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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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이달의 함께 읽기 책.

처음엔 추천하신 분처럼 빨강머리 앤의 애니메이션이나 원작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그것을 매개로 한 단상들을 중심으로 쓴 책이다.


 

p. 8 (프롤로그), p. 270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에세이는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닌지라 별로 기대없이 책장을 펼쳤다가

프롤로그에서부터 맘을 빼앗겼다.

이후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기 시작했다.


 

 



 

 

작가로 일어서기까지 실패를 거듭한 작가의 경험 덕(?)에 실패에 관한 위로가 가장 많이 들어있다.

그래,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아.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바로 이것이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앤의 주옥같은 긍정의 말들에 대한 작가의 색다른 시선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것과 상관없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집중해서 들으면 감동은 더 배가 되는가 보다.

김영만 아저씨의 말이 한참 이슈가 되었을땐 그렇게 와 닿지 않았는데

그게 활자화 된 것을 곱씹어 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내가 요즘 힘든가? ㅋㅋ

실연수당에 대한 엉뚱한 생각에 실소했지만 재미있고 실현가능할 것도 같은 생각도 든다.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동안 나역시 나의 첫사랑을 돌이켜보고 궁금해 하기도 했다.

결론은 첫사랑은 추억 그대로 있어야 아름답다는 것.


정말 빨강머리 앤에 이런 말들이 나오나?

아주 오래전이지만 나도 참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자세히 기억나진 않는다.

유튜브에 50편 전편이 공유되어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반부 몇편을 봤는데 아....무심코 지나쳤던 명장면 명대사들이 많구나.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흰 꽃잎 날리는 내 기억의 명장면은 벚꽃이 아닌 사과꽃이었다 -.-;)

그걸 놓치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신선하고 부러웠다.

궁금한 것은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주옥같은 말들이 원작에도 있는 대사인가다.

회원들 중 원작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언젠가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오래전 읽었던, 보았던 다른 작품들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게 만든 책이다.

덕분에 천천히 나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함께 읽은 모두가 공감한 건, 이 책은 소장각이라는 것.


 

"앞으로 알아낼 것이 많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만약 이것저것 다 알고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럼 상상할 일도 없잖아요!"
- P20

기다리고 고대하는 일들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게 실제 우리의 하루다. 하지만 그럴 때 앤의 말을 꺼내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희망이란 말은 희망 속에 있지 않다는 걸.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는 꽃이라는 걸. 그 꽃에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은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일 거라고.
- P22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 아닐까.
시간은 느리지만 결국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나무를 자라게 한다.
나는 그것이 시간이 하는 일이라 믿는다.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강퍅한 마음을 조금씩 너그럽고 상냥하게 키운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거울을 보며 어느 날 당신도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아! 정말 좋다! 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아.......
- P28

"인간의 행동 중 일부는 감정 없이, 의식적인 목적 없이, 자아와 목표 사이의 진정한 동화 없이 그저 습관처럼 이루어진다. 의미 없는 행동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진심을 갖고 행동할 때 행복을 경험하고, 감각을 깨울 수 있다."
- P32

전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 P42

적당한 결핍은 쾌락을 증폭시킨다. (...) 우리는 너무 즉각적인 만족의 세계에 사는 건 아닐까? 기다림은 우리에게 결과를 떠나 과정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히려 만찍이라는 말은 이 설렘 뒤에만 따라오는 충만일지도 모른다.
- P44

막 대학에 입학한 아들을 둔 선배가 내게 말했다. 부모는 종종 자기 불안을 아이에게 투사하고, 자신이 풀지 못한 인생의 숙제를 아이가 반드시 풀어주길 바란다고, 그래서 아이에게 자신이 지고 있던 무거운 마음의 짐을 의도치 않게 넘겨준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조건 없는 사랑처럼 보이는 부모의 사랑조차 폭력이 될 수도 있단 얘길 하면서 그녀는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 P109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 P117

"인간이 언제 위로받는 줄 알아? 너도 나처럼 힘들구나! 바로 비극의 보편성을 느낄 때야."
- P156

"물고기가 낚시 바늘을 물지 않고 낚싯밥을 먹을 수는 없다."

