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에 숨어 있는 아이들 옛 그림에 숨어 있는 시리즈
이상권 지음 / 현암주니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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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작가님의 옛 그림 시리즈 상상의 동물, 열두 동물 편에 이어 세 번째 책 <옛 그림에 숨어 있는 아이들>. 이번엔 아이들을 주제로 한 그림을 소개합니다.

딱딱하고 지루하게 여겨질법한 미술 작품 세계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구수한 입담으로 알려주고 있어요.


그림 속에서 옛날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땐 그저 옛날 사람들은 학교 안 다녀서 좋았겠다는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지금 우리 나이 때보다 더 어린 시절부터 치열하게 공부했었다는 걸 알고 있지요.


양반집 아이들은 과거 급제를 위한 공부에 매달려야 했는데 그럼 평민 아이들은 어땠을까요. 더 바쁘게 살았더라고요. 온 가족이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아이 키에 맞는 작은 지게를 지고 다니는 모습도 그림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선비들이 계곡물 구경 하러 갈 때도 아이는 비서이자 경호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양반들의 짐을 지고 다녀야 했고, 그들이 타고 다닌 당나귀를 관리해야 했던 아이. 어른들 못지않게 일해야만 했죠. 이쯤 되면 우리 아이가 한숨과 함께 내뱉은 차라리 학교 다니는 게 편하지라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그림 속에 드러난 아이들의 표정, 행동을 보면서 상상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이들의 놀이문화도 엿볼 수 있는데요, 요즘도 하는 공기놀이가 옛 그림에도 나타나고 고누놀이라고 하는 전통 놀이도 알게 되었어요. 제 어린 시절에만 해도 바닥에 줄 긋고 돌멩이를 도구 삼아 한 다양한 놀이들을 했었는데, 요즘은 바깥놀이를 전혀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 생활. 그런 놀이를 사라지게 만들어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그 유명한 김홍도의 <서당> 그림에서는 지금까지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배우기도 했어요.
어린이인데 갓을 쓴 모습도 있고, 그냥 머리를 길게 땋은 아이도 있는데 왜 그런지 아세요? 갓을 썼다면 결혼한 어른인 셈이라고 합니다. 김홍도 그림은 워낙 유명해서 눈에 익어 있었지만 이런 부분이 있었다는 걸 몰랐어요.  그저 혼나고 울고 있는 아이에게만 집중해 있었던 겁니다. 보고 있다고 진실로 다 아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네요.

 

 


아이들이 그림 속에 있으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흥겨운 곳에 빠지면 안 되죠. 행복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그림에도 동자가 있어야 살아납니다. 산신령, 신선이 나오는 그림에는 동자가 꼭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죠. 작고 여리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졌고, 희망을 상징하는 아이. 순수한 마음의 표상인 아이를 그림에 집어넣음으로써 화가의 소망을 엿볼 수도 있어요.
아이와 직접 박물관에 가서 그림을 확인하면서 한번 더 감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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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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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과외하기,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 화이트 크리스마스, 난폭한 로맨스 등 시나리오, 드라마 작가 박연선의 첫 장편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아.. 정말 미친 입담에 책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게 하더라고요.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탄생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네요. 가볍고 유쾌하게 진행하는 코지 미스터리는 제 취향이 아니어서 많이 접하질 않았었는데 이 소설은 매력있군요.


여든 살 시골 노파 홍간난 여사와 스물한 살 도시처녀 삼수생 강무순. 이 둘의 케미가 아주 제대로네요.
할아버지 장례 치르느라 시골에 온 강무순은 자고 일어나니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상황. 백수 같은 삼수생 입장이니 홀로 남은 할머니를 당분간 모시는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 오지. 더럽게 안 가는 시간을 때우려고 여기저기 뒤적이던 중, 어린 시절 이곳에 머물면서 그렸던 보물지도 냄새가 나는 그림 한 장을 발견하면서 무려 15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보물상자에서 나온 알 수 없는 물건들의 주인을 찾다 보니, 15년 전 이 마을에서 일어난 네 명의 소녀 실종 사건이 드러나는데. 초등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실종 소녀들은 그저 가출한 것인지 아니면 무서인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오리무중.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죠. 그저 물건의 주인을 알고 싶었던 작은 호기심이 얽히고설킨 사건 하나하나를 불러냅니다.


