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치의 인생 2막
버들치 지음 / 진서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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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세대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 젊은 세대가 꿈을 포기하는 시대, 너도나도 노후가 불안한 시대, 그럼에도 오래 살아야만 하는 시대가 지금의 현실이다. 의학의 기술이 쓸데없이 사람을 너무 오래 살게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이 60이 되어도 살아온만큼을 더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무슨 시지프스도 아니고.... 정년퇴임이라는 말이 무섭다. 시대는 자꾸만 변해가고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은 늘어만 간다. 그럼에도 나이를 불문하고 끊임없는 노동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다보니 퇴임후의 인생, 나이 든 삶을 책임져야 한다. 자식이 부모를 위한다거나 부모가 자식을 위한다는 말 따위는 걷어차인지 오래 되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수많은 고민을 앞에 두고 있다면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지게 만든다. 50대를 위한 직업론, 인생론등을 다루고 있다고 하니. 게다가 저자가 육체노동으로 재취업을 하여 소득의 공백을 돌파했다는 부제가 시선을 강하게 잡아챌 것이다.

전직이 증권맨이었다고 한다. 한 때 잘나갔다는 말과 함께. 그랬던 그가 부동산스터디 카페에 '버들치'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퇴사 후에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11가지 기능을 습득한 과정을 썼는데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습득한 기능으로 실제 재취업까지 했다고 하니 대단하다. 33년간 증권맨으로 일했으면서 그는 왜 육체노동으로 인생 2막을 열 생각을 했을까? 사실은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혹시라도 인생 2막이 아닌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이 있으면 어쩌나 노파심까지 일었다. 막장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막노동이라도 해서 벌어 먹으면 되지, 라는 말을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하는 까닭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직업이라는 의미가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의미와는 많이 다른 듯 하다. 취업의 문이 너무 무거워 열기조차 힘든 현실앞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우리의 인식이 그만큼 깨어있지 못한 까닭인지 지금까지도 육체노동은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저자의 실전 경험은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50대는 정신노동보다 육체노동이 더 적합하다고. 쪽 팔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것저것 따지지도 말라고.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쓰지 말라는 말일 터다. 공감한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도전정신이 놀라웠다. 아내에게 한달에 400정도는 가져다줘야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대단했다. 저자의 말처럼 사는 게 쉬운 사람은 없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삶의 의미까지 찾고자 한다면 수없이 많은 자를 들이대며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할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은 마냥 흘러갈 것이고. 미지근한 삶도 좋은 삶이라는 저자의 말이 커다란 울림을 준다. 가슴 뛰는 삶보다는 평온한 삶을 택했다는 저자의 말은 곱씹어 볼 만 하다. 나는 억세게 운 좋은 놈이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운이 좋은 게 아니라 그만큼 노력했던 결과라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된다. 책의 말미에 '기능 습득 일지'가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다. 저자가 기능을 배웠던 과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도배, 건축인테리어과, 중장비 학원, 타일, 미장, 건물보수과, 전기공사과, 소방안전관리자, 학원 버스 운전, 시설관리, 조경... 모두 힘든 일이다. 시간 투자도 그렇지만 웬만한 각오가 없으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전했다. 좋았던 점과 주의해야 할 점들도 함께 조언해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격증을 따는 순간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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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유럽역사문명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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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고 하지만 그 전쟁의 배경에는 대부분 종교가 깔려 있다. 그만큼 종교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쥐고 흔든다. 그래서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기독교라는 큰 틀에서 천주교와 정교회, 개신교로 나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가 곧 개신교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면서 천주교와 정교회는 마치 기독교가 아닌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이는 잘못된 상식이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로 다른 길로 가게 된 기독교의 역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오늘날 저토록이나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로 남게 된 유대인의 역사도 시선을 끌었다. 수많은 고통과 서러움을 견뎌내면서 살아온 그들 또한 종교를 구심점으로 하나가 되었다. 지금의 팔레스타인이 저들의 역사속에 등장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라는 것이 새삼스럽다. 기독교로 인해 고대올림픽이 사라졌다는 저자의 말에 많은 아쉬움을 느껴보기도 하고 엑스포가 가진 커다란 의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다. 전쟁으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우크라이나의 역사도 등장한다. 소련체제하에서 우크라이나는 몇백만명의 사람들이 굶어죽었던 대기근을 겪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러시아에 지지않겠다는 굳은 각오로 지금도 우크라이나는 싸우고 있는 것이다.

유럽을 이야기하면 그리스신화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 수많은 신화로 인해 지금의 우리가 멋진 문화유산을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화를 배경으로 탄생하게 된 많은 책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픈 역사도 많이 보인다. 원래 살고 있던 곳에서 쫓겨난 원주민들의 역사가 그렇다. 쫓고 쫓기는 상황속에서 머나먼 타국으로 끌려갔던 조선인은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겨지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채 <한복을 입은 남자>로 불리워지는 그 조선인은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다시 노예로 끌려가 이탈리아에 정착하며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이름으로 살았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루벤스의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Man in Korean Costume〉에 담긴 서글픈 역사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답사를 다녀온 느낌을 남겨주었다. 답사는 그 문화에 대한 사실을 얼만큼 흥미롭게 이야기해 주느냐에 따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도 한다. 눈으로만 훑어보는 역사가 아닌 까닭이다.

