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패리시 부인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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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SNS 속 타인의 삶을 스크롤 하며 무심코 부러움을 느낀 적이 있나요? 만약 그 부러움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저 삶을 빼앗아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위험한 집착으로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소설 『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인간의 내밀한 선망과 탐욕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서늘한 진실을 파헤치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2017년 출간 당시 미 내셔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전 세계 150만 부 이상 판매 기록을 세운 이 작품은, 최근 틱톡 등 SNS에서 새로운 세대 독자들에게 재발견되며 도파민 스릴러의 원조로 역주행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저자 리브 콘스탄틴(Liv Constantine)은 린 콘스탄틴과 발레리 콘스탄틴 자매의 필명입니다. 할머니에게서 들은 옛이야기에서 영감을 얻고 비밀스러운 줄거리를 더한 자매는, 멀리 떨어져 사는 환경 속에서도 영상통화와 이메일로 플롯을 교환하며 이야기를 완결 지었다고 합니다.





반전이 핵심인 소설이라 스포일러 지뢰밭을 밟지 않은 채 읽으면 가장 좋지만, 결말을 다 알게 된 저 역시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소재이지만 자극적인 치정극을 넘어, 겉포장지 속에 완벽해 보이는 삶의 진짜 가격이 얼마인지를 묻는 스토리텔링의 힘과 치밀한 구성 덕분에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의 구조는 파괴적입니다. 1부와 2부의 시점 전환은 1부를 읽는 내내 구축해 놓은 확신을 2부에서 일순간에 무너뜨립니다.


1부에서 앰버 패터슨은 자신의 초라한 현실에 진절머리를 내며, 완벽한 부와 명예를 가진 대프니 패리시의 세계에 들어갈 기회를 노립니다. 앰버가 대프니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치밀합니다. 대프니의 과거 아픔과 가족사를 미리 조사한 뒤, 공감하는 척 연기를 펼칩니다. 게다가 앰버는 대프니의 남편 잭슨 패리시의 취향까지 철저히 분석해 그를 유혹할 덫을 놓습니다.


앰버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상대방의 지적 취향인 고서나 고전 『오디세이아』까지 학습해 맞춤형 가면을 씁니다. 지적인 동반자이자 유능한 조력자의 모습으로 잭슨의 경계심을 해제하는 전략적 교활함이 돋보입니다.


앰버가 잭슨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하는 시점에서, 『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2부 대프니의 시점으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서사적 쾌감과 도파민은 최고조에 달하게 됩니다.





우리는 타인의 SNS나 겉모습만을 보고 그들의 삶이 완벽할 것이라 착각합니다. 앰버에게 대프니의 삶은 호화로운 저택, 명품, 세련된 사회적 지위의 결정체였습니다. 부러움이라는 흔한 감정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다니. 설정만 놓고 보면 새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시선의 질감에 있습니다. 욕망, 질투, 계급적 동경에 대한 치밀한 심리 묘사 맛집입니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을 읽다 보면 내 안의 '작은 앰버'와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성취 앞에서 문득 우울해지고, 이내 그 사람의 단점을 찾아내며 스스로를 위안하려 애쓰던 어떤 순간들 말입니다. 현실의 우리는 그 부끄러운 마음을 곧 접어두지만, 이 소설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그 접혀 있던 마음을 한 장씩 펼쳐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도파민과 예측 불허의 반전을 원한다면 이 소설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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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고 보는 위대한 도전 도감 - 위인들의 도전 이야기로 키우는 초등 문해력 ㅣ 쉽게 읽고 보는 도감
정상영 지음, 신응섭 그림 / 진선아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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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도전하라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새로운 일에 용기를 내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라고 격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가 무엇에 도전해야 할지 모르거나, 한 번의 실패로 자신감을 잃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응원보다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무엇을 바꾸려 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목표에 다가갔는지 살펴보는 경험이 아이에게 더 의미 있는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정상영 글, 신응섭 그림의 『쉽게 읽고 보는 위대한 도전 도감』은 사상과 제도, 과학과 비즈니스, 탐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 40명의 인물을 소개합니다. 소크라테스, 마틴 루터 킹, 제프 베이조스, 닐 암스트롱, 손기정, 김연아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익숙한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탐험하며, 인간의 능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생각하도록 이끕니다. 신문 기사형 문장과 그림 덕분에 초등학생이 읽기 부담을 줄이고 문해력까지 기를 수 있게 구성되었습니다.