모든 선택은 위험한 것이다. 그것이 선택의 본질이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 P172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도 정이 흠뻑 드는 나이가 10대와 20대가 아닐까. 쉽게 마음을 열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그래서 더 쉽게 상처받는 나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나이 말이다. 하지만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란 말의 본래의 뜻은 ‘누구와도 쉽게 헤어질 수 있다‘란 말과 같다. 그 말을 이해할 즈음의 어느 가을밤에는, 문득 청춘이 끝나버렸다는 걸 알고 좀 아득해지긴 하겠지만.
- P177

"어린이 여러분! 참 잘 자라주었어요. 걱정 말아요.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예요!"
- P195

첫사랑이 너무 잘 살면 배가 아프다. 하지만 첫사랑이 너무 못살면 가슴이 아프다. 배 아프면 먹을 약이라도 있지만, 가슴 아픈데 장사 없다. 첫사랑, 당신이 잘 살아서 다행이야.
- P236

"결혼이란 건, 말하자면 앞으로 저 사람이 내게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온갖 고통을 주게 될 텐데, 그 사람이 주는 다양한 고통과 상처를 네가 참아낼 수 있는지, 그런 고통을 참아낼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네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될 거야. 살아가는 동안 상처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누가 주는 상처를 견딜 것인가는 최소한 네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해야만 해. 그러니까 이 남자가 주는 고통이라면 견디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결혼해. 그러면 최소한 덜 불행할 거야. 물론 행복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말은,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남자라면, 때때로 견디는 일은 상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 될 거란 얘기야!"
- P249

나는 마음껏 기뻐하고, 슬퍼할 거예요. 이런 날 보고 사람들은 감상적이라느니,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표현한다고 수군거리겠지만 나는 삶이 주는 기쁨과 슬픔, 그 모든 것을,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마음껏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요.
- P276

잘 나이 드는 것,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그러니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 겠다. 충고는 그것을 청한 사람에게만 하자. 나이 운운하면서 섣불리 내 경험을 일반화시키지 말자. 조언을 한 뒤에는 그냥 잊자. 충고를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는 그것을 듣는 사람 마음이다. 말하는 것보다 점점 듣는즐거움을 깨닫자. 옛 말 틀린 거 없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하느니......
- P284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 이루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미리 생각해보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 P320

- 에필로그
"누구에게나 두 개의 인생이 주어져 있습니다. 두번째 인생은 삶이 한 번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We all have two lives. The Second one begins when you realize we only have one."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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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가 된 붉은 산양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29
선스시 지음, 박경숙 옮김 / 보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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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모가 된 붉은 산양' 표제작을 비롯하여, '쿠차이', '결함', '상모의 꿈' 네 편의 단편은

각각 산양과 늑대, 승냥이, 공자새(중국의 시조새), 코끼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동물이 주인공인지라 부담없이 빠져들지만 읽다보면 이내 냉혹하고 처절한 동물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살짝 놀라기도 했다.

하기야, 인간의 모습 특히 요즘 사회면들 보면 그보다 더 거칠고, 잔인한 면도 있으니 놀랄일도 아닌데.


표제작 '유모가 된 붉은 산양'에서는 어미 잃은 새끼 늑대의 유모가 된 암양 첸루얼이 자신의 새끼들은 여느 산양과는 다른 강인한 동물로 키워내려 애쓰지만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결국 남편도, 믿었던 아들도 어미를 버리고 달아난다.

나역시 같은 어미의 입장에서 무척 감정이입하며 읽었더랬다.

이런 배신감이란!

그러나 첸루얼은 자신의 무리가 아닌 완벽한 산양을 찾아 홀로 산을 오른다.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읽으면서 어쩐지 '가부와 메이의 폭풍우 치는 밤에'가 생각이 났다.

