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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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세상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23년 전의 비탈섬이고요. 사이다이지 출판의 초대 사장님인 사이다이지 도시로 씨를 찾아온 갑작스러운 죽음에 얽힌 일이죠.” (-203쪽)

이 소설에는 두 개의 살인사건이 존재한다. 23년전에 있었던 살인과 어제 일어난 살인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외딴섬, 그리고 유언장 개봉을 위해 모인 가족들. 그들 중의 누군가는 살인자였고 그들 중의 누군가는 죽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돈'이 원인일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살인이 일어난 것일까?

그 외딴섬에는 가족들을 위한 별장이 있다. 책표지에 나와 있는 바위섬이다. 그런데 저렇게 뾰족한 바위섬에 어떻게 별장을 지었을까? 섬의 한면이 저렇게 깎아지른 절벽일 뿐 다른 쪽에서 보면 그저 비탈진 섬이라고 나온다. 바람과 파도가 거세면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섬이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의 배경은 완벽하게 깔아졌다. 이제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며 범인을 잡아내면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언장 개봉을 위해 모인 사람들 중에는 가족외의 사람이 있었다는 점이다. 탐정, 유언장을 읽어줄 변호사, 그리고 제를 올려줄 법사다. 추리소설인데 탐정이 안나올 수 있나?(뭐, 안나오는 경우도 있긴 있다) 살인사건이 났으니 이제 가족중의 누군가는 살인자가 된다. 그러나 이 가족, 전혀 흔들림이 없다. 단지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던 '그 때의 비밀'이라는 말에만 흔들릴 뿐. '그 때의 비밀'에 대한 단초를 꺼낸 사람이 죽었을 거라는 건 미리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탐정은 그 '비밀'로 인해 살인이 발생했음을 직감하고 '비밀'을 풀기 위해 심리전으로 들어간다. 그래야 현재 일어난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엄청난 것이길래 살인까지 일어났던 것일까?

“확실히 그렇게 볼 수 있는 상황이군. 발이 미끄러져서 실수로 떨어진 건지, 아니면 죽을 각오를 하고 뛰어내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23년 전 사건 때와 완전히 똑같은 전개인데. 정말로 그럴까?” (-274쪽)

태풍으로 인해 꼼짝없이 섬에 갇히게 되던 날 살인은 일어났다. 살인이 일어나던 날 밤, 그 가족중의 어린 딸이 공중에 떠 있는 빨간 도깨비 귀신을 봤다고 말을 하지만 누구도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가 빨간 도깨비 가면을 쓴 사람을 보게 된다. 그리고 탐정은 알게 된다. 23년전의 사건과 상황이 어느정도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공교롭게도 죽은 사람이 탐정이 몇 년동안 수소문해서 찾아냈던 사람이었던 까닭이다. 시체는 참혹했다. 강하게 후두부를 공격당했고 갈비뼈까지 부러졌다. 도대체 이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런 와중에 탐정은 입이 가벼운 법사에게서 23년전의 또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세 명의 중학생이 외딴섬 근처로 밤낚시를 왔다가 겪게 되었던 희안한 이야기를. 낚시 도중에 보았다던 귀신과 흑룡의 이야기를.

일전에 북다에서 출판되었던 추리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우케스의 <이상한 그림>이다. 이상하게 그려진 그림과 얽힌 사람들, 그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고 있었는데 정말 흥미로웠었다. 그 북다에서 다시 일본추리소설을 소개하고 있기에 냉큼 손이 갔던 책이다. 하지만 <이상한 그림>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던 듯 하다. 트릭과 얽힌 구성들은 이채로웠지만 설명하듯 이어지는 이야기의 짜임새에서 긴박함이나 조여드는 맛은 없었다는 게 솔직한 평이다. 문화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옮긴이의 말처럼 작가의 노련함은 있었겠지만 반전에서조차 추리소설의 매력인 짜릿함은 없었다. 외딴 바위섬과 그 섬에 자리한 기묘한 저택이라는 자극적인 배경만이 시선을 끈다. 일본전래동화 <모모타로>는 그저 조금 거들뿐이다. 물론 개인적인 관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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