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내 눈에 들어온 책은 에세이 두 권.  

하나는 프랑스 여자들을 말하고, 또 하나는 동유럽 여행기인데 둘은 내가 좋아하는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동시에 읽어줘야 하는 의무감을 갖게 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유와 구속이 공존하고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손꼽는 1순위 대륙 유럽. 중에서도 동유럽. 더불어 문화, 예술, 자유를 표방하는 파리지앵의 도시 파리는 참기 힘든 궁합이 분명하다. 둘은 서로에게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지만 정작 제3자인 나는 둘 사이에서 널을 뛰는 멜로의 여주인공 즉, 양다리의 여왕이었다.  

그리고 두 권의 책은 어젯밤 모래 한 줌을 억지로 움켜쥐고 흘리지 않으려 애쓰는 안쓰러운 나를 다독여주었다. 동유럽으로의 여행과 프랑스 여자들과의 만남이라니. 죽기 전 마지막으로 빌어도 좋을 소원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곧 죽어도 좋았다.

 

 

 

 

카미유 클로델의 비극적 외사랑과 천재적인 예술적 소양 그리고 로댕으로부터 배신당한 후 억눌린 재능으로부터 나온 광기가 다시 태어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라면, 작가이자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로서 자유와 살아있는 나비의 대명사였던 프랑수아즈 사강은 지금 내게 꼭 필요한 로망이다.   

[슬픔이여 안녕]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는 것보다 그녀에게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녀를 동경해서라기 보다 나와 정 반대의 성향을 지닌 자유로움 그 자체를 동경해서인 것 같다. 열아홉에 쓴 단 하나의 소설로 일약 스타작가가 된 그녀는 어린나이에 모든 고독과 영광을 경험해서인지 죽을 때까지 마약과 도박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담배 한 개비 피워보지 못하는 나와는 정반대라야 정반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클로델이 동경이라면 사강은 더 동경이고, 영부인의 자리를 버리고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아 날아간 세실리아는 더더 동경이다. 손아귀 권력과 타인의 동경을 위해 불행마저 서슴없이 받아들이는 자리에서 과감히 내려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평생 알 수도 없겠지. 나는 영부인이 아닐 테니까. 에잇.   

 

 

 (프랑수아즈 사강 作)

 

 

하지만 더 대박은 세실리아의 자리에 이탈리아 최고의 패션 모델이자 가수인 카를라 브루니가 왔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지금도 뉴스에서 간혹 사르코지 대통령 옆 또는 한걸음 뒤에 조신하고 참신한 모습으로 함께하는 걸 볼 수 있는데, 나는 이 여자가 평생 사회생활을 안 해도 먹고 살 만큼의 경제력을 갖춘 부모 아래 유명세를 노린 테러를 피해 프랑스에서 명문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어서 잠시 팽하다 말았다. 윌리엄 왕자의 케이트 미들턴처럼 신데렐라는 아니었구나. 언젠가 조지 부시는 사르코지 부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브루니를 본 순간 사르코지가 왜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데,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 시작은 누구나 그렇다지요. 사르코지 대통령도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데 그들의 마지막은 과연 처음보다 아름다울까요? 저의 밤이 당신의 낮보다 아름다운 것처럼.

또한 이자벨 아자니. 난 줄리엣 비노쉬를 더 좋아하기에 가볍게 패스하려 했지만 워낙 대단한 이 여자의 필모그래피가 한 줄로라도 그녀를 저장하고 싶게 하는 걸 무슨 수로 막으리. 워낙 유명한 영화들이니 존재만으로도 장악의 기운이 뻗치는 듯. 개인적으로 [여왕 마고]는 거의 10년을 벼르던 거라 다음 기회에. 응? [카미유 클로델]은 정말 좋았어. 그래, 좋았지. 자자, 다들 영화 보세요. 

특히 빅토르 위고의 숨겨진 둘째 딸 아델의 일대기를 다룬 [아델 H 이야기]는 줄거리만으로도 사로잡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이쯤에서 너무 잘난 부모를 둔 자식은 많은 걸 누리는 것과는 반대로 본인의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할 수도 있는 거구나 싶어진다. 아버지의 명성을 넘기 위해 홀로 싸워야 했을 아델이 오늘날 부모의 영광 아래 덕 보려는 자식들이나 부모 등골 빼먹는 자식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 같아서 씁쓸해진다. 