추상적인 개념들보다는 구체적인 사례와 일화를 중심으로 썼다는 책소개글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끌었었다. 유럽의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역사가 편년체 형식을 들이대면 일단 따분하다. 지금은 스토리가 많이 입혀진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아닌지라 굳이 연월일을 따져가면서 역사를 볼 필요는 없는 까닭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정사와 야사를 섞어가면서 높낮이를 달리하는 목소리로 재미있게 말하는 해설을 듣고 있는 듯 했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사진을 첨부하며 들려주니 따분할 틈이 없다. 말 그대로 한 잔의 커피를 옆에 두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하광용이라는 가이드를 따라 유럽여행을 다녀온 듯 하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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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김은미 외 지음, 송유진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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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높은 한라산을 품고 있다.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 지리산이다. 한라산은 해상활화산이다. 과거에는 휴화산으로 보았으나 지하에 마그마방을 가진 까닭으로 2014년에 활화산으로 재분류했다. 그리고 한라산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바람과 여자와 돌이 많다고 하여 三多島라 불렸다. 또한 도둑과 거지와 대문이 없다하여 三無島라고 불렸다는 말도 있다. 이제는 모두 옛말이 되어버렸지만. 제주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가 이게 끝인가 싶어 살짝 겸연쩍어진다. 아하, 제주 4.3사건이라는 아픈 기억도 있다. 제주도는 정말 오래전에 딱 한번 가봤다. 역사속에서는 한 때 탐라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섬, 감귤이 많이 나서 감귤국이라는 별명도 있다는 섬. 이 책을 보다가 제주도의 크기에 대해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과 인천과 부천, 의정부가 다 들어가도도 약간 남을 정도의 면적이라면 상당히 큰 섬인데 왜 그렇게 큰 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일까? 섬투어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 목록에 제주도는 없었다. 그만큼 제주도에 매력을 못느꼈다는 말일까? 제주에 관한 세상의 말들은 참 많다. 하나같이 제주도에 대한 환상을 가진 듯한 말들뿐이었다. 그래서 한번 읽어보기로 했던 책이었는데 지루했다. 제주도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에는 뭔가 좀 부족한 듯한 느낌이랄까? 제주도의 지질형성과 동식물군, 그리고 제주의 역사에 대해 짧게 정리한 듯한 분위기만 느껴졌을 뿐이다. 이 책의 주제인 어승생오름은 한라산 다음으로 큰 봉우리라 한다. 오름은 일종의 기생화산인 셈인데 오름이라는 말을 찾아보면 산岳이라고 나온다.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도에는 저마다의 특색이 다른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오름에 오르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 책은 제주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질학자, 식물학자, 동물학자, 여행작가가 직접 오름을 탐험한 기록이라 한다. 1년동안의 기록이다. 읽는 동안 몰입이 잘되지 않아 자꾸만 길을 잃었다. 제주만이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어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기록은 필요해 보인다. 각각의 사람들이 저마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애정은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렇게 뜻을 모아 자신들의 고장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 지역만의 특색이 없어지고 어디를 가도 비슷한 풍경을 안고 있는 昨今의 시대에 이렇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며칠 전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작나무숲이 인기를 끌어서인지 산림청에서 천년의 숲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자작나무를 심어놓았다는. 물론 저마다의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제주는 제주만의 자연을 오롯이 잘 지켜내고 있을까? 제발 지켜주기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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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되지 않는 삶은 없다 -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와 철학
민이언 지음 / 디페랑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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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돌이 비키, 우주소년 아톰, 전자인간 337, 마징가 Z, 짱가,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 요괴인간, 황금박쥐,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999, 엄마찾아 삼만리, 알프스 소녀 하이디, 프란다스의 개, 들장미소녀 캔디, 베르사이유의 장미... 어린 시절에 보았던 만화들은 참 많았다. 그것이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만화였다는 건 크고 나서야 알았다. 물론 우리의 만화도 많다. 마루치아라치, 태권V, 머털도사, 이우영 작가의 검정고무신... 중국의 서유기를 바탕으로 허영만 화백이 그렸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문 '치키치키차카차카치키치키초'와 요리보고 저리봐도 귀여운 아기공룡 둘리, 귀여운 독고탁이 나왔던 만화가 이상무의 <비둘기 합창>과 '까치'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은 더 많은 세월이 흘러도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또 있다. 비비 꼬였네, 들쭉날쭉해, 00스크류바 라는 광고속에 깔렸던 만화 <고인돌>을 기억하는가? 고인돌의 아버지 박수동이라는 만화가도 빼놓을 수 없다. <검정고무신>과 <비둘기 합창>의 정겨운 그림체는 지금봐도 너무 좋다. 그 시절의 추억이 오롯이 담긴 만화다. 그만큼 만화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러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은 모두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이 반가웠다.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니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수 없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와 철학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의 작품을 통해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있다.

