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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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지금까지 핫한 책이다.

(못봤지만) 지난주 TV에서 이 소설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방영될 정도로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처음엔 82년생이라는 타이틀에서 나랑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더랬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ㅠ.ㅠ

그닥 매력을 못느끼고 있었는데 이웃 그녀에게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언니, 강추!!!

막 읽기를 끝낸 그녀가 감동을 주체못하고 전화했더랬다.

그래? 나도 빌려주~.  시간이 없는데 천천히 읽어도 돼?

두시간이면 될거야.


그렇다. 딱 두시간이면 후다닥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나역시 다 읽고 주변인들에게 강추라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여자가 쓴 여자의 이야기라서 와닿는 걸까?

남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맘충" 참 듣기 거북한 말이었다.

공원에서 유모차를 옆에 두고 1,500원짜리 커피 한 잔의 여유을 즐기고 있을때 옆에서 있던 남자들이 한 이 말은

저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즤들도 똑같은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서 아이 엄마는 그러면 안된다는 편견.

그 편견이 이 작품을 탄생하게 했고 덕분에 만날 수 있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여기 나오는 일들이 정말 사실이야?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봐인지 통계자료를 인용한 대목이 많다.

소설에서는 그녀, 지영이, 지영씨, 이런 호칭들 다 버리고 김지영씨라고 부른다.

지극히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을 주려 한 것이 아닐까.



p. 46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절대 권력자에게 항의해서 바꾸었다.

유나에게도, 김지영 씨에게도 끝 번호 여자아이들 모두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약간의 비판 의식과 자신감 같은 것이 생겼는데, 그런데도 그때는 몰랐다.

왜 남학생부터 번호를 매기는지. 남자가 1번이고, 남자가 시작이고, 남자가 먼저인 것이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남자 아이들이 먼저 줄을 서고, 먼저 이동하고, 먼저 발표하고, 먼저 숙제 검사를 받는 동안

여자아이들은 조금은 지루해하면서, 가끔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차례를 기다렸다.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는 1로 시작하고 여자는 2로 시작하는 것을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살 듯이.



p. 175

물론 이 선생은 훌륭한 직원이다.

얼굴은 고상하게 예쁘면서, 옷차림은 단정하게 귀엽고, 성격도 싹싹하고, 센스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와 메뉴, 샷 수까지 기억했다가 사오곤 했다.

직원들에게도, 환자들에게도 늘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 병원 분위기를 한결 밝게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급하게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리퍼를 결정한 환자보다 상담을 종결한 환자가 더 많다.

병원 입장에서는 고객을 읽은 것이다.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김지영씨를 잘 이해하고 있는(?) 남자 중 하나인 담당의사조차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마지막 말이 참으로 씁쓸하다.

페미니스트이진 않지만 그래도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얽매여 살지 않으려고 했었다.

책을 읽다 보니 여성의 차별에 대한 많은 부분을 인지하지 못한채 살고 있었다.

82년생 30대 중반의 보편적 여자 대표 김지영.

그녀가 살던 10년전보다는, 적어도 그때보다 조금은 변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여전히 달라진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렇다고 뭐 어쩌자구? 이렇게 반문하면 할말은 없다.

허나, 그것이 차별인지 모르고 살았던 것과 차별인지 알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지금 보다 더 평등한(여성차별이든 남성역차별이든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길 바란다.

이 소설이 영화화된단다. 영화는 또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된다.


+


이 책을 읽은지 얼마 안됐을 때 이런 뉴스기사가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씨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김지영이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310&aid=00000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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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독서의 모든 것 (독서 워크북 & 독서 흥미 태도 검사지 별책 구성) - 초등 독서 전도사 심영면 교장 선생님이 알려주는
심영면 지음 / 꿈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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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독서의 바이블이며 소장가치가 있다는 주변의 평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현직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 현장감은 있다만

그동안 비슷한 유형의 책들을 너무 많이(?) 읽었나...특별하다고는 느끼지 못했으며,

조금 올드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분량에 비해 두껍고 무거운 책인 점도 맘에 안드는 요소 중 하나.


