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전쟁 - 통일 후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말이 요즘 세대에는 공감이 될까요? 통일은 그저 남 일 같고, 통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글쎄요, 저도 해 보질 않았습니다. 그저 통일이 되면 순식간에 남북이 합쳐지고 서로 오가고... 초반엔 혼란이 있겠지만 그럭저럭 융합되지 않을까 하는 낙관주의로 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표백>,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등으로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강명 작가의 신작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가상 시나리오지만 통일 전문가들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통일 후 한반도 상황을 예측해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말 달랐어요. SNS 간단 리뷰 올릴 때 쓴 한줄평으로 소설 감상을 정리해봅니다. "이러려고 통일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통일되면 남북 왕래가 바로 될 거란 것은 이상주의적인 생각이라고 합니다. 휴전선, DMZ는 그대로 남아있고 분계선이란 이름으로 바뀐 통일 후의 한반도. 북한에 통일과도정부가 들어서고, 평화유지군이 들어섭니다. 전면적이면서도 점진적인 통합과정이라는 허울을 씌워 북한은 여전히 고립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북한은 아수라가 된 상황. 통일 전 무시무시한 악명을 날리던 북한군 특수부대인 신천복수대 출신들이 조선해방군이라는 조직을 세워 북한 밑바닥을 장악합니다. 북한은 마약 수출국으로 유명하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조선해방군 조직은 남한으로 마약을 유통할 눈호랑이 작전을 계획하고 곧 실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실태, 평화유지단과 인민보안부의 관계, 부패한 군인들 등 다양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다룹니다. 

이쯤에서 영웅 등장해줘야죠. 신천복수대 출신 장리철은 부대 출신자를 찾으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 소설의 배경인 장풍군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여러 사건에 휘말리다 조선해방군의 계획을 알게 되고 결국 그들과 부딪칩니다. 특수부대 출신답게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장리철의 액션 장면은 영화로 직접 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몇몇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평생 전투 기계로 살아온 그의 사고방식이 바뀌게 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람 목숨 값의 가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북한 조선해방군의 계획을 막는 과정에서 숱한 사람의 목숨이 사라집니다. 끔찍한 장면 묘사도 종종 나오는데 그런 장면조차 완전 허구는 아닐 거라는 생각에 오싹해지더라고요. 

통일되면 군 의무 복무도 점차 사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 같은 방식이면 인구 절벽 시대에 충당될지 모르겠습니다. 소설에서는 북한에서의 평화유지군 인원을 감당하려고 예비역 장교들이 차출돼 싸이처럼 군대 두 번 가는 상황도 연출됩니다. 

통역 장교로 재입대한 강민준을 통해 남한이 북한을 대하는 방식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쓰레기 매립지, 화장장, 교도소,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정신병원 등 필요하지만 남한에 짓기 껄끄러운 시설은 모조리 북한에 짓고,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의 차별 문제도 심각했고요.

소설을 읽으며 처음에는 설마? 싶은 마음이 더 컸다면, 읽어나갈수록... 안타깝지만 이 소설에서 보여준 상황보다 훨씬 더 나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통일 이후 벌어질 혼란에 대해 일부만 엿본 셈이지만. 북한 문제에 제일 무관심한 사람들이 한국인들 같다는 평화유지군 장교의 말이나 누군가는 나섰어야 했다며 침묵하고 저항하지 않음을 자책한 북한 여성의 말, 이러느니 차라리 북한과 전쟁을 벌였어야 했다는 말을 보며 통일한국에 대해 우리는 얼마큼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