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
알퐁스 도데 지음, 김이랑 옮김, 최경락 그림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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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세대라면 아마도 세계명작전집 한번쯤은 읽어봤을 게다.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세계명작을 읽혔는지... 그 이유를 최근에야 알았다. 그것조차도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 혹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세계명작 한권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사 책을 읽지 않았다해도 영화 또는 연극과 같은 형식으로 많은 작품이 우리곁에 머물러 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고는 해도 그많은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이 책속에도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존재한다.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루쉰의 고향이 그렇다. 다시 읽은 세계명작단편집은 나이 들어서 읽으니 어렸을 때 읽었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찾아와 좋았다. 읽으면서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야말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었던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책방에 가면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에 먼저 눈길이 간다. 오래토록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각각의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인간 군상들, 또 그들의 끝없는 탐욕과 위선을 볼 수가 있다. 다양한 인간의 심리를 책을 통해 만나게 된다. 깊숙히 감춰둔 인간의 어두운 면과 그 반면 희망이나 사랑과 같은 밝은 면도 함께 볼 수 있다. 이미 오래전에 쓰였음에도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제 어디든 사람 사는 건 똑같다는 말일 터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인간의 기본적인 근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알퐁스 도데의 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모파상의 목걸이는 항상 안타까움을 남긴다. 친구였음에도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자존심이었을까? 그 알량한 자존심으로 인해 평생을 목걸이값으로 인해 고통스러웠을 여인을 생각하게 된다. 포의 검은 고양이는 지금 읽어도 무섭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여전히 감동을 준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지금도 많이 좋아하는 작품중의 하나다.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즐거운 가든파티가 열리던 날, 집 아랫쪽의 동네에서 초상이 났다. 아이들과 아내만을 남기고 젊은 사람이 마차에 깔려 죽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가든파티를 취소하지 않았다. 어린 딸 로라는 마음이 켕겼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엄마는 남은 음식들을 바구니에 담아 로라에게 초상집으로 보낸다. 남은 음식이었다는 것 때문에 로라는 또한번 마음이 켕긴다. 어린 로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과 죽음 앞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화려하게 치장된 모자와 드레스가 부끄러웠다. 로라는 울면서 이렇게 말한다.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돌아오는 로라에게 오빠는 이렇게 말한다. 로라야, 인생은 다 그런 거야...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다. 마음이 서글펐다. 어쩔 수 없이 우리 또한 그렇게 말해야 할 것이기에. 인생은 다 그런 거야.

이 책에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과 별, 기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와 목걸이, 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와 어셔 가의 몰락,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 그리고 20년 후, 앙드레 지드의 탕아 돌아오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밀회,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너대니얼 호손의 큰바위 얼굴,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빅토르 위고의 가난한 사람들, 루쉰의 고향,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이렇게 20편이 실려 있다. 이만큼을 살았어도 아직 배울 게 많다.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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