『쉽게 읽고 보는 위대한 도전 도감』은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통해 도전의 여러 모습을 보여 줍니다. 코페르니쿠스는 당시 널리 받아들여지던 천동설에 반대해 지동설을 주장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전통과 권위에 도전했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출발했지만, 기존의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드러냅니다.


위대한 인물은 처음부터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마주한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사람이었습니다.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 다른 의견을 내는 일, 익숙하지 않은 과목에 도전하는 일, 잘하지 못하는 운동을 다시 연습하는 일도 아이에게는 작지 않은 도전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며, 결과를 통해 배우는 과정은 서로 연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부모와 아이가 나눌 수 있는 질문도 달라집니다. "이 사람은 무엇을 해냈을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사람은 왜 다른 선택을 했을까?", "나라면 어떤 어려움에 부딪혔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인물의 업적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위해 행동했으며 그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팀 버너스리 편에서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현대의 웹(WEB) 기술을 비교하며 정보 독점의 해체 과정을 설명합니다. URL, HTTP, HTML이라는 전문 용어가 단순한 기술적 정의로 끝나지 않고, 인류가 지식을 공유하고 연대하게 된 문명적 사건으로 재해석됩니다. 정보의 고속도로를 타고 흘러가는 지식의 파도를 역동적으로 그려내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매일 쓰는 인터넷의 본질이 한 프로그래머의 연결에 대한 도전에서 비롯되었음을 일깨워 줍니다.


에드먼드 힐러리 편은 개인의 영웅적 신화 뒤에 숨겨진 협력과 실패의 분석에 초점을 맞춥니다. 에베레스트 등반이라는 극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전 탐험대들의 실패 원인을 면밀히 복기하고, 현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와의 온전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과정이 서술됩니다. 독불장군식 영웅이 아닌, 타인의 지혜를 흡수하고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도전을 완성하는 핵심 동력임을 보여줍니다.





오타니 쇼헤이 편에서는 스포츠계의 공고한 통념이었던 분업화와 한 가지 올인이라는 상식에 균열을 낸 인물의 궤적을 짚어냅니다. 투수냐 타자냐 하나만 골라라는 프로 세계의 압박 속에서도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투타 겸업(이도류)을 고집해 마침내 MLB 역사를 새로 쓴 오타니의 이야기는, 기존 시스템의 틀에 맞추기를 강요받는 요즘 아이들에게 고유한 자기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김연아 편에서는 기술적 완벽함을 넘어 예술적 경지에 도달한 피겨 여왕의 발자취를 다룹니다. 열악한 국내 환경과 빙상장의 부재, 끊임없는 부상이라는 절망적인 조건 속에서도 1만 번 이상의 반복 연습을 통해 전 대회 입상이라는 올포디움의 대기록을 작성한 서사는, 단단한 자존감과 끝까지 해내는 끈기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전달합니다.


『쉽게 읽고 보는 위대한 도전 도감』은 호흡이 짧아 쉽게 읽히면서도 40가지의 다채로운 사회·과학·역사 지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해 볼까?" 하는 용기와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눈을 길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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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대화 -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에 들어온 뒤,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들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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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질문하는 힘을 잃어가는 인간이 답해야 할 미래 『서늘한 대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뇌과학자이자 물리학적 언어로 인간의 선택과 마음을 탐구해 온 KAIST 정재승 교수가 《열두 발자국》 이후 8년 만에 신작 『서늘한 대화』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한 인간의 위치를 서늘한 감각으로 짚어냅니다. CES 전시장, 학회장, 강연장, 연극 무대 그리고 챗GPT와의 대화창에서 노벨상 수상자, 기업가, 수도승, 학부모, 인공지능과 나누었던 40개의 생생한 담론을 엮어낸 미래 사유 안내서입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제목에도 들어 있는 '서늘함'입니다. 저자는 〈사용설명서〉에서 이 서늘함을 두려움에 얼어붙지도 낙관에 취하지도 않은 채 아직 바꿀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의 온도로 정의합니다.