 

- 서문

"먼저 시작한 것이 이긴다"

어떤 것이 이기고 질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무조건 먼저 시작하고, 많이 한 것이 이깁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의 생활 속에 TV나 인터넷 게임보다 독서와 같이 의미 있고 유용한 활동을 먼저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찍부터 책의 재미와 의미를 깨닫고 독서의 기쁨을 알게 된 아이는 TV나 인터넷 게임에 무작정 빠져들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게임을 한다고 해도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며, 다른 아이들에 비해 관심도 적습니다.

중독은 예방이 최선입니다.  빠져든 뒤에는 백방이 무효입니다.



p. 94

워킹 메모리를 키우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것처럼, 청각 주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책 읽어주기처럼 꾸준히 소리를 듣는 활동을 해야 한다.

청각 주의력을 키울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독서의 환상적인  짝꿍, '주산'이다.

(...)

주산은 여러 감각을 동시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활동이다.

주산을 가르치는 전통적인 방법은 '호산'이다.

(...)

눈으로는 주판을 보고, 귀로는 불러주는 숫자를 들으며, 손으로는 주판알을 튀긴다.

뇌에서는 불러주는 소리를 일시적으로 기억하는 동시에 연산이 일어난다.

이 모든 감각을 동원하기 위해 뇌는 매우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감각이 발달하고, 이러한 감각을 동시에 활용하는 능력이 자라난다.


p. 112~3

고등학생들에게 황순원의 '소나기'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한 모둠은 영화 '소나기'를 보여주고, 다른 한 모둠은 소설 '소나기'를 읽어준 뒤, 각 모둠의 학생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

소설 '소나기'를 읽어주 학생들의 그림은 참으로 다양했다.

(...)

이처럼 책 읽어주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뇌를 활성화시키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겋게 활성화된 뇌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게 해준다는 것, 이것이 바로 책 읽어주기의 진정한 힘이다.



 p. 118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학생의 경우, 신문 사설이나 잡지 칼럼 등을 지속적으로 읽어주는 것도

독서욕을 자극한다는 면에서 매우 좋은 방법이다.


 

 



어찌 보면 원론적인 것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p. 219, 221

저는 만화가 뻥튀기 같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하루 세끼를 뻥튀기만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 못 가서 전부 양양실조에 걸리게 될 겁니다.

(...)

학습만화 역시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뻥튀기에 비타민을 넣어도 뻥튀기인 것처럼 학습만화도 만화일 뿐입니다.





2부 Q&A 형식의 구성은 일목요연하게 꼭 필요한 부분만 짚어줘서 가독성을 높였다.

초등 중학년이 독서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곧 중학년에 들어가는 녀석에게 독서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새겨보게 되었다.

특히 전래동화와 음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별책부록으로 독서흥미태도 진단평가지와 워크북이 들어있다.

Q&A형 구성과 부록은 처음 독서지도를 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해력의 핵심은 ‘어휘력‘과 ‘배경지식‘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어휘력과 배경지식이 풍부할수록 그것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이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P40

만약 이전에 만화책이나 그림책에서 공룡에 대해 읽어본 적이 있다면 내용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뿐 아니라, 앞으로 읽어야 할 내용에 대해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유추이며, 다양한 책을 계속해서 읽어온 사람일수록 유추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독서가 이해력을 키우는 시작이자 기초가 되는 이유이며, 오늘 읽은 책이 내일 읽을 책의 바탕이 되는 확실한 이유다.
- P48

독서교육의 목표는 분명해야 한다. 책을 스스로 찾아서 읽는 단계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독서교육의 최종목표이다. 나는 이것을 ‘독서 독립‘이라 부른다.
(...) 독서는 양이 매우 중요하다.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있는 독서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깊이 있고 충분한 양의 독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양이 채워지지 앟으면 안된다. 아무리 고열량 고단백 식사라 하더라도 배고프지 않을 만큼 충분히 먹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 P105