연작 그림책으로 만들어도 좋을것 같단 생각을 했다.


'쿠차이'는 승냥이 사회의 쿠차이-무리를 위해 가장 늙은 승냥이가 희생하는 풍습 이야기다.

우두머리 쒀터에게 닥친 문제는 하필 쿠차이로 자신을 키워준 어미 샤투를 지명해야 하는 것이다.

계속 우두머리로 남아 있을 것인가, 엄마를 지킬 것인가 사이에서의 내적갈등이 무척 공감되게 그려져 있다.


'결함'은 중생대를 배경으로 초식 파충류 징의 생존을 위한 두려움과 그리고 자신의 결함이라고 여겼던 부분이 생존을 위한 최대 강점이 된 이야기이다.

결함은 결함이 아니었으니!

징이 하늘을 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우와~ 탄성을 질렀더랬다.

다른 단편들보다 작가의 상상력이 훨씬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마지막 단편 '상모의 꿈'은 두 무리의 코끼리들 간 벌어진 싸움으로 수코끼리가 모두 죽고 남은 암코끼리와 새끼들의 생존기다.

두 무리의 어미코끼리들이 자신의 자식마저 희생하면서까지 지켜내려 애쓴 평화는 또다시 무너지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사는 모습들이 각기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인간사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어 대화가 거의 없고 반복되는 표현은 약간 지루한 면도 있지만,

불안과 공포, 절망의 끝에서 작가는 어떤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어렴풋이 느껴진다.

아동문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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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공감필법 공부의 시대
유시민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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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유시민의 책 하나를 읽고 싶었다.  정작 그의 책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인기작가라 그런가 전부 대출중.

이 책을 고른건, '공감필법'이란 제목이 끌리기도 했지만, 예약순번이 빨라서 이기도 하다.

이것도 다 운명이겠지.


책에 대해선 전혀 아는바 없이 고른터였다.

2016년 [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공부의 시대 연속특강에서 했던 강연과 질의응답을 간추리고 보충한 내용이란다.

강연을 바탕으로 해서 서술도, 분량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원래 강연의 제목은 '공부와 글쓰기'였는데 책으로 출간하면서 제목을 좀 더 멋지게 바꾸었다.

읽는 동안 '책은 도끼다'가 생각이 났다.

비슷한 주제지만 서술방식이 무척 부드럽고 편했다.

'책은 도끼다'에서 처럼 많은 책들이 등장해서 다 읽고 싶은, 혹은 다 읽어야할 것만 같은 부담감은 없다.

적은 분량이지만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려 애썼다.

공부의 시대 시리즈 나머지 네 권도 다 읽어보고 싶다.


공부와 글쓰기를 이야기했는데 내겐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이 더 와닿았다.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나, 잘 살고 있는가?


어떤 텍스트를 비판하려면 먼저 그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주장을 하는 경우에도 텍스트를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의 눈으로 그 텍스트를 봐야 합니다. 글쓴이가 무슨 생각과 어떤 감정을 텍스트에 담았는지 살펴본 다음 빠져나와서 자기 자신의 눈으로 그 텍스트를 비평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그걸 쓴 사람뿐만 아니라 제3자도 그 비평에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어요.
- P40

‘코스모스‘를 읽을 때 오류를 찾아내겠다는 태도롤 읽지 마십시오. 칼 쎄이건이라는 지식인에게 온전히 감정을 이입해서 읽으십시오. 그래야 공부가 됩니다. 그래야 그 사람처럼 타인의 감정이입을 끌어내는 글을 쑬 수 있게 됩니다. 이유는 자명합니다.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을 느낄 능력이 없다면, 타인이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지요.
- P43