AI를 두고 우리는 대개 뜨겁거나(열광) 차갑거나(공포)의 양극단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서늘하다'는 그 사이의 감각입니다. 한여름에 에어컨 바람을 맞았을 때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상태이기도 하고요. 흥분을 가라앉히되 얼어붙지는 않는, 일종의 각성 온도입니다.


인공지능은 질문에 답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데 점점 능숙해지고 있습니다. 자료를 정리하고,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고,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는 일에서도 인간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이런 환경에서 지식의 양과 정답을 찾는 속도만으로 개인의 경쟁력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서늘한 대화』는 아이의 성장과 학교 교육을 다루면서 호기심, 공상, 딴짓, 전공을 벗어나는 질문의 가치를 짚습니다. 정해진 시간표를 충실히 따르고 주어진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능력만으로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답을 찾는 일은 인공지능에 맡길 수 있어도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이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 교육이 개인의 성취와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앞으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공동의 결론을 만들어내는 경험도 중요해진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미래의 경쟁력은 인공지능보다 더 빠르게 답을 내놓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기술이 제시한 답을 검토하고, 서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나누는 능력에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 역시 기계를 이기는 훈련이 아니라 기계가 제시한 답을 인간 사회에 맞게 판단하는 훈련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입력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요청합니다. AI는 우리의 지시를 따르는 도구이고, 최종 판단은 인간의 몫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서늘한 대화』는 이 관계를 뒤집어 보여줍니다. 저자가 늦은 밤 챗GPT와 대화하며 경험한 서늘함은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에서 비롯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능력을 상당히 정확하게 분석하고, 어떤 능력부터 빼앗아갈지 순서까지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화면 건너편에서 인공지능은 우리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시에 우리의 능력을 측정하고 있었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면접하는 동안, 인공지능도 우리를 면접하고 있었다."라고 말합니다.


직장인이 인공지능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자료를 정리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기술뿐 아니라 자료를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능력까지 맡기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사용법을 익히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맡길지, 어떤 과정은 직접 수행할지,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지 정하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기계가 일을 대신하는 동안 인간이 판단 능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기술의 편리함도 오래 누릴 수 있습니다.


마음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언어를 번역했다. 이제는 우리의 감정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다음 차례는 관계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서늘함은 "기계가 빼앗아 갔다기보다 우리가 외로움에 지쳐 마음의 빈자리를 기꺼이 내어줄지도 모른다는 데서 왔다"라고 고백하는 지점입니다. 대개 '빼앗긴다'는 수동태로 말하는데, 저자는 '내어준다'는 능동의 가능성을 건드리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인간이 관계의 어려움을 견디기 힘들어질 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짚어보는 부분이 놀라웠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오해와 갈등, 기다림과 책임이 따릅니다. 반면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을 조정하기도 쉽습니다. 외로움이 깊을수록 이런 편리함은 강한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과 정재승 교수가 나눈 대화도 실려 있습니다.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행복을 생각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경험이 즐거운 것과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삶을 만족스럽게 기억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시간을 절약해주는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한다면, 효율의 향상이 삶의 만족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더라도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수명 연장만으로 행복을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기술이 삶의 조건을 바꾸는 동안 삶의 목적은 인간이 계속 생각해야 할 문제로 남습니다.


『서늘한 대화』를 읽는 내내 좋은 어른과의 늦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에 내 생각이 슬그머니 움직이는 식이거든요. 인공지능이 쓴 미래의 초안이 날마다 도착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빠른 독해가 아니라 이 문장을 고칠 펜을 내가 쥐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다움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 가득합니다. 기계가 잘하는 일을 무조건 인간이 더 잘해야 한다고 고집하기보다, 기계의 능력을 활용하면서 인간의 경험과 개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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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후회 없이 살 것인가 - 하버드 지성들을 사로잡은 가장 뜨거운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제임스 올워스.캐런 딜론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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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최고 경영학자가 내린 삶의 진단 『어떻게 후회 없이 살 것인가 (원제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성공의 함정을 건너뛰는 인생 자원 배분의 기술을 만나보세요.