반전이 나오기까지는 사건 자체의 심각성은 사실 크지 않았습니다. 툭하면 찰진 욕을 내뱉는 홍간난 여사와 백수 강무순, 그리고 흐뭇하게 해주는 꽃돌이, 동네 바보 일영이 등 캐릭터에 치중합니다. 인물의 성격 묘사만으로도 흥미진진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소설이었어요. 어쩜 그리도 미친 글발을 선보이는지. 독자를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해줍니다. 분명 글을 읽는데도 귀로 들리는듯한 입체음향적인 소설이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웃음 뒤에 슬며시 따라오는 예리한 생각들을 포착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중간중간 등장하는 주마등 편에서는 한 남자의 고백이 담겨 있는데 사건의 무게감이 더해지는 느낌입니다. 키킥 대며 웃던 와중에도 과연 누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잊지 않게끔 미스터리 요소를 안겨주네요.
기막힌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을 때는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안타까운 가정사, 뿌리뽑고 싶은 사회악이 우연과 겹쳐져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한데 모여 벌어진 그날의 사건은 씁쓸함과 허탈감을 주기도 합니다.


밭일하다 개미집을 건드린 강무순의 생각이 꽤 인상 깊게 남네요. 자신들의 삶을 일시에 무너뜨린 거대한 존재를 저들은 죽을 때까지 모를 테지 하며 개미들을 보는데, 목적도 악의도 없이 개미집을 무너뜨린 상황이 사라진 네 명의 소녀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삶과도 같았어요.


책 디자인은 정말 읽어보고 싶게 잘 만든 것 같아요.
띠지를 벗기면 나오는 또 다른 그림으로 처음부터 시선 강탈하는 데다가 이게 머릿속에 박혀있다 보니 반전의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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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대신 세계일주 - 대한민국 미친 고3, 702일간 세계를 떠돌다
박웅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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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얻지 못했어도 좋아 '같이 감성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얻었어야 했다. - 책 속에서

 

세계일주로 그는 무엇을 얻었을까.

대학을 가지 않고 세계일주를 한 스무 살에 대한 보상은 무엇이었을까.

 

<수능대신 세계일주>는 흔한 여행 에세이가 아닙니다.

어디를 둘러봤네 하며 세계 곳곳의 명소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어떻게 갓 스무 살에 혼자 떠나게 되었고, 여행 경험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 시대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행이 진짜 좋은 이유는 거기에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대하며 여행을 떠나지만 더 큰 질문을 가지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 책 속에서

 

여행에는 인생에 대한 답은 있어도 해결책은 없다는 말이 와 닿네요.

답을 찾지 못해도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는 여행이기에 손해될 건 없어 보입니다. 꼭 무언가를 얻기 위해 떠날 필요도 없고, 그냥 떠나보니 뭔가가 생긴 거고 조금 더 성장한 것 같다고 합니다. 뭐든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나은 법이라는 걸 몸소 겪은 거죠.

 

대학을 갔다면 어차피 학자금 대출로 다녔을 텐데 그런 식으로 일반적인 코스를 따라가는 게 싫었다고 해요.

수능을 포기하고 호주로 떠날 결심을 합니다. 남들은 그 나이에 스펙 쌓으려 유학 준비하겠지만, 워킹 비자로 호주를 선택했던 이유는 단지 최저시급이 높았다는 것. 아르바이트와 영어 공부하며 호주행부터 준비했더라고요. 세계일주를 위한 전초 단계였습니다.

 

 

 

1년 1주일간 육대주 24개국을 돌아다니며  온갖 경험을 한 박웅 저자.