글을 쓸 때 개별적 경험을 일반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꺼낸 겁니다. (...) 그분은 자기 변화는 인간관계의 변화를 통해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자기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바뀌어야 개인의 변화도 완성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변화가 그 사람의 질과 높이의 상한(上限)이라는 겁니다. 같은 키의 벼 포기나 어깨동무하고 있는 잔디가 그런 것처럼 말이지요.
- P50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책 속에 심어놓은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인간과 나 자신을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공부의 한 면이고, 그렇게 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문자로 옮기는 글쓰기는 공부의 다른 면입니다. 세상을 대하고 나를 대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을 정할 때,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활용해요. 그래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바뀌며,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 P58

자기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글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알아야 합니다.
(...)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생각의 폭과 감정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자기 자신과 인간과 사회와 역사와 생명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좌우합니다.
- P81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감으로 직접 경험하거나 신문, 방송, 책을 통해서 간접 체험하는 모든 것에서 정보, 지식, 생각, 감정을 읽어내어 교감하고 공감하고 비판하고 대립함으로써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공부입니다.
- P89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맛‘입니다. 한권이라도 음미하면서 읽고 행복한 상상을 하는 게 그런 것 없이 100권을 읽는 것보다 낫습니다. 다독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게 어리석은 것처럼, 속독하려고 애쓰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좋은 책은 천천히 아껴가면서 읽어야지요. 맛난 음식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씹어 먹는 것처럼요.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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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금을 대는 마음으로 책을 샀다.

도서관 예약 순번을 기다리려면 내년까지 가야할 것 같았다.

영화를 보고 싶었으나 개봉관도, 맞는 시간도 찾기 어려웠다.



http://www.podbbang.com/ch/9938?e=22365347

 


김용민 브리핑에서 소개했던 꼭지를 듣고는 무척 흥미로웠다.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 MB의 악행을 낱낱이 소상히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다.

MB를 어떻게 취재했는데,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으나

앞뒤 정황을 잘 파악하고 있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친절할 만큼 상황설명을 해주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기자라서 글을 잘 쓸것 같았는데 본인 말대로 말이 짧듯이 글도 짤막짤막, 행간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팟캐스트 방송에서 나온 부분이 대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를 응원하는 마음과 달리 이 책의 별점은 많이 줄 수가 없다.


p. 87

이명박의 가훈은 '정직'이다.


심각하게, 분노하며 읽다가 빵 터진 대목.


특이하게 북 OST가 있다.

이승환의 돈의 신.

가사도 가사지만 뮤직비디오 장면마다 은유가 기가 막히다.

썩은내 진동하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그들을 열심 응원한다.

그래서 '돈의 신' 음원도 구매했다. ㅋ



https://youtu.be/8J9XTCXoGx4


늬들은 고작 사람이나 사랑 따윌 믿지
난 돈을 믿어 고귀하고 정직해 날 구원할 유일한 선
늬들은 왜 그리 사니 근데 왜 그 꼴로 사니
돈으로 산 내 권세와 젊음 내 삶을 올려다봐

늬들은 고작 날 욕하거나
조롱이나 하지 날 부러워 하지
행복하자면서 돈이 다가 아니란 말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니가 하면 투기 내가 하면 투자
니가 하면 사기 내가 하면 사업
나는 나는 돈의 신 오 나의 세금들
The dirty money Rules the world
Rules the world Rules the world
나는 나는 돈의 신 오 나의 개돼지 워
나는 나는 돈의 신 오 나의 천민들
The dirty money Rules the world
Rules the world Rules the world
나는 나는 돈의 신 오 나의 개돼지 워

사랑도 정치도 머니 예술도 쇼미더머니
머니가 아니면 너는 머니 그건 마 엉터리
나는 나는 돈의 신 오 나의 세금들
The dirty money Rules the world
Rules the world Rules the world
나는 나는 돈의 신오 나의 개돼지 워
돈의 신 나의 천민들 돈의 신 나의 세금들
돈의 신 나의 노다지 돈의 신 나의 개돼지
아, 신묘한 꼼수를 부리시어 땅을 새로이하고
아, 자원을 다스리며 물을 가두시니
돈의 산성을 악의 장벽을 쌓으셨네
The dirty money Rules the world
Rules the world Rules the world
돈의 신 돈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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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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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해보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는 것보다

사랑을 해보고 상처도 입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었다.