일본은 다른나라에 비해 기업화된 만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어떤 이는 일본의 많은 애니메이션이 풍요로웠던 일본에 대한 향수를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점도 있다. <반딧불의 묘>가 개봉되었을 때 의견이 분분했던 걸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화된 문명의 세계를 살면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인간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까닭이다. 어떤 사람들은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브리의 작품들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보아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만큼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크게 다가왔다는 말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마녀 배달부 키키, 추억은 방울방울, ,이웃집 토토로, 바다가 들린다, 폼포고 너구리 대작전, 귀를 기울이면,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고양이의 보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게드 전기, 벼랑위의 포뇨, 코쿠리코 언덕에서, 마루 밑 아리에티, 가구야 히메, 추억의 마니... 솔직히 말해 몇 번씩이나 본 작품들이다. 모노노케 히메의 '코다마'와 '사슴신'은 자연의 또다른 모습이다. 수많은 정령이 머무는 숲의 이미지를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내쫓아버렸다. 그러니 메아리는 소설속에만 있을 뿐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살려낸 것도 자연의 숨결이었다.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하는지 센괴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은퇴를 번복하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다시 돌아왔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작품으로. 이 책 덕분에 다시한번 그의 작품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아직 보지 않은 그의 최신작을 보러가야 할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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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란 무엇인가 - 우리 시대 공정성에 대한 모든 궁극적 질문의 해답
벤 펜턴 지음, 박정은 옮김 / 아이콤마(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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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운동장은 물론 문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다. 경기가 공정해지려면 양 팀이 같은 규칙과 조건에서 뛰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축구나 하키, 헐링, 라크로스와 같은 경기에서 전반전이 끝나고 두 팀이 자리를 바꾼다는 규칙이 있으면 운동장이 평평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규칙이다. -212~213쪽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던 두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하나는 '마시멜로 효과'에 관한 이야기다. 마시멜로를 앞에 두고 먹지 않고 기다릴 줄 알았던 아이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먹어버린 아이들에 비해 성인이 되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았다는 마시멜로 효과는 나중에 많은 오류가 있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같은 환경, 같은 조건에서 시작된 실험이 아니었던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까닭에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길 수 없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라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공정을 이야기 할까? 공정할 수 없는 사회에 살면서 공정을 말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공정하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공평하고 올바르다' 라는 뜻이라고 나온다. 그 밖에도 일반 사회의 公論에 따라 정한다는 뜻도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평등과 공정을 말한다는 것부터가 어찌보면 억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위에 살면서 능력주의를 실천할 수는 있는 것일까? 갈수록 경쟁과 분열이 심해지는 昨今의 현실속에서 우리는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를 하고 그들과 발을 맞춰 걸어갈 수는 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공정함이라는 의미는 모든 조건, 모든 환경, 모든 규칙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음을 뜻한다. 과연 그러한가? 마음은 순수한 공산주의자지만 머리는 계몽된 자본주의자(-96쪽)라는 말이 시선을 끄는 끄는 이유다.

'신문 없이 정부를 가질지, 아니면 정부 없이 신문을 가질지 결정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 토머스 제퍼슨' -284쪽 이 책에서는 공정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 아주 오래전의 시대부터 훓터본다. 공정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본능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방면에서 공정성을 찾는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의 공정성을 다룬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현시대의 언론은 공정성을 잃어버린지 오래인 듯 하다. '사회에서 언론의 기능은 알리는 것이지만,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돈을 버는 것이다' 라는 미국의 기자 AJ리블링의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공정성은 합의에 이르는 절차고 과정이며, 세상 사람들과 거래하는 것이다. 우리는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우리 본성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신뢰를 잃을 수 없다. 따라서 공정성이 실패한 것처럼 보일 때 절차를 탓한다.-374쪽 그렇다면 법은 공정할까? 공정해야만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태어날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법의 공정성을 바라보면 너무 멀리 있는 느낌이다. 저자는 공정성이 추구하게 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집단의 사회적 행위와 시장 주도자본주의 행위의 협력과 경쟁의 본질을 갈기갈기 찢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엇이 공정하고 공정하지 않은지 타고난 감각을 이용해서 이 마지막, 디지털, 혁명이 시작될 때 향하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다고 한다면 옳기만을 위한 노력을 멈추자. 그리고 즉시 힘차게 공정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자.-376쪽 결론적으로 말하면 서로 협력하고 균형을 이루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말일 터다. 권리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일 터다. 서로를 비난하는 것을 이제는 멈추자는 말일 터다. 이 말을 하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돌고 돌았는가? 책의 뒷편에 이런 말이 써 있다. 우리 시대에 가장 널리 논의되었지만 가장 잘 이해되지 않은 개념 중 하나인 공정성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고 확실한 지침을 제공한다고. 공정성이라는 말이 이토록이나 어려운 말이었나? 잘 모르겠다. 읽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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