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금요일까지 여의도 근처에서 교육을 받는다. **실무 교육. 그래서 그런지 오늘이 금요일 같다. 떨어지는 태양도 금요일 태양과 똑같이 느껴진다. 안 그래도 요즘 생활의 발란스가 깨진 것 같았는데 좀 쉬다 와야겠다.

아마 내일 교육장에 가면 사람들이 기백명 쯤은 운집해 있을 거다. 그중에는 대학 동기도 있을 테고 관계사 직원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 오늘부터 자유롭다.

세상 어디에 가도 내가 모르는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작은 시선에서 조차도 자유롭고 싶다.

조용히 책 읽으며 보내고 싶다. 이번 주 토요일, 일요일이 내겐 휴일이 아니므로 목요일, 금요일에 푹 쉬었다 와야겠다. 오늘 배송된 책도 두권이나 있는데...

이런 시간을 즐겁다. 자유와 가까워지는 시간... 점점 자유의 냄새가 강해지는 시간... 자유에 내 몸을 던지는 시간... 내가 곧 자유가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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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오는 전화와 프린터에서 쉴 새 없이 뽑아내는 출력물로 오후 이 맘때 책상 위는 늘 아수라장이다. 물론 내 정신상태는 말할 것도 없다. 하루 중에 가장 사무적이고, 가장 이성적인 이 시간에 친구 A는 내게 전화를 하고, 난 휴식 중인 친밀감을 음성에 싣는다.

"회사야?" A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꺼낸다. "응, 회사지. 일 안해?"

A는 사업을 한다. 하지만 사업이란 말은 너무 사치스러운 표현이다. 그냥 후라이드 치킨집이다. 아니 튀긴 닭가게.

"어... 오늘 쉴려고." 힘이 없다. 늘 밝은 A인데... 난 전화를 머리와 어깨 사이에 낀 채 이제 좀 가닥이 잡힌 데이터 정리에 여념이 없다. "그래." 그는 어렵게 얘기하고 난 너무 쉽게 말한다.

"헤어졌어." "뭐? 뭐라고?" 때마침 빗나간 버린 수화기와 내 청력은 A에게 상처를 준다.

"헤어졌다고."

한 3년전에 A는 옷가게를 하는 B와 사귀기 시작했다. B는 맘이 넓었고 생활력도 강했다. A가 어느정도 기반이 잡히면 분명히 둘은 결혼하리라 생각했다. A도 나도 어쩌면 B도.

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아니, 말이 필요 없었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전화기 저편의 음성이 젖어 있다.

A가 내게 눈물을 보인 건 10년 할아버지의 장례 이후 처음이다.

"그럼. 당연하지." 난 이렇게 말했지만, A의 흐느낌에 묻혀 버린다.

그 후 몇마디 말이 오가고 우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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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좀 지겨워지기 시작할만 하니까 날이 개었다. 비오는 날엔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져 손 까딱하는 것도 힘겹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미뤘던 일들이 차곡차곡 책상 위에 쌓여 있다. 점심을 먹고 인스턴트 커피를 홀짝이며 책상 앞에 앉는다. 마우스 운신의 폭이 책상 위의 유일한 공간이다. 커피잔을 놓자 그것마저도 이내 사라져 마우스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오후 한시부터 두시까지는 정적인, 차분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뜻대로 된 적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벌써부터 오피스 내음 물씬 풍기는 소리들이 몰려온다. 같은 벨소리라도 사무실 안에서는 형식적이고 같은 말이라도 사무실 안에서는 건조하고 온기 없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본다. 비오는 날 습도 100%, 이런 하늘을 가진 날은 한 80%정도 되리라. 문득 어젯밤 강행했던 빨래들이 걱정된다. 왜 갑자기 빨래가 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하고싶은 일 중에 빨래가 있다는 게 신기하고, 기특하고, 우울하다.

막강 편지부 다영이의 메일을 확인한 건 빨래를 다 널고 성취감에 젖어있을 때였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메일은 날 기쁘게 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야학'에서의 '야'자에 관한 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줄바뀜 없이 길게 늘어진 글... 아마 다영이는 긴 문장을 좋아하는 듯 하다. 그 덕분에 읽다가 숨차 죽는 줄 알았다. (믿거나 말거나^^)

커피 한 잔을 마셨고, 신발을 두어번 신었다 벗었다 했고, 다리를 수차례 꼬았다 풀었다 했지만 여전히 습도 80%의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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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이유가 있었다. 힘이 없고 눈빛엔 촛점이 없고 자신감은 상실되고 자존심마저도 맥이 풀려버린 이유말이다. 그런데 5월엔 이유가 없다. 그래서 미치겠다. 이런 모습은 나에게도 생경하다.

이유를 못 찾겠다.

이유를 모르겠다.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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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避我路 2025-05-0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나, 열심히 살았구나.
 
 전출처 : stella.K > [퍼온글] 김현태씨의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고백은 늘 서툴기 마련입니다.

아무말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그저,도망치듯 뒤돌아 왔다고 해서

속상해 하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모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완전하게

표현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겁니다.

저 멀리서 언제나 뒷모습만 흠모하다가

정녕 그 사람의 앞에 서면,

왠지 그 사람이 낯설기에 순간,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해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고백은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서툴면 서툴수록 고백은 더욱 완벽해 집니다.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 채

그저 머리만 긁적거리다

끝내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뒤돌아 왔다면

그것만큼 완벽한 고백은 없을 겁니다.

그것만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건 없을 겁니다.

사랑한다고,

사랑해 미칠 것 같다고

굳이 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언제부턴가 당신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고백은 말을 전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간절한 그리움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곁에 살포시

내려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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