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과 맞서는 방법, 자전거 라이딩.

이열치열이다.

신기하게도 자전거를 타는 동안은 덥다고 거의 느끼지 않는다.

마치 한여름에 일부러 찜질방에 들어갈 때의 마음가짐이랄까.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궁극의 진리를 여기서 또 깨닫는다.


긴장감은 갑갑하여 반장갑을 꼈는데, 어느새 손에 ‘영광의 자덕라인’이 생겼다.

골무 낀 것 같네.

반바지 빕숏을 입으면서부터는 다리에도 자덕라인이 자리 잡았다.

꼭 스타킹을 신은 것 같아 짧은 반바지는 못 입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좋다.

웃기다. 웃기면서도 뿌듯하다.

다리뿐 아니라 온몸이 뻐근해도 좋고, 난타를 아무리 쳐도 안 생기던 전완근이 생긴 것도 좋다.

가끔은 “나 변태 아냐?”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ㅋㅋ

하지만 얼굴에 짙게 자리 잡은 기미만큼은 영 반갑지 않다.


5개월 전, 따릉이를 자유롭게 이용하자’라는 단순한 목표로 자전거를 시작했다.

그땐 자전거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고, 알아야 할 것도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교육기간이 주 3회, 3개월이라길래 ‘그렇게까지?’ 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아직도 배울 게 많다.

2개월 차부터는 한강 라이딩을 연습했고, 교육이 끝난 후에는 팀원들과 주 3회 라이딩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견디기 힘들었던 안장통도 이제는 참을성과 엉덩이 살짝 들기 같은 작은 노하우로 버티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자주 떠오른 건 『기억 전달자』였다.

새로운 길 앞에서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을 때마다 조너스가 '공동체'를 벗어나 ‘그 너머’로 나아가는 장면이 생각났다.

흑백의 세상이 컬러로 바뀌던 순간처럼, 나 역시 나만의 경계를 넘어설 때마다 짜릿했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매번 나만의 경계를 넘는다는 것이 새롭고 좋았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장소, 모든 게 신선하다.

함께 달리며 맛집을 찾고, 명소와 맛집 도장깨기 하는 재미도 크다.

덕분에 오히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졌다.

생활 반경이 넓어졌고, 인생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그분들이 쏟아내는 경험과 지혜는 실로 대단하다.


출처: https://blog.naver.com/glory4288/220633104188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광휘의 속삭임』 (문학과지성사, 2008)



그렇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여러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너무 한꺼번에 내게 와 살짝 버거운 면도 있지만, 그만큼 배우고 웃을 일이 많아졌다.

며칠 전 읽은 책의 한 구절, "삶의 스펙트럼이 또 한 자락 열리는 기분", 딱 이거다.


자전거는 다이어트 유지 운동으로 시작했는데, 오히려 체중은 늘었다.

대신 근육량도 3kg이나 늘었다.

근육량 증가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근육 1kg이 1300만 원의 값어치라던데… 와, 나 진짜 돈 벌었네?!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진 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소득이다.


같이 타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있고, 혼자 달리지만 함께여서 더 좋다.

좋다, 좋다, 다 좋다.

다만 부작용이 있다면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저녁에 책장을 펼쳐도 곧 졸음이 몰려와 집중이 안 된다.

그래도 괜찮다. 내 하루의 시간의 틈을 만들어 내는 건 숙제.

날씨야, 아무리 더워봐라. 그래도 나는 자전거를 탈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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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8-29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린이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번 여름 폭염을 뚫고 계속 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한낮만 아니면 자전거 위가 오히려 시원합니다.

딸기홀릭 2025-08-29 23:24   좋아요 0 | URL
선배님의 향기가 느껴지는데요?
보통 10시에 모여서 한낮에도 타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바람과 그늘의 소중함을 느끼고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