 

여배우가 몇 나오고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프랑스 영화를 썩 즐기지는 않는 관계로 여기까지. 차라리 목숨 걸고 투쟁하다 죽어간 잔다르크 페이지가 난 훨씬 맘에 든다. 아름답자고 만들어져 카메라 앞에서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배우들을 혁명가와 동등하게 취급할 수는 없는 법. 그 외에도 보부아르는 빼놓을 수 없는 작가. 무엇보다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 따로 평가받기를 바라지만 여자로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동맹자적인 관계와 사랑을 빼먹을 수 없다. 사랑하면 소유하고 싶고 소유하고 나면 갖고 싶어지고 가졌다 싶으면 달라지는 게 사람 마음인데, 이들은 남과 여, 음과 양을 넘어 인간으로서 존재로서 진정 이해받고 이해했으니 죽어서도 부러울 게 없을 듯. 커플이라는 건 한 사람만 변해도 깨지기 마련인데. 이 커플과는 너무 대조적이라 부럽다, 부러워.

 

애초에 제자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로댕은 그녀의 개성과 뛰어난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제자를 받아들인다. 카미유는 그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그의 예술가로서의 재능을 존경심과 더불어 사랑하게 된다. 부모의 사랑에 목말라하던 카미유는 스물네 살이나 차이가 나는 로댕에게서 아버지 같은 강력한 존재감을 발견한 것이다. 이미 중년에 접어든 로댕에게는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며 그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로즈 뵈레라는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사랑에 눈이 먼 두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후 10년 동안 열렬한 사랑을 하는데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적 동지이기도 했다. 카미유는 그의 제자였지만 협력자였고 동시에 그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였다. 이때 그녀를 모델로 한 많은 작품과 서로에게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탄생한다. (pp.34-35)

 

나도 누군가에게 뮤즈가 되고 싶다. 이제보니 로댕은 주몽 다음으로 여자 등쳐먹어 성공한 남자 되시겠다. 물론 자신의 성공이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은 누군가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지 못한다. 그 절반의 성공은 오로지 카미유의 희생과 눈물과 외로움으로 이뤄졌을 것이다. 정신병원 감금 30년.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어쨌거나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겠다고 약속하는 남자의 마음은 거짓이라는 걸. 물론 로댕은 카미유에게 그런 말을 해준 적도 없다. 그에게 카미유는 특별하긴 했어도 그저 그의 곁에 있는 많은 여자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여자들은 남자를 믿지 말아야 한다. 믿었으면 책임도 자기가 져야 한다. 카미유가 고독과 광기에 몸부림 치다 가족들 손에 이끌려 정신병원에 감금돼 생을 마감한 것처럼 자기를 버릴 수 있는 사람만 남자에게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해야 한다. 남자는 자기가 가진 그 무엇과도 여자를 바꾸지 않는다. 그의 곁에 남는 사람이 내가 되면 좋겠지만 대부분이 그 반대인 것 같아 슬프다.  

이렇게 쓰는 지금 나는 또 하나 알겠다. 남자에게 예술은 여자보다 강하다는 걸. 아니, 예술가에게 예술은 여자보다 강하다고 해야 말이 맞나. 

 

 

 

 

이건 현재 첫 번째 챕터 [프라하] 편만 읽었다. 유럽여행 당시 나는 프라하에 대한 다분한 갈망이 있었고 비엔나에서 프라하까지 버스로 다섯 시간이 채 안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도 있었지만 체코는 유로화를 쓰지 않는 국가라 과감히 패스했다. 동유럽권은 솔직히 두렵고 겁도 났다. 왠지는 모르겠다. 프라하는 슬펐다. 먼 훗날 그곳에 가면 카를교에 서야 할 텐데 뛰어들어 죽고 싶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어 차라리 안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할슈타트와 부다페스트, 크로아티아는 아쉬웠지만. 그런데 바로 첫 챕터에서 프라하를 온통 훑어준다. 앗싸, 프라하 갈 필요 없네.  

