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이나 정치인, 재벌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노인이라고 불리지 않으며 그들도 스스로를 노인으로 정체화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민에게만 노인이란 칭호를 붙인다. 노인이 되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만 문제가 된다. 이것은 나이듦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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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다녀와야 어른 된다. 철든다" "남자 된다", "사람 된다" 등우리 사회의 일상적 언설은 병역 의무 수행이 시민권뿐만 아니라 문화, 정서, 의식 등 모든 차원에서 ‘인간됨‘의 내용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인식에서는 "어른, 사람=남성"을 뜻하게 된다. 여성을 ‘철들게 하기 위해‘ 입대를 권하는 사람은 없다. 군 가산제 논쟁 때마다 등장하는 남성 논리인 "여자들이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한다."라는 비난이 있는데, 근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무와 권리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출 경우. 국가는 개인을 ‘국민‘, ‘시민‘으로 인정하고, 국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는다. 의무는 수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행했다고 해서 보상받을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군 가산제제도는 여성과 장애인 등 처음부터 국방의 의무가 면제된 사람들에게 그 면제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격이다. 면제의 기준을 문제삼아 여성과 장애인의 징병을 주장할 수는 있어도, 처음부터 면제된 의무를 안 했다고 해서 개인의 권리와 생존권(취업권)을 박탈하거나 감수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성은 병역의 의무가 면제된 것이 아니라 배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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