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poptrash > 책읽기의 어려움

행복에 대한 강박이 행복을 놓치게 하듯, 책 읽기에 대한 강박은 책 읽기를 어렵게 만듭니다. 책을 안좋아하는 사람이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요. 책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취미를 못붙였다던지, 아픈 추억이 있다던지, 기회가 없었다던지 하는 그 이유만 벗어던지면 얼마든지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지요. 말하자면, 앞으로 나갈 일만 남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책 읽기에 대한 강박은 더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입니다. 되돌아가기도 쉽지가 않아요. 책을 좋아하고, 또 많이 읽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세상엔 좋은 책이 얼마나, 이 사람 저 사람 여기 저기서 추천하는 책들은, 그리고 그 설명을 보면 정말 그럴싸하고 마음에 쏙드는 그런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책들을 모두 읽고 싶지만, 일단은 눈앞의 책부터 읽어야 하는데, 빨리 다 읽고 다른 책들을 읽을 생각부터 하는데 책이 눈에 들어오겠어요? 그래서 조금 읽다가 시시하다, 재미없다, 지겹다, 못 읽겠다, 못 참겠다 싶으면 다른 책을 피고, 또 다른 책을 피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한 50~60 페이지만 읽은 책들이 쌓여가는 거에요. 이거야말로 쌩난리-_-.

예전에는, 두꺼운 책을 좋아했습니다. 뭔가 그럴싸하고, 많은 것이 들어있을 것만 같고, 무엇보다 본전 생각이 안난다는 것. 하지만 그거야말로 얼마나 무식한 생각인지. 마치 러닝 타임을 보고 영화를 판단하듯-_-; 요즘에야 비로소 얇은 책들의 미덕을 새삼 실감하는 중이에요.

아무튼 책 읽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요즈음 저는 책을 갖고 싶어하는 건지, 읽고싶어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것도 아마 책 읽기에 대한 강박에서 나온 거겠지요. 읽고 싶은건 일단 사놓고 본다. 사놓기만 하면 언제든 볼 수 있으니까. 이 말은 곧, 지금 당장은 읽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세상엔 아직도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 그것들은 지금 사놓지 않으면 언제 볼 수 있을런지도 모르는데 그런 책들 부터 먼저 읽어야지요. 이미 갖고 있어서 10년 후에라도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지금 굳이 읽을 필요가 있나요? - 이런 식. -_-;

아무튼, 이래저래. 돈이 문제입니다. 얄팍한 지갑. 무거운 카드 명세서의 압박.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부터 먼저 읽어야 하는건가요 이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일부터 금요일까지 여의도 근처에서 교육을 받는다. **실무 교육. 그래서 그런지 오늘이 금요일 같다. 떨어지는 태양도 금요일 태양과 똑같이 느껴진다. 안 그래도 요즘 생활의 발란스가 깨진 것 같았는데 좀 쉬다 와야겠다.

아마 내일 교육장에 가면 사람들이 기백명 쯤은 운집해 있을 거다. 그중에는 대학 동기도 있을 테고 관계사 직원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 오늘부터 자유롭다.

세상 어디에 가도 내가 모르는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작은 시선에서 조차도 자유롭고 싶다.

조용히 책 읽으며 보내고 싶다. 이번 주 토요일, 일요일이 내겐 휴일이 아니므로 목요일, 금요일에 푹 쉬었다 와야겠다. 오늘 배송된 책도 두권이나 있는데...

이런 시간을 즐겁다. 자유와 가까워지는 시간... 점점 자유의 냄새가 강해지는 시간... 자유에 내 몸을 던지는 시간... 내가 곧 자유가 되는 시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걸려오는 전화와 프린터에서 쉴 새 없이 뽑아내는 출력물로 오후 이 맘때 책상 위는 늘 아수라장이다. 물론 내 정신상태는 말할 것도 없다. 하루 중에 가장 사무적이고, 가장 이성적인 이 시간에 친구 A는 내게 전화를 하고, 난 휴식 중인 친밀감을 음성에 싣는다.

"회사야?" A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꺼낸다. "응, 회사지. 일 안해?"

A는 사업을 한다. 하지만 사업이란 말은 너무 사치스러운 표현이다. 그냥 후라이드 치킨집이다. 아니 튀긴 닭가게.

"어... 오늘 쉴려고." 힘이 없다. 늘 밝은 A인데... 난 전화를 머리와 어깨 사이에 낀 채 이제 좀 가닥이 잡힌 데이터 정리에 여념이 없다. "그래." 그는 어렵게 얘기하고 난 너무 쉽게 말한다.

"헤어졌어." "뭐? 뭐라고?" 때마침 빗나간 버린 수화기와 내 청력은 A에게 상처를 준다.

"헤어졌다고."

한 3년전에 A는 옷가게를 하는 B와 사귀기 시작했다. B는 맘이 넓었고 생활력도 강했다. A가 어느정도 기반이 잡히면 분명히 둘은 결혼하리라 생각했다. A도 나도 어쩌면 B도.

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아니, 말이 필요 없었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전화기 저편의 음성이 젖어 있다.

A가 내게 눈물을 보인 건 10년 할아버지의 장례 이후 처음이다.

"그럼. 당연하지." 난 이렇게 말했지만, A의 흐느낌에 묻혀 버린다.

그 후 몇마디 말이 오가고 우린 전화를 끊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가 좀 지겨워지기 시작할만 하니까 날이 개었다. 비오는 날엔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져 손 까딱하는 것도 힘겹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미뤘던 일들이 차곡차곡 책상 위에 쌓여 있다. 점심을 먹고 인스턴트 커피를 홀짝이며 책상 앞에 앉는다. 마우스 운신의 폭이 책상 위의 유일한 공간이다. 커피잔을 놓자 그것마저도 이내 사라져 마우스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오후 한시부터 두시까지는 정적인, 차분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뜻대로 된 적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벌써부터 오피스 내음 물씬 풍기는 소리들이 몰려온다. 같은 벨소리라도 사무실 안에서는 형식적이고 같은 말이라도 사무실 안에서는 건조하고 온기 없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본다. 비오는 날 습도 100%, 이런 하늘을 가진 날은 한 80%정도 되리라. 문득 어젯밤 강행했던 빨래들이 걱정된다. 왜 갑자기 빨래가 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하고싶은 일 중에 빨래가 있다는 게 신기하고, 기특하고, 우울하다.

막강 편지부 다영이의 메일을 확인한 건 빨래를 다 널고 성취감에 젖어있을 때였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메일은 날 기쁘게 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야학'에서의 '야'자에 관한 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줄바뀜 없이 길게 늘어진 글... 아마 다영이는 긴 문장을 좋아하는 듯 하다. 그 덕분에 읽다가 숨차 죽는 줄 알았다. (믿거나 말거나^^)

커피 한 잔을 마셨고, 신발을 두어번 신었다 벗었다 했고, 다리를 수차례 꼬았다 풀었다 했지만 여전히 습도 80%의 하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4월은 이유가 있었다. 힘이 없고 눈빛엔 촛점이 없고 자신감은 상실되고 자존심마저도 맥이 풀려버린 이유말이다. 그런데 5월엔 이유가 없다. 그래서 미치겠다. 이런 모습은 나에게도 생경하다.

이유를 못 찾겠다.

이유를 모르겠다.

이유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