난 그냥 프라하 성을 상상하다 시간이 되면 카프카와 흐라발을 읽어주기로 한다. 그리고 다음 장은 크로아티아인데 기대된다. 이상하게 동유럽은 슬프다. 역사를 많이 알지도 못하고 직접 겪은 것도 아닌데 그나마도 온전히 마음으로 전해지니 이상한 일이다. 기운이 다르다. 프라하. 부다페스트. 어딘지 모르게 고독의 향기가 묻어있는 지명의 도시들 아닌가. [굴라쉬 브런치]는 워낙 유명했어서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에세이지만 동유럽에 관한 일기라는 점에서 이곳저곳 섞인 발랄한 여행일기보다는 애틋하다.  

 

 

 (흐라발 作)   

 

 

 

 (카프카 作)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나처럼 쿤데라가 최고.  

 

 

 (쿤데라 作) 

  

 

예술은 넓고 읽을 책은 많고 볼 영화도 많다. 그보다 더 많은 게 할 일이고 그보다 더 하고 싶은 게 글쓰는 일이고 그보다 더더 하고 싶은 게 뭘까. 우선 책을 쌓았다. 높을 수록 좋았다. 배가 고팠다. 읽어 치운다. 내 안에 쌓이는 건 분명 양식인데 그보다 먼저 위안을 얻는다. 정체모를 것들을 자꾸 배워간다.  

책을 읽으면 배가 든든해지진 않지만 세상이 자꾸 내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좋다. 특히 존재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쓴 글들이 좋다. 그들은 내가 겪는 감정들을 다 겪었을 것만 같다. 그러니까 위로다. 책을 몇 박스 사고나면 해소되는 지랄맞은 물욕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 치우다 보면 잊을 수 있을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장바구니를 한가득 채워둔 걸 보면.  

허락되지 않는 시대에 허락되지 않은 것들을 꿈꿨던 프랑스 여자들에게는 있고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없는 것. 자의식. 너무 강해도 본인을 망가뜨리고 약해도 본인을 망가뜨리는 무서운 것. 실체없는 그것을 향해 똑바로 서서 배워야 할 것이다. 어째서 프랑스 여자라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라고 말하려면. 말하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너무 모른다. 일도 사랑도 투쟁도 가정도 모두 같은 농도로 필요한데 그걸 체득하고 지킬 줄 모른다. 그걸 찾아가는 법을 동유럽으로 떠난 한국 여자에게서 배웠다. 멋진 번역가를 꿈꾸는 그녀에게서 엿봤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이다. 내게도, 당신에게도. 그리고 오늘은 또 지나가고 있다. 바싹한 토스트에 싱싱한 방울 토마토와 시원한 우유를 곁들여 먹는 것 말고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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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1-05-1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올해의 여름휴가는 한 달동안 유럽으로 가려구요.
 라고 - 아주 태연하게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택도 없지요. 헤에.
 프랑스 소설은 별로이지만 사강은 좋아요, 영화도 무척 좋아해요.
 연휴 내내 프랑스 영화만을 보기도 했는걸요. 그런데 난, 외국배우의 얼굴을 분별해 낼 수가 없어요.
 그 배우가 그 배우같아요. 그래도 유일하게 기억하는 배우가 있는데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나쁜 피의 남자 주인공이예요. 아아, 그러니까 그의 얼굴은 수 천가지의 표정이 존재해요.
 어느 누구의 얼굴에서든 그를 기억해낼 수 있어요. 이름 대신에 그의 얼굴을 난 아주 잘 외울 수 있어요.
 그리고 벨벳 골드마인은 정말 최고였어요. 아직 보시지 않았다면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취향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성이 짙고 드라마틱도 하거든요.
 남자 주인공은 너무 멋지구요. 락앤롤은 매춘이라는 그 대사는 정말 최고였어요!
 

June* 2011-05-18 17:48   좋아요 0 | URL
 
 몰락의 에티카는 아직 읽지 못했어요.
 여기저기 괜찮다고, 좋다고 칭찬이 자자해요. 느낌의 공동체 보다 더, 좋다고 말하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
 

아이리시스 2011-05-18 17:55   좋아요 0 | URL
알았어요, [나쁜피]랑 [벨벳 골드마인] 꼭 볼게요.
당분간은 여유가 없지만 예전부터 좋다고 들어서요.

그리고 실망하지 마요, 여름휴가를 한 달동안 유럽으로 가는 사람 몇 있겠어요?
꿈꾸다 보면 언젠가 가 있을 거예요. 그럴 거예요.