아마 이 작가는 평생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았으리라.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러고 나서 그것이 끝나고 난 뒤의 무참함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말은 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만일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생애 단 한 번의 허용된 사랑이라고 해도

그 단 한 번의 사랑이 무참히 끝나고 말 것이라면 선택하지 않겠다고.

그저 사랑을 모르는 채로 남아 있겠다고.

p. 152



 

이 구절때문에 공지영의 고등어는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소설이었다.

고등어를 처음 만난건 1994년, 20년이 훌쩍 넘어 세기가 바뀌었다.

그땐 가슴으로 이 구절을 읽었더랬다.

은림이처럼 나도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시절이었으니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가슴이 아닌 머리로 이해한다.

내 안에 있는 감수성이 사라진걸까?

그럼에도 고등어를 읽는 동안은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름답지만 괴로웠던 그때였기에, 평소라면 술술 넘어갈 수 있는 분량이었음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때의 추억들을 곱씹어본다.

추억은 또다른 추억을 만드나 보다.


다른 내용들은 거의 기억을 잃어버려 다시 읽는 동안 아...그랬었구나 새삼 새롭게 읽었더랬다.

어찌보면 여경의 말대로 이상한 방법으로 과거에 집착하고 이상한 방법으로 서로에게 상처입히고 있는 구질구질한 이야기다.

스물한 두 살의 나이에, 강가에 나가서 강물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조차 죄책감을 가졌던 세대를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80년대를 몸으로 겪은 세대가 아니라서 그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소설속 배경은 삐삐가 등장하는 84년.

80년대도 90년대도 겪어보지 못한 지금의 세대가 이 소설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가 가장 궁금했다.


왜 그 많은 제목중에서 하필 '고등어'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은

소설속 내용과 작가후기를 통해 고등어가 상징하는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오래전 출간된 책이라는 편견때문인지, 작품 속 배경때문인지 약간 올드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속에서도 내 맘속에 와닿는 빛나는 표현들이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읽는 동안 내내 우울해진다.

20년전 읽을 당시의 상황도 그랬지만, 그들의 사랑, 그리고 그럴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때문이었나 보다.

어지간해서는 재독하는 일이 거의 없는 나에게 또 다른 의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마주 앉아 담배를 피울 동안이라는 핑계를 대면서까지 그토록 간절하게 붙잡고 싶었던 것은 담배가 아니라 단 몇 분간의 시간이었다. 생선회칼로 저며낸 듯한 그 얇고 투명하고 짧은 시간.

- P51

산다는 것은, 이런 안개 낀 밤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아주 가까운 앞과 아주 가까운 뒤만 볼 수 있는 일 같은 것, 아니다. 어쩌면 안개 낀 밤보다 더 뿌연 일이리라. 왜냐하면 산다는 것은 한 치의 앞조차도 보여주지 않는 일이니까 말이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안개 낀 밤보다 그러니까 더 지독한 것인지도 모른다.

- P148

사랑을 해보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는 것보다 사랑을 해보고 상처도 입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었다. 아마 이 작가는 평생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았으리라.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러고 나서 그것이 끝나고 난 뒤의 무참함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말은 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만일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생애 단 한 번의 허용된 사랑이라고 해도 그 단 한 번의 사랑이 무참히 끝나고 말 것이라면 선택하지 않겠다고. 그저 사랑을 모르는 채로 남아 있겠다고.

- P152

"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때 그 바닷속을, 대체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 P255

그녀의 속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시간들은 뜨거워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 P287

- 작가후기
나 역시 한때 그들과 함께 넉넉한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희망으로 온몸을 떨던 등이 푸른 자유였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등이 푸른 자유를 포기할 만큼 소금에 절여져 있지는 않았으니까.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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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4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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