지배했다. 원나라의 4등급 신분제에서 남송의 한족은 최하위계층 취급을 받은 반면, 고려는 같은 북방 몽골리안 세계의 혈연국가로서 상당한 예우를 받았다. 한번쯤은 도새겨볼 만한 역사의 아이러니다.(-97쪽)

이 책은 이렇게 중국의 역사에 대해 다시한번 들여다보게 만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겉모습만 중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몽골리안이다. 일본도 몽골리안이다. 아주 넓게는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몽골리안이다. 그러나 중국은 인종학적으로 핏불이 다른 지나족이다. 새롭게 역사를 배운 기분이다. 아울러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의 역사가 조선이 아닌 고려에서 끝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그야말로 대단한 KOREA가 되지 않았을까?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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