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묻다
눈이 내린다.
하얗게 흩어지는 벚꽃처럼
봄날을 가장하며 눈이 내린다.
동네 꼬마 녀석들이 모두
밖으로 나온다.
강아지 새끼들도 신이 나
꼬리를 흔든다.
어여쁜 아가씨들도 좋아라고
미소를 띠운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는 걸까?
정말로 모두 알고 있는 걸까?
이 날들이 다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지독히도 추워져
밟히고 밟힌 눈발은 단단히 굳은 채
검게 물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그 위로 지나가던 바로 그네들이
모두 미끄러져 내리고
자신 때문에 추악해진 눈발에
가혹한 침을 뱉어버린다는 사실을!
그렇게 스스로 녹아져 나리는 꿈
버리고서 나려지는 나락이라는 사실을!
그런 슬픔이라는 사실을
.
그러나 그 모든 슬픔이 이토록
황홀히 아름다운 것은
내.어.쩔.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