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안녕하십니까? 본 엘리베이터는
지하 69층에서부터 지상 33층까지
초고속으로 수직상승하는 엘리베이터입니다.
원하시는 층수를 눌러주세요.
16층 버튼을 누른다.
네. 16층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가 알 수 없는 속도로 올라가고
올라가는 층마다 차례로 불이 켜진다.
지하 68층, 지하 67층, 지하 66층......
지상 1층, 지상 2층, 지상 3층......
지상 13층, 지상14층, 지상 15층.
불이 꺼진다.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같이 있던 여자의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가 무언가를 꺼내든다.
섬뜩하게 반짝이는 빛깔이 눈에 들어온다.
은장도일까? 너무 고전적이다.
그렇다면 가스총일까?
바닥에 옷깃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린다.
지퍼를 여는 강한 소리가 공간에 부딪친다.
라이터를 켠다.
거울에 발가벗겨진 내 모습이 비췬다.
그럼 여자는 원래 없었던 것일까?
라이터를 떨어뜨린다.
숨이 막혀온다. 점점 더워진다.
환각 속에 가스총의 총구가 보인다.
어쩌면 은장도의 예리한 빛깔일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 문을 두드린다.
소리가 되돌아온다.
'거기 누구 없어요. 누가 나 좀 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