평론공부 하고 싶던 적 있어서 특히 영화평론집 보면 저는 너무 설레요.
근데 저는 많이 주관적이고 줏대가 없고 온정적이라서 직업으로 삼으면 못했을 거예요. 다행이죠.
이 담에 책 주문할 때 넣어야 겠어요. 좋다고 하니까.^^;;

June* 2011-05-19 11:20   좋아요 0 | URL
 
 아마도, 평론이라는 것은 객관적이어야 하는 거지요 ?
 주관적이고 줏대가 없고 온정적이더라도 평론이 직업이 되어버리면
 아무렴, 달라지지 않겠어요 ? ^^
 
 여름 휴가는 전국일주로 정했어요. 아이리시스님이 머무는 곳은 빼놓구요.
 그곳엔, 시댁이 있거든요. 헤에.
 

아이리시스 2011-05-19 12: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시댁이 있단 말이죠? 여기 부산에?
부산남자랑 서울여자랑 사는 거예요? 서울에서?^^

전국일주 멋지네요. 저도 꼭 해보고 싶은 건데, 특히 전라도와 강원도 그리고 섬마을에 가고 싶어요.
어제 문화기행을 떠나는 여행에세이를 발견했는데 꼭 들고 가고 싶은 책이었어요. 평소 생각한 여행지와는 많이 다르지만요. 저는 산으로 꽃보러 가는 거 그런 거 싱거워서 별로였는데, 나이가 들긴 들고 있어요. 산도 좋고 절도 좋아요. 지난 여름엔 하동으로 갔는데 올 여름에도 짧지만 다녀와야 겠어요.^-^

June* 2011-05-19 16:06   좋아요 0 | URL
 
 네, 서울에서요.
 부산 남자와 소박한 집에서 살고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도에서 살구요. 명절때마다 부산을 다녀오는데 기회가 되면 꼭,
 부산에서 살겠노라고 매번 다짐을 하고 올라와요.
  

아이리시스 2011-05-19 17:00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부산이 맘에 들어요? 저는 생의 전부를 여기서 살고 있어요. 좋거나 싫다고 말할 수가 없을 만큼 오래 살아서 별 감흥이 없어졌어요. 전에 책 받을 때 주소가 서울이어서 서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건 사무실 주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어요.

Forgettable. 2011-05-20 09:13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나쁜피]에 젊은 시절의 줄리엣 비노쉬 나와여 ㅋㅋㅋ 진짜 장난아니게 이쁨 ㅠㅠ 그리고 남자 배우는 드니 라방인데 최고에여. 하하

저 아직 파일 있는데 혹시 원하시면..... 메일로 쏴드릴까여? ㅎㅎ

아이리시스 2011-05-20 13:56   좋아요 0 | URL
뽀님. 우리 오랜만이죠?
아참, 맥북이 말썽이예요. 메일에 저장해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가지 않나요?
제가 구해보고 없으면 말씀드릴게요, 그때 보내주세요.^^
줄리엣 비노쉬가 나온다고 들어서 당시 손꼽아둔 것 같긴 해요. 그렇게 예뻐요?
꼭 봐야겠군요, 히히히히히.

잘잘라 2011-05-1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병원 감금 30년!!!
할 말을 잃어요.
ㅜㅜ

아이리시스 2011-05-19 12:13   좋아요 0 | URL
로댕의 냉대에 실망해서 혼자 서보려 했지만 여자라 잘 안됐대요. 로댕과도 싸우고 사회의 편견과도 맞서야 했다나봐요. 여자가 나체조각을 한다는 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시대였으니까요. 웃긴다, 여자 나체가 없으면 자기들이 어떻게 종족번식을 할 거라고. 체쳇.

그러면서 서서히 미쳐갔어요. 로댕이 그녀를 사랑하고 감싸줬으면 그녀는 괜찮기도 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무너져가는 걸 가족들이 못 봐서 정신병원으로 보냈대요. 아참, 카미유는 아들을 지독히 편애하는 엄마 밑에서 자랐대요.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교육시킨 건 아버지였어요. 그랬기 때문에 엄마의 사랑결핍과 로댕의 사랑결핍에 늘 힘들었을 거예요. 로댕과 카미유는 정말로 유명한데 1:100에서 문제로 나왔을 때 한 개그맨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해서 충격 받았어요.