우리는 연봉 높은 직장, 번듯한 타이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회적 성취를 거두면 행복해질 것이라 믿으며 쉼 없이 달려갑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이자 생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수많은 지성들을 가르쳤던 고(故)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는 하버드 MBA를 졸업하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동창들이 정작 가정 파탄이나 이혼, 심지어 범죄에 연루되어 감옥에 가는 비극을 마주하며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고 밝힙니다.


잘사는 것(Being well-off)과 진정으로 잘 사는 것(Living a good life)은 결코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어떻게 후회 없이 살 것인가』는 경영학의 렌즈를 우리의 일상과 인생에 대입해,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후회 없는 삶을 완성할 수 있는지 파헤칩니다.


돈을 좇는 것은 기껏해야 직장에서의 좌절감을 완화해 줄 뿐이며, 그런데도 부라는 유혹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조차 혼란에 빠뜨려 왔다는 점을 자각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세운 의도적 계획만큼이나 우연히 찾아오는 기회, 즉 창발적 전략과 의도적 전략의 균형 속에서 삶의 방향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간관계와 가정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지혜로 가득합니다. 저자는 동료의 일화를 인용하며, 유명한 밀크셰이크 이론을 인생의 관계로 확장합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밀크셰이크가 가장 잘 팔리는 시간이 출근길이라는 사실을 통해, 사람들이 지루하고 긴 출근길을 달래기 위해 밀크셰이크를 '고용한다'는 본질적 이유를 찾아낸 것처럼 말입니다.


부부 관계와 가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는 배우자를 위해 애쓴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배우자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지 못해 좌절을 겪습니다.


아울러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성공만을 강요하기보다, 인생의 시련을 이겨낼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도록 경험의 학교를 설계해 주어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저자는 "힘든 순간에 처한 자녀를 무조건 감싸고 돕고 싶은 것이 부모의 본능이다. 그러나 어려운 도전을 직면하지 않고 실패도 경험해 보지 않은 아이는 평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없다"라며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묻습니다.





마지막 3부 감옥에 가지 않는 법 파트에서는 인생의 치명적인 실수를 막아주는 단단한 방패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인생의 중대한 윤리적 결정이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다가올 것이라 착각하지만, 실제 삶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결정들이 연달아 이어지는 형태로 흘러갑니다.


한계적 사고의 함정에 빠져 '이번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며 타협하는 순간, 방어막은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짚어줍니다. 저자는 "한계 비용 분석에 근거하여 ‘이번 한 번만’이라는 유혹에 굴복한다면, 결국에는 그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배운 교훈이다. 원칙을 98퍼센트 지키는 것보다 100퍼센트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쉽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삶의 도덕적 정직성은 유연함이 아니라 100퍼센트의 단호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자원 배분의 역설입니다. 기업이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갈리듯, 우리의 인생 자원 역시 주의를 기울여 관리하지 않으면 뇌와 마음에 내장된 기본값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하고 소모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의 무서움은 '기본값'이라는 단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의 기본 설정을 바꾸지 않으면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리듯, 삶의 기본 설정도 손대지 않으면 가장 급하고 가장 눈에 띄는 일에 우리 시간이 흘러갑니다. 일은 마감이 있고 성과가 즉시 보입니다. 반면 가족과의 대화나 친구와의 안부에는 마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줄 알면서도 뒤로 밀립니다. 저자가 말하는 자원 배분은 거창한 인생 설계라기보다 내 일상의 기본 설정을 한 번이라도 열어 본 적 있는가라는 점검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삶의 전략, 즉 매일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은 투자와 같다. 우리는 시간과 에너지, 재능, 부와 같은 ‘자원’을 배우자나 연인과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녀를 잘 키우는 것, 일에서 성공하는 것, 교회나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 등 개인적인 삶의 여러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사용한다"라며 일상적인 자원 배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후회 없는 삶은 모든 선택이 성공으로 끝나는 삶이 아닙니다. 예상하지 못한 실패를 겪을 수도 있고, 최선을 다했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고, 그 가치에 맞게 자원을 배분하며, 선택의 결과를 돌아보는 태도는 지금부터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인생이라는 기업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하고 있나요? 『어떻게 후회 없이 살 것인가』는 일과 가정, 관계라는 인생의 복잡한 변수들을 경영학적 이론과 프레임워크를 통해 조망하고,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가치 있는 곳에 재배분하는 실천적 지혜를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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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잊는 것이 아니다
김수진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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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지워야 할 부채가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삶의 자산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김수진 시인의 시집 『슬픔은 잊는 것이 아니다』.


