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잇 스노우
존 그린.로렌 미라클.모린 존슨 지음, 정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존 그린 작가 이름이 보여서 반가웠고, 겨울 분위기 가득한 몽글몽글한 분위기의 표지도 사랑스럽고. 


소설 <렛 잇 스노우 (Let it Snow)>는 전미 청소년 교양도서 Top에 오르는 작가 세 명이 모여있어요. 세 가지 단편이 옴니버스식으로 결국 연결되는 구성입니다. 2013년에 읽었던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노엘> 책도 이런 구성에 배경도 비슷해 생각나네요. 개인적으로는 <노엘> 책을 당시에 느낌 좋게 읽어서 그런지 아직도 기억날 정도네요.


모린 존슨 <주빌레 익스프레스>, 존 그린 <크리스마스의 기적>, 로렌 미라클 <돼지들의 수호신>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고 크리스마스 전날부터 크리스마스 다음날까지, 삼 일 동안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읽으면서 미국은 크리스마스 문화나 감정이 우리와는 다르긴 하구나 느꼈어요. 그들은 크리스마스의 기쁨과 기적의 소망을 정신적으로 담고 있다고나 할까...




크리스마스이브날. 

남자친구 노아와 특별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소망했던 주빌레는 부모님의 사건사고 덕분에 폭설이 쏟아지는 날 할아버지 댁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가야 했어요. 산타마을 수집광인 엄마가 한정판을 낚으러 갔다가 폭동에 휩쓸려 유치장에 갇힌 신세가 되었거든요. 주빌레라는 이름도 원래는 스트리퍼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타마을 모형 건물의 이름이 주빌레여서 딸 이름으로 삼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폭설로 기차는 중간에서 멈춰 발이 묶여버리고, 남자친구 노아는 전화도 제대로 안 받고. 되는 일이 없습니다. 완벽 그 자체인 남자친구 노아와의 연애가 언젠가부터 삐거덕거렸다는 걸 감지하면서도 애써 외면해왔지만, 결국 이날 묵혔던 감정이 터지고 맙니다.


"나는 오랜 시간 칸막이를 걸어 잠그고 샤워기 아래 쭈그리고 앉아서 "LET IT SNOW"라고 적힌 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거리고 있었다. 그래, 눈이나 펑펑 와라. 펑펑 눈이 와서 아예 내 몸이 눈 속에 묻혀 버렸으면 좋겠다. 인생, 참으로 재미있다." 책 속에서


그 상황에서 함께 있어준 남자가 있었으니. 불꽃 파바박 튀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하룻밤 지내러 그의 집에 가면서 지름길로 가다 얼음 개울에 빠지질 않나,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정이 순식간에 쌓이는군요. 게다가 그의 어머니는 일부러 자리를 피해 주기도 하고 며느리 운운하면서 초스피드로 아들의 뚜쟁이 역할을 단단히 합니다. 


대사 하나하나에 청소년소설다운 10대 이미지가 철철 넘치더라고요. 보통 어른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렴' 하면 빈말이래도 감사한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주빌레의 머릿속에서는 '친절은 감사했지만 아직 가족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나' 싶은 생각을 거침없이 하기도 합니다. 

새 남자친구 사귀는데 23분 ㅋㅋ 청소년소설에 로맨틱코미디를 제대로 담은 <주빌레 익스프레스>였어요. 개인적으론 가장 마음에 든 파트이기도 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린이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첫 번째 편에 등장했던 아이들이 이번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10대 남자아이들 특유의 흥분과 설렘이 가득한 <크리스마스의 기적>편. 치어리더들이 나타난 와플하우스에 기대감 가득 안고 폭설을 뚫고 가는 아이들. 치어리더와의 썸씽을 위해 세상 하직할 뻔한 사고를 겪으면서도 그곳까지 가는 우여곡절의 여정을 그렸는데 배꼽 잡을 만큼 재미있었어요. 

일행 중에 한 명은 그저 여자사람 친구였던 사이였지만, 그 길에서 그들은 우정에서 사랑으로 감정 변화를 겪습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소년의 감정선을 잘 그려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우정과 사랑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은 재앙과도 같았다. 그 벽을 허물면 처음에는 행복하지만 그 후로는 어중간한 상황이 이어진다." - 책 속에서




여자친구와 일주일 전 헤어지고 다시 만나러 가던 소년. 앞 두 편에서 잠깐 등장하는데요. 바로 그 여자친구의 시점에서 진행하는 세 번째 이야기 <돼지들의 수호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 힘들어하던 소녀. 남자친구가 다정하고 로맨틱하고 애정 넘치는 사람이길 원하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섭섭하지만 징징대는 여자가 되기는 싫어 입 다문 바람에 계속 삐거덕거리다 얼마 전 결별했습니다. 하지만 헤어진 후 슬픔에 잠기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다 스스로 변해보기로 결심하죠. 


"정말 달라지고 싶다면 스스로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어느 부분부터 변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 책 속에서


내 가치를 모르는 사람과 억지로 사귀다 사랑의 아픔을 겪은 주빌레의 성장기를 그린 <주빌레 익스프레스>, 우정과 사랑의 감정에서 혼란을 겪는 토빈의 성장기 <크리스마스의 기적>, 이기적인 모습을 깨닫고 성장하는 애디의 이야기 <돼지들의 수호신>이 담긴 <렛 잇 스노우> 소설은 영화화 확정되었다니 <안녕, 헤이즐>의 뒤를 이을 영어덜트 작품으로 기대됩니다. 


마냥 생각 없어 보이는 행동 뒤에 깨닫는 아이들 나름의 진지함이 묻어 나옵니다. 로맨스까지 제대로 섞어 청소년들이 꽁냥꽁냥 설렘 속에 읽어나갈 수 있을만한 내용이네요. 크리스마스라는 이미지가 주는 달곰한 분위기 때문에 더 이 추운 계절에 읽기 좋은 핫팩 같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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