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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공감필법 ㅣ 공부의 시대
유시민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작정 유시민의 책 하나를 읽고 싶었다. 정작 그의 책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인기작가라 그런가 전부 대출중.
이 책을 고른건, '공감필법'이란 제목이 끌리기도 했지만, 예약순번이 빨라서 이기도 하다.
이것도 다 운명이겠지.
책에 대해선 전혀 아는바 없이 고른터였다.
2016년 [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공부의 시대 연속특강에서 했던 강연과 질의응답을 간추리고 보충한 내용이란다.
강연을 바탕으로 해서 서술도, 분량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원래 강연의 제목은 '공부와 글쓰기'였는데 책으로 출간하면서 제목을 좀 더 멋지게 바꾸었다.
읽는 동안 '책은 도끼다'가 생각이 났다.
비슷한 주제지만 서술방식이 무척 부드럽고 편했다.
'책은 도끼다'에서 처럼 많은 책들이 등장해서 다 읽고 싶은, 혹은 다 읽어야할 것만 같은 부담감은 없다.
적은 분량이지만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려 애썼다.
공부의 시대 시리즈 나머지 네 권도 다 읽어보고 싶다.
공부와 글쓰기를 이야기했는데 내겐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이 더 와닿았다.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나, 잘 살고 있는가?
어떤 텍스트를 비판하려면 먼저 그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주장을 하는 경우에도 텍스트를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의 눈으로 그 텍스트를 봐야 합니다. 글쓴이가 무슨 생각과 어떤 감정을 텍스트에 담았는지 살펴본 다음 빠져나와서 자기 자신의 눈으로 그 텍스트를 비평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그걸 쓴 사람뿐만 아니라 제3자도 그 비평에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어요. - P40
‘코스모스‘를 읽을 때 오류를 찾아내겠다는 태도롤 읽지 마십시오. 칼 쎄이건이라는 지식인에게 온전히 감정을 이입해서 읽으십시오. 그래야 공부가 됩니다. 그래야 그 사람처럼 타인의 감정이입을 끌어내는 글을 쑬 수 있게 됩니다. 이유는 자명합니다.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을 느낄 능력이 없다면, 타인이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지요. - P43
글을 쓸 때 개별적 경험을 일반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꺼낸 겁니다. (...) 그분은 자기 변화는 인간관계의 변화를 통해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자기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바뀌어야 개인의 변화도 완성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변화가 그 사람의 질과 높이의 상한(上限)이라는 겁니다. 같은 키의 벼 포기나 어깨동무하고 있는 잔디가 그런 것처럼 말이지요. - P50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책 속에 심어놓은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인간과 나 자신을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공부의 한 면이고, 그렇게 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문자로 옮기는 글쓰기는 공부의 다른 면입니다. 세상을 대하고 나를 대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을 정할 때,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활용해요. 그래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바뀌며,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 P58
자기의 생각과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글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알아야 합니다. (...)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생각의 폭과 감정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자기 자신과 인간과 사회와 역사와 생명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좌우합니다. - P81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감으로 직접 경험하거나 신문, 방송, 책을 통해서 간접 체험하는 모든 것에서 정보, 지식, 생각, 감정을 읽어내어 교감하고 공감하고 비판하고 대립함으로써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공부입니다. - P89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맛‘입니다. 한권이라도 음미하면서 읽고 행복한 상상을 하는 게 그런 것 없이 100권을 읽는 것보다 낫습니다. 다독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게 어리석은 것처럼, 속독하려고 애쓰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좋은 책은 천천히 아껴가면서 읽어야지요. 맛난 음식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씹어 먹는 것처럼요.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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