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에 흐르는 정적. 영주는 이제 이 정적이 편안하다. 타인과 한 공간에 함께 있는데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쁘기까지 하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데도 말을 한다는 건, 물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느라 자기 자신은 배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억지로 있는 말 없는 말 다 꺼내놓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공허해지고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 P42

(...)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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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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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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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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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판형에 깜짝 놀람
진짜 비법노트 같은 느낌이다
오랜만에 알사탕도 다시 꺼내봤다
다시 봐도 참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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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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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에 나와 있듯이 낯설음과 기이함, 당혹스러움, 저항감에 이은 뜻밖의 흡인력까지, 딱 내 느낌을 대변해준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생각나 슬프고 답답함이 컸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것 같은 책이다.
나는 ‘고령화가족‘의 슬픈 유쾌함 쪽이다.
그것은 수상작(문학동네소설상) 혹은 수상후보작(부커상)의 법칙이었다. ㅎ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 P10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에 관한 귀납적인 설명이다. 즉, 한인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그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 P188

진실이란 본시 손안에 쥐는 순간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그래서 어쩌면 혹, 그 모든 설명과 해석을 유예하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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