평생 한 번은 꼭 해볼 만하지만 두 번은 못할 짓이라는 뉴욕 타임스퀘어의 신년 맞이 행사, 비행기를 놓친 사연, 총 9개월을 지내고서도 그리운 중남미, 기가 빨리는 도시였다는 카이로 등 특별한 기억 보따리를 열어주기도 합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본질적인 맹점이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저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리 없다. 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게 되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세계일주라는 로망만 품기보다는 직접 뛰어든 그의 행동력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실천했기에 이뤄진 여행이었습니다. 

 

박웅 저자는 대신 어떻게 할까?로 물어야 한다고 해요.

그 역시 어떻게 하면 좋은 일을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축을 더 많이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치열하게 했습니다. 도피나 회피의 여행이 아닌 88만 원 세대는 되기 싫었기에 승부수를 띄웠던 그는 수능대신 세계일주로 남들이 보기엔 배짱을 제대로 부렸습니다. 일찌감치 세상에 뛰어들었기에 앞으로도 꿈을 잘 찾아갈 거라 생각되네요.

 

<수능대신 세계일주>라는 제목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간질 간질거립니다.

나의 꿈은 무엇인지, 그 꿈을 위해 남들이 선택하는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지 고민해 보라고 던지는 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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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가는 길 The way to the North - 노르웨이 빛을 담다 Shinhyerim Photoessay 2
신혜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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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담는 사진작가 신혜림의 두 번째 포토에세이 <The way to the North 북쪽으로 가는 길>.

포토그래퍼 신혜림 작가가 직접 모델이 되었던 <Pink Blossom Island 핑크 블라썸 아일랜드>는 핑크핑크한 하와이 감성을 안겨줬는데, 이번엔 폭염을 물리칠만한 서늘함을 주는 에어컨 같은 책이네요.
<The way to the North 북쪽으로 가는 길>은 2009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친 노르웨이 여행 사진입니다.

 

"나는 망설일 것 없이 마음에 동하는 장면들을 렌즈로 서걱, 베어내 보았다."

 

 

 

 

봄날 나른한 햇살과도 같은 몽환적인 느낌의 필름 사진들.
그 빛은 따가운 느낌 없이 상쾌한 공기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경쾌함이 있네요.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한 스냅 사진들은 내가 찍으면 필름 사진 특유의 촌스러움만 눈에 띄는데, 신혜림 작가의 필름 사진은 너무 멋져요.

 

2009년 사진과 2015년 사진 간에 미묘한 차이도 느낄 수 있습니다.

빈티지한 느낌을 준 2005년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프레임이 많았고, 2015년 사진에서는 더 시원시원한 프레임을 선보이네요.

 

쨍한 하늘이 아닌 흐릿한 하늘 색감도 필름 사진과 참 잘 어울리는 노르웨이.

백야 특유의 어스름한 빛을 담아내면서 북유럽만의 느낌과 필름 사진의 장점을 살린 사진이 가득합니다.

신혜림 작가의 사진을 만나면 환하고 쨍한 사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어요.

 

찍으면 예술이 되는 노르웨이 자연 풍경을 보며 답답한 무더위를 잠시 이겨내봅니다.

이번 포토에세이에도 명컷을 엽서로 만들었네요.

눈여겨 봐뒀는 사진들이 엽서로 있으니, 감히 책장을 찢어내 벽에 장식하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켜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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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포도밭 -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
이반 일리치 지음, 정영목 옮김 / 현암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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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저격수 이반 일리치의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 텍스트의 포도밭.
읽기 기술에 관해 쓴 최초의 책인 12세기 수도사 후고의 『디다스칼리콘』을 해설하면서 우리가 배우고 책을 읽는 방식에 의문을 던집니다.