친정 엄마가 나를 위해 해주는 음식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법입니다. 내가 음식을 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엄마가 해주는 게 좋은 거예요. 책 읽어주기도 똑같습니다. 내가 읽을 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엄마가 해주는 게 좋아서 읽어달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읽어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책을 읽어주세요.
- P120

아이들이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꼭 정독하지 않아서만은 아닙니다. 책을 읽었지만 할 얘기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이야기하기 싫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 시기에는 정독보다 다독이 더 중요합니다.다독을 하다 보면 독서 능력이 발달되어 자연스럽게 정독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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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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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 한달쯤 되었나?

그래서 그때의 충격과 감동이 그대로 남아있진 않지만 뭔가 남겨두고 싶어 끄적여 보려 한다만 잘 써지지 않네.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두번째다.

'종의 기원'에 비하면 나는 이 책이 좀 더 현실감있고 무서웠다.

프레데터 사이코패스를 만날 확률보다 영제같은 인물이 주변에 더 많을 것 같은 불안함때문인가?

 

압도적인 서사, 생생한 리얼리티.

이 작품을 두고 한 출판사의 광고카피다.

절대 동의.

어쩜 한 문장 한 문장을 눈앞에 펼쳐놓은 듯 이리 세세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어쩜 인간의 심리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종의 기원'처럼 참으로 덤덤하게 그려내는 인간의 악함, 영제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더랬다.

덕분에 무더운 여름밤이 서늘했었다지?

읽기 전부터 영화화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캐스팅도 알고 봤다.

현수역이 미스캐스팅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건 영화를 봐야 알겠고(나쁘지 않은것 같은데?)

영제역에 장동건의 이미지가 참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영화는 언제쯤 개봉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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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네이쳐 : 자연의 세계 아트사이언스
카르노브스키 그림, 레이철 윌리엄스 글, 이현숙 옮김 / 보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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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아티비티시리즈가 또 대박이다.

이번에 만난 건 "일루미네이쳐 자연을 비춰봐요"

표지의 색감부터 뭔가 색다르다.

 

 

들어는 봤지만 잘 알지 못하는 열 곳으로의 여행.

각 여행지마다 기본 정보도 함께 실려있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서식하는 희귀 동물들도 세밀화로 자세히 볼 수 있다.




 

RGB 즉, 빨강, 초록, 파랑의 세 가지 색으로 그린 그림으로 한 장에 세 가지 그림을 볼 수 있다.

책 속에 들어있는 마법렌즈를 통해서 파란색은 야행성 동물을, 초록색은 식물을, 빨간색은 주행성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처음 렌즈를 통해서 책을 들여다 볼때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도, 남편도 반응이 똑같았다.

우와~!!!

처음에는 돋보기처럼 책장 앞에서 세 가지 색 렌즈를 대고 이리저리 본다.

나는 분명 한 장면을 보고 있는데 렌즈를 통해 보이는 장면은 세가지다.

이건 분명 마법인듯.

​아이들은 자기는 어떤 동물을 찾아냈다며 서로 무얼 발견했는지 경쟁하듯 책을 가지고 논다.


​​


 

그러나 그 진가는 렌즈를 눈앞에 대고 봤을 때 나타난다.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장면들이 원리를 알면서도 신기하다.

마법렌즈를 통해 보이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기는 참 어렵다.



 

https://youtu.be/fGlFk69Ylpg

마침 유튜브에 북트레일러가 있어 퍼왔다.
보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신기하며 볼거리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언젠가는 이곳으로의 모험을 떠날 꿈도 꿔본다.
문제는 렌즈가 하나라서 세 아이들이 서로 보겠다며 싸운다는 것 -.-;
셀로판지가 있어서 해봤는데 마법렌즈처럼 드라마틱하게 보이지 않는다.
눈에 대고 볼때 한쪽 눈을 감고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안경처럼 쓰고 봤음 좋겠다는 생각도 살짝 했지만
이 정도로도 무척 맘에 들고 놀라운 그림책이다.
역시 아티비티. 
그림책은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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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계절 저학년문고 64
이금이 지음, 이고은 그림 / 사계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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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것 같다.