음.. 모를 수도 있죠. 저는 야구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걸요. 이런 것도 어찌 보면 오만이예요. 내가 아는 걸 남이 모르면 무식한 거고 남이 아는 걸 내가 모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요. 반성중이었어요..

pjy 2011-05-1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럽,,,아, 가고싶군요~

아이리시스 2011-05-19 16:45   좋아요 0 | URL
저두요. 유럽 도시들을 밤새도록 줄줄이 비엔나로 댈 수 있어요. 아이슬란드랑 아일랜드가 요즘은 좋아요. 참, 친구가 아일랜드에 갔는데 엽서를 보내주기로 했어요. 공부하러 간 거라 바쁠텐데 제가 생떼를 썼어요. 이주나 걸린다니까 한참 후가 되겠지만요. 그 엽서에 유럽공기가 묻어오지 않을까 싶어요. 일상이지만 생소한 일이라 그애 사진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애가 미니홈피에서 쪽지로 [난 지금 원스의 나라 아일랜드에 와 있어.]라고 했는데 막 두근두근 했어요.^^

pjy 2011-05-20 01:13   좋아요 0 | URL
영화취향도 편협하고 음악도 별루라 원스는 잉? 이러지만 아일랜드라~ 성질 좀 드러운 다혈질사람 많은 곳? 이러구 있습니다ㅋ 유럽공기라......아........

아이리시스 2011-05-20 13:44   좋아요 0 | URL
아일랜드에 승질 드러운 사람들이 사나요? 저는 그저 풍광만 떠올렸을 뿐이랍니다.. 아무렴 어떻고, 어디면 어때요, 흐흐흐, 갈 수만 있어도 좋겠어요. 아무 생각 없이 놀다올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1-05-2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홋, 프랑스 여자처럼 말이죠
느낌이 우아하고 날씬한 프랑스 여자처럼 되고 싶어서 샀다가
20페이지 읽고 때려치웠다는거 아녜요. 그렇게 못 될거 같더라구요.

그나저나 여행 가고 시퍼요. 저도 런던 관련 여행 에세이 읽다 말다 하는 중인데. ㅠㅠ

저는 프랑스 문학이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요,
그네들은 한마디로 할 수 있는 문구를 10페이지로 꼬아놓을 수 있는 섬세함(재주)를 가졌다 싶기 때문이구요, 또 하나는 그렇게 말 많이 다다다다~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사벨 아자니의 투명한 아름다움은 정말 멋져요.

음, 그런데 케이트 미들턴이 신데렐라인가요? 엄청 부자 집안이던데, 다만 귀족 작위만 없구요.
저는...... 누군가의 뮤즈가 되기를 절대 거부합니다! ㅋㅋ, 그건 하나의 책임 같잖아요~

아이리시스 2011-05-20 13:53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구나. 귀족 작위가 없어서 그 여자를 신데렐라라고 난리를 피운 거예요? 하긴 설마 나처럼 서민이기나 할라구, 라고 생각하긴 했었어요. 근데 브루니가 더 충격이었어요. 그렇게 대단한 집 딸인지 몰랐어요. 대단하다기보다는 돈 많은. 그래서 이 책에 브루니와 사르코지는 순진한 커플이 아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만 봐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너무 잘 안다, 어찌될지 모를 일이다, 하더니 브루니 임신했다잖아요. 적어도 임기 후 헤어지진 않겠어요! 성폭행 미수 저지른 IMF 총재가 다음 대권에 나갈 후보였다는데 까였으니 한 번 더 사르코지에게 기회가 갈 지도 모르구요. 프랑스 여자들처럼 못될 것 같다에 저도 동감.

프랑스 문학과 영화에 대한 마고님 생각에 저도 동의하는 것 같아요. 너무 재밌다면서 본 건 아니지만 할리우드의 속행이나 한국의 통속성과는 차별화 된다고 생각하며 저는 본 것 같아요. 저도 다다다다 거리는 어감의 불어 싫어해요.