“잊어버려”, “털어버려”, “시간이 약이야”라는 말로 자신의 아픔을 제대로 마주할 겨를도 없이 감정을 서둘러 급속 냉동시켜 버리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정말 슬픔을 지워버리는 것이 건강한 삶일까요? 슬픔이라는 감정은 우리 삶에서 퇴출해야 할 부작용에 불과한 것일까요?


문학고을 강원지부에서 활동하며 다사로운 온기와 솔직한 시어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다져온 김수진 시인.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소박한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 감정의 진짜 얼굴을 드러냅니다. 슬픔을 안전하게 소유하고 항해하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슬픔을 망각이 아닌 보유로 바라본다는 관점이 독특합니다. 시인은 슬픔을 부정하거나 빨리 털어내려 애쓰는 대신, 슬픔이 내 삶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하나의 온기나 가락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가만히 관조합니다.


시 「뾰족구두」는 우리 모두의 페르소나에 대한 은유입니다. 남들에게 멋지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타인의 시선에서 자부심을 얻기 위해 우리는 매일 아침 불편하고 위험한 뾰족구두를 신습니다. 먼 시선 속 멋진 나를 유지하기 위해 발가락이 비틀리는 통증을 참아내며 곡예를 하듯 걸어갑니다.


시인은 편안한 납작이(단화)나 운동이(운동화)를 그리워하면서도, 뾰족구두가 주는 아찔한 유혹과 매력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중적 심리를 포착합니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위해 그 위태로운 곡예를 이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위해 견뎌내고 있는 숨은 아픔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이 시집에서 가장 제 마음을 두드린 시는 「숨죽여 우는 새」입니다. 소리 없이 숨죽여 우는 울음 같은 건 없다는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게 됩니다. 울지 말고 강해지라고 압박하는 사회에서, 그러나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숨을 죽인 채 아파하는 존재야말로 가장 절실한 삶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들입니다.


시인은 역설적으로 숨죽여 우는 새는 없다는 통념에 맞서, 자기 내면의 아픈 울음을 밖으로 꺼내어 놓습니다. 슬픔을 억지로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발산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말로,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가 된다는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시인은 윤동주의 시를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고단한 삶의 무게 때문에 발버둥 치는 대신 자연의 이치에 가만히 몸을 맡깁니다.


소설가 유영준 작가의 소개글에 따르면 김수진 시인은 목소리가 크지 않고 나직나직하게 말하지만 시어 속에서는 포장 없이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성향이라고 말합니다. 포장지로 자신을 감싸기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산다"라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시인의 태도는, 역설적으로 거짓 긍정에 지친 이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옷자락 끝 실밥마냥 나풀거린다"라며 미련을 옷 끝에서 흔들리는 실밥에 비유한 이 문장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실밥은 잡아당기면 올이 더 풀릴까 봐 건드리기도 애매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정확한 크기가 아닐까요. 완벽하게 비워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시인은 조금은 실밥처럼 나풀거리는 미련을 달고 살아도 괜찮다는 다정한 허락을 건네는 듯합니다.


슬픔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고 그윽한 평정심이 시집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슬픔은 잊는 것이 아니다』. 그의 시는 감정의 탈출구가 아니라 감정의 착륙지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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