 

<텍스트의 포도밭>은 12~13세기 역사를 통해 그전까지 통했던 수사식 읽기에서 책 중심 접근법으로 변화한 시점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그동안 책의 역사와 읽기의 역사를 동일시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후고가 쓴 『디다스칼리콘』으로 수사식 읽기라는 것을 알게 되니 그제야 읽기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디다스칼리콘』의 첫 문장 "구해야 할 모든 것 가운데 첫째는 지혜다."를 통해 후고의 읽기 본질을 알 수 있습니다. 후고의 사상에서는 타락한 인류가 지혜와 재결합해야 한다는 것, 치유 개념이 핵심입니다.
단순한 읽기가 아닌 더 수준 높은 공부에 대한 안내서였던 그의 책은 '읽기'에 필요한, 읽기가 계발하는 덕목을 알려줍니다. 읽는 사람이 과시를 목적으로 지식 축적을 추구하지 않고, 노력을 통해 지혜로 나가려 할 때 익혀야 할 습관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읽는 사람은 모든 관심과 욕망을 지혜에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 망명자가 된 사람이며, 이런 식으로 지혜는 그가 바라고 기다리던 고향이 된다." - 책 속에서

 

이반 일리치는 "후고가 말하는 공부를 위한 노력은 읽는 사람 자신의 '자아'에 불이 붙어 빛이 반짝이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후고의 세계관에 따르면 읽기는 죄가 빛을 막아버린 세계에 다시 빛을 가져오는 치료제인 셈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반 일리치는 후고의 비유적 표현을 해설해주면서 후고의 사상, 읽기의 본질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최근에 읽은 『셜록의 기억력을 훔쳐라』에서 접한 기억의 궁전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는 거였어요.

후고에서 기억력 훈련은 읽기의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기억력 훈련은 고대 웅변가들이 이용한 기억 기술이었지만 점차 사라졌었다고 해요. 후고는 고전적인 기억 훈련을 진지하게 소생시킨 첫 번째 인물이라고 합니다. 정보를 꺼내는 유일하고 주요한 수단으로 기억을 제안합니다.


이 과정에서 "배움의 시작은 읽기에 있지만, 그 절정은 묵상에 있다"며 묵상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후고가 말하는 묵상은 수동적이고 정적주의적인 태도로 감정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 집중적인 읽기 활동이며 신체적 활동으로 표현합니다. 읽는 사람은 자신의 박동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행들을 이해하고, 박자를 다시 포착하여 그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생각할 때는 입안에 넣어 씹는 것으로 관련짓습니다.

 

"후고는 읽을 때 수확을 한다. 행들로부터 열매를 딴다." - 책 속에서

 

페이지의 행은 포도를 지탱하는 포도 시렁의 줄이라고 합니다. 열매를 딸 때 자신의 귀를 위한 활동으로 소리 죽인 중얼거림과 암송 활동을 제안하고 있고요. 행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사람을 위한 읽기 기술인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우리가 하는 소리 내지 않고 읽기 방식은 읽기의 역사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후고가 몸 전체로 평생의 읽기와 관련되는 틀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왜 강조했는지 당시 배경을 알면 도움 됩니다.

당시에는 인쇄술 발달, 책 레이아웃의 변화, 색인 강조 등 텍스트가 페이지에서 벗어나고, 알파벳이 라틴어에서 벗어나는 시기였습니다. 감정과 함께 이루어지는 읽기 외 사실적 지식을 늘릴 목적을 가진 학자식 읽기가 등장하게 되었죠.

 

이제 책은 읽는 사람이 하던 일을 미리 보기 좋게 해 주었습니다.

저자 자신이 주제를 고르고 자신의 질서를 집어넣고, 눈에 보이는 페이지는 말의 기록이 아니라, 생각을 거친 주장의 시각적 표현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서 텍스트의 창조자로 변했습니다.

 

12세기 후고의 책을 왜 지금 다시 주목해야 할까?

지금 우리 세대가 후고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또다시 읽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니까요. 이반 일리치 저자는 <텍스트의 포도밭>을 통해 후고가 고민했던 부분을 다시 일깨우고 있습니다.

 

최초의 독서가이드 『디다스칼리콘』으로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재발견한 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
읽기의 본질을 찾는 여정을 해보세요. 곱씹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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