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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ㅣ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독서모임 이달의 함께 읽기 책.
처음엔 추천하신 분처럼 빨강머리 앤의 애니메이션이나 원작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그것을 매개로 한 단상들을 중심으로 쓴 책이다.
p. 8 (프롤로그), p. 270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에세이는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닌지라 별로 기대없이 책장을 펼쳤다가
프롤로그에서부터 맘을 빼앗겼다.
이후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기 시작했다.
작가로 일어서기까지 실패를 거듭한 작가의 경험 덕(?)에 실패에 관한 위로가 가장 많이 들어있다.
그래,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아.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바로 이것이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앤의 주옥같은 긍정의 말들에 대한 작가의 색다른 시선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것과 상관없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집중해서 들으면 감동은 더 배가 되는가 보다.
김영만 아저씨의 말이 한참 이슈가 되었을땐 그렇게 와 닿지 않았는데
그게 활자화 된 것을 곱씹어 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내가 요즘 힘든가? ㅋㅋ
실연수당에 대한 엉뚱한 생각에 실소했지만 재미있고 실현가능할 것도 같은 생각도 든다.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동안 나역시 나의 첫사랑을 돌이켜보고 궁금해 하기도 했다.
결론은 첫사랑은 추억 그대로 있어야 아름답다는 것.
정말 빨강머리 앤에 이런 말들이 나오나?
아주 오래전이지만 나도 참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자세히 기억나진 않는다.
유튜브에 50편 전편이 공유되어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반부 몇편을 봤는데 아....무심코 지나쳤던 명장면 명대사들이 많구나.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흰 꽃잎 날리는 내 기억의 명장면은 벚꽃이 아닌 사과꽃이었다 -.-;)
그걸 놓치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신선하고 부러웠다.
궁금한 것은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주옥같은 말들이 원작에도 있는 대사인가다.
회원들 중 원작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언젠가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오래전 읽었던, 보았던 다른 작품들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게 만든 책이다.
덕분에 천천히 나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함께 읽은 모두가 공감한 건, 이 책은 소장각이라는 것.
"앞으로 알아낼 것이 많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만약 이것저것 다 알고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럼 상상할 일도 없잖아요!" - P20
기다리고 고대하는 일들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게 실제 우리의 하루다. 하지만 그럴 때 앤의 말을 꺼내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희망이란 말은 희망 속에 있지 않다는 걸.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는 꽃이라는 걸. 그 꽃에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은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일 거라고. - P22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 아닐까. 시간은 느리지만 결국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나무를 자라게 한다. 나는 그것이 시간이 하는 일이라 믿는다.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강퍅한 마음을 조금씩 너그럽고 상냥하게 키운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거울을 보며 어느 날 당신도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아! 정말 좋다! 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아....... - P28
"인간의 행동 중 일부는 감정 없이, 의식적인 목적 없이, 자아와 목표 사이의 진정한 동화 없이 그저 습관처럼 이루어진다. 의미 없는 행동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진심을 갖고 행동할 때 행복을 경험하고, 감각을 깨울 수 있다." - P32
전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 P42
적당한 결핍은 쾌락을 증폭시킨다. (...) 우리는 너무 즉각적인 만족의 세계에 사는 건 아닐까? 기다림은 우리에게 결과를 떠나 과정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히려 만찍이라는 말은 이 설렘 뒤에만 따라오는 충만일지도 모른다. - P44
막 대학에 입학한 아들을 둔 선배가 내게 말했다. 부모는 종종 자기 불안을 아이에게 투사하고, 자신이 풀지 못한 인생의 숙제를 아이가 반드시 풀어주길 바란다고, 그래서 아이에게 자신이 지고 있던 무거운 마음의 짐을 의도치 않게 넘겨준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조건 없는 사랑처럼 보이는 부모의 사랑조차 폭력이 될 수도 있단 얘길 하면서 그녀는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 P109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 P117
"인간이 언제 위로받는 줄 알아? 너도 나처럼 힘들구나! 바로 비극의 보편성을 느낄 때야." - P156
"물고기가 낚시 바늘을 물지 않고 낚싯밥을 먹을 수는 없다."
모든 선택은 위험한 것이다. 그것이 선택의 본질이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 P172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도 정이 흠뻑 드는 나이가 10대와 20대가 아닐까. 쉽게 마음을 열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그래서 더 쉽게 상처받는 나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나이 말이다. 하지만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란 말의 본래의 뜻은 ‘누구와도 쉽게 헤어질 수 있다‘란 말과 같다. 그 말을 이해할 즈음의 어느 가을밤에는, 문득 청춘이 끝나버렸다는 걸 알고 좀 아득해지긴 하겠지만. - P177
"어린이 여러분! 참 잘 자라주었어요. 걱정 말아요.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예요!" - P195
첫사랑이 너무 잘 살면 배가 아프다. 하지만 첫사랑이 너무 못살면 가슴이 아프다. 배 아프면 먹을 약이라도 있지만, 가슴 아픈데 장사 없다. 첫사랑, 당신이 잘 살아서 다행이야. - P236
"결혼이란 건, 말하자면 앞으로 저 사람이 내게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온갖 고통을 주게 될 텐데, 그 사람이 주는 다양한 고통과 상처를 네가 참아낼 수 있는지, 그런 고통을 참아낼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네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될 거야. 살아가는 동안 상처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누가 주는 상처를 견딜 것인가는 최소한 네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해야만 해. 그러니까 이 남자가 주는 고통이라면 견디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결혼해. 그러면 최소한 덜 불행할 거야. 물론 행복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말은,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남자라면, 때때로 견디는 일은 상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 될 거란 얘기야!" - P249
나는 마음껏 기뻐하고, 슬퍼할 거예요. 이런 날 보고 사람들은 감상적이라느니,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표현한다고 수군거리겠지만 나는 삶이 주는 기쁨과 슬픔, 그 모든 것을,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마음껏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요. - P276
잘 나이 드는 것,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그러니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 겠다. 충고는 그것을 청한 사람에게만 하자. 나이 운운하면서 섣불리 내 경험을 일반화시키지 말자. 조언을 한 뒤에는 그냥 잊자. 충고를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는 그것을 듣는 사람 마음이다. 말하는 것보다 점점 듣는즐거움을 깨닫자. 옛 말 틀린 거 없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하느니...... - P284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 이루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미리 생각해보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 P320
- 에필로그 "누구에게나 두 개의 인생이 주어져 있습니다. 두번째 인생은 삶이 한 번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We all have two lives. The Second one begins when you realize we only have one."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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