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묻다

 

 

눈이 내린다.

하얗게 흩어지는 벚꽃처럼

봄날을 가장하며 눈이 내린다.

동네 꼬마 녀석들이 모두

밖으로 나온다.

강아지 새끼들도 신이 나

꼬리를 흔든다.

어여쁜 아가씨들도 좋아라고

미소를 띠운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는 걸까?

정말로 모두 알고 있는 걸까?

이 날들이 다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지독히도 추워져

밟히고 밟힌 눈발은 단단히 굳은 채

검게 물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그 위로 지나가던 바로 그네들이

모두 미끄러져 내리고

자신 때문에 추악해진 눈발에

가혹한 침을 뱉어버린다는 사실을!

그렇게 스스로 녹아져 나리는 꿈

버리고서 나려지는 나락이라는 사실을!

그런 슬픔이라는 사실을

.

.

.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이 이토록

황홀히 아름다운 것은

내.어.쩔.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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