뮤즈는 책임이기도 하군요, 전 그저 팜므파탈이고 싶단 얘기였는데~ 역시 마고님의 시야란 역시^^

cyrus 2011-05-2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요즘 영국 여자들의 글에 푹 빠져 있어요, 최근에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재미있게 읽었구요,
지금 읽고 있는게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집 읽고 있어요. 아무래도 영국이라는 나라가 습한 기후라서 그런지
이 두 작가의 글에도 영국적인 색채가 강하더라구요,, 오늘과 같이 비가 오면서 습한 기운이라고 해야되나요? ^^

아이리시스 2011-05-26 18:28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제인 에어>에 빠져있는 글 읽었는데 좋아요. 버지니아 울프는 나도 전에 [자기만의 방] 샀어요. 에세이집도 보고 싶어요. 영국적인 색채 그거 좋네요. 저는 정원 펼쳐져 있고 팔랑거리는 치마, 그런 거 떠올라요. 근데 대체 그런 건 어디있는 거예요? 영화가 학습시킨 것 같아요.ㅋㅋㅋ 그러니까 [제인 에어] 읽고 싶어요. [테스]도 읽고 싶고. 그냥 책 펴서 읽으면 되는 거죠, 참?ㅎㅎ

버지니아 울프가요.

["사랑하는 당신, 당신께 말하고 싶어요. 당신이 내게 완전한 행복을 주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당신보다 더 잘해줄 수는 없었을 거예요. 믿어주시겠죠. 하지만 나는 이걸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나는 당신의 삶을 소모시키고 있어요. 이 광기가 말이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병이 오기 전까지는 우리는 완벽하게 행복했다는 거예요. 모두 당신 덕이에요. 아무도 당신만큼 잘해주지는 못했을 거예요. 맨 처음 그날부터 지금까지.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에요."]

라고 쓴 편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네요. 방금 검색했다가.. 되게 예쁜 마지막 사랑이예요. 그죠?

루쉰P 2011-06-2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에서 검색이 돼서 이렇게 글을 뒤늦게 찾아서 봅니다. ^^ 당선되신 것 축하드려요. ㅋ

로댕과 카미유의 얘기는 여기서 보고 알았어요. 카미유의 인생이 너무나 처연해 비 오는 이 날 왜 마음이 애잔한지를 모르겠어요. 아이리시스님의 남자에 대한 분석이 어찌 보면 맞는다고 생각이 들어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은 버리겠다고 약속을 하고 배신하는 남자라..좀 밥 맛 없어요. 아 물론 저도 남자지만 말이죠. 저에게도 그런 기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그런 여성도 없어 기회가 없기도 하지만 말이죠. ㅋ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것도 알아 가는 것도 너무 힘든데, 제발 원하는 것은 사랑 때문에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많아요. 그리고 차라리 사랑을 한다면 상처를 받아도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그래서 그 사람의 인생에 제가 상처 줬던 사람으로 안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사실 프랑스와주 사강과 다른 프랑스 배우도 그렇고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무식의 극치죠. ^^ 체코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전 여행은 항상 용기도 없고, 겁이 많아서 가지를 못해요. 우리 동네도 잘 돌아다니지 않는 센스를 자랑하죠. 그래서 경기도 북부의 이 위성도시에서 산지 무려 27년을 살았지만 동네를 잘 몰라요. -.- 부산에서 태어나 자라서 그곳에 대해 생의 전부를 사신 아이리시스님의 말씀에는 저 역시 똑같아요. 다만 편한거죠. 이곳이 익숙하니 말이에요. 그나저나 여행을 참으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 부러워요. 그런 활달함이요.

아이리시스님과 팜므파탈이라 어울려요. 크흑!! 근데 글을 쓰시는 걸 무척 좋아하시는 아이리시스님이 꼭 자신이 원하시는 것을 쓰쎴으면 좋겠어요. ^^

쿤데라는 저도 읽었으면 하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어요. 존재의 밑바닥까지 쓴 글이 좋으시다는 말이 제 감슴에 확 와 닿아요. 전 인간을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글을 좋아하거든요. 자신이 자신을 모를 때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ㅋ

아이리시스 2011-08-13 15:05   좋아요 0 | URL
루쉰님, 이 때 댓글 쓴 줄 알았는데 일부러 빼놓은 건 아닐 거예요. 당시 컴 상태가 안 좋아서 그랬나 봐요. 예전 글 다시 가끔 보는데 이달의 당선작인 거 읽다가 발견했어요. 카미유 클로델과 사강은 꼭 알고 넘어갈 만한 여류 예술가인 것 같아요. 저도 작품구경이나 작품읽기는 거의 못했지만 저도 여자인 만큼 그런 삶들이 동경스러운 것도 사실이예요. 루쉰님은 지금도 충분히 멋진 글을 쓰시잖아요. 진심 부러워요. 우리 더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