아! 짧은 글임에도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란!!!


'하룻밤'은 사계절 저학년문고 중 하나로 방정환문학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90여페이지에 삽화도 많이 있고 챕터로 나뉘어 있어서 저학년들이 쉽고 편안하게 읽기독립해서 읽을 수 있지만

나는 어른들도 한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엄마가 출장중인 어떤 하룻밤에 아빠와 아이들이 거실에 텐트를 펴고서 두런두런 잠자리에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와 아빠의 할아버지와의 이야기.  아빠가 용궁에 다녀온 이야기다.

낚시를 밥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열살이 되면 꼭 한명씩 밤낚시를 떠났다.

아빠는 사촌 형누나들보다 빨리 여덟살에 할아버지와 밤낚시를 갔다.

형누나들보다 컸다는 걸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쁜 날이었지만 밤낚시는 생각보다 지루했다.


p. 26

"물고기 생각은 덮어 두고 귀를 기울여 봐. 새로운 소리가 들릴 거야."

할아버지 말대로 하자 물소리가 들렸어.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는데 그동안 알지 못했던 거야.

어디선가 밤새도 울었어.  반딧불이 빛에서도 소리가 나는 것 같았어.

소리가 귀로 듣기만 하는 게 아니란 걸 그때 알았어.

소리는 눈으로도 보이고, 몸으로도 느껴졌어.  냄새로도 맡아졌고, 맛으로도 느껴졌어.

(...)

"아우 심심해.  할아버지는 물고기가 안 잡히는데도 괜찮아요?"

(...)

"괜찮고말고.  할아버지는 너하고 함께 있는 지금이 물고기보다 훨씬 소중하단다."



p. 30

"왜요? 왜 물고기보다 나랑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요?"

"다시 안 올 시간이니까."

"뭐가 다시 안와요?  또 오면 되잖아요."

(...)

"또 온다고 해도 지금과 같을 수는 없지.

시간은 저 강물 같아서 한 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어. 또 한순간도 멈추지 않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한 거야.

너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게 좋지 않느냐?"


아빠의 할아버지는 엄청 큰 잉어를 잡았지만 아빠는 할아버지 몰래 잉어를 풀어준다.

그런데 정말 그 잉어는 용궁에 사는 공주였고, 풀어준 댓가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용궁에서는 대신들이 인간을 살려보내선 안된다고 하자 아빠가 무서워 내뱉은 말,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를 세가지 소원으로 치는 장면에서 아이들 모두 억울해 한다.

에이~ 그러는게 어딨어!


 

아빠는 용궁에 무사히 다녀왔다.

그리고 전에 용궁에 다녀왔으나 증거품 하나 갖고 오지 않아서 다들 믿지 않는다며 아쉬워한 낚시꾼과는 달리

파란 하트모양의 보석(?)을 가져왔다.

그냥 예쁜 돌처럼 보이지만 할아버지는 아빠의 말을 믿어준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손주들과의 하룻밤들을 통해 영원히 사시게 된다.


아빠의 세가지 소원은 어쩌면 허무하게 다 써버렸다.

나도 아이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소원을 빌게 될까?

정답만 쓰는 연필, 태권도 검은띠, 친구보다 싸움 잘하기... 책 속의 어린시절 아빠처럼 아이들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어른들에게는 뭔가 다른 뭉클함이 전해지는 이야기다.

나도, 내 아버지도 훗날 아이들과의 하룻밤 하룻밤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게 될까?

멋진 추억을 좀 더 많이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니까.


 

p. 33

"내 나이쯤 되면 죽음이 삶을 다한 뒤에 오는 선물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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