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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 -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한국사를 바꾼 31번의 선택
신병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신병주 교수가 복원한 31번의 데스매치, 위기의 시대 판을 바꾸는 리더의 병법 『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 역사는 현재라는 전장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던져지는 정교한 시뮬레이션 데이터입니다. 대중 역사학의 전방위 플레이어 신병주 교수가 이번에는 라이벌이라는 프레임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KBS 〈역사저널 그날〉과 JTBC 〈차이나는 클라스〉를 통해 복잡한 역사의 실타래를 예리하게 풀어냈던 그가 주목한 것은 바로 선택의 순간입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31가지의 결정적 장면을 라이벌 구도로 재구성했습니다. 한국사 책이면서도 트렌디한 경영 전략서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역사의 여명기, 라이벌은 곧 국가의 존망 그 자체였습니다. 삼국시대에서는 김유신과 계백, 김춘추와 연개소문이라는 거대한 두 축을 세워 국가 경영의 기본 원칙을 묻습니다.
황산벌에서 마주한 김유신과 계백의 대결은 병력의 우열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5만 대 5천이라는 압도적 열세 속에서도 네 번이나 승리를 거둔 계백의 결사대는 조직의 기백이 어디까지 발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반면, 마지막 다섯 번째 전투에서 화랑 정신을 앞세워 승기를 잡은 신라의 김유신은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동기부여를 어떻게 끌어올리는지를 증명합니다.

김춘추와 연개소문의 대결도 흥미진진합니다. 신병주 교수는 이들의 잘못된 만남을 역사의 분기점으로 해석합니다. 642년 겨울의 만남은 신라와 고구려 동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신라가 당나라와 동맹을 맺는 것으로 선회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춘추가 성공시킨 나당연합은 삼국 중 가장 후발 주자였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반이 되었고요.
상대의 패를 읽지 못한 연개소문의 강경함이 결국 고구려의 고립을 초래했다는 분석은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파트너십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경고를 던집니다. 한 번의 잘못된 협상이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뒤바꾸는지 역사적 인과관계로 보여줍니다.
고려시대는 끊임없는 외풍과 내부 분열의 시대였습니다. 『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는 후삼국 영웅들의 창업과 수성의 리더십을 비교합니다. 왕건의 성공 요인을 포용의 플랫폼에서 찾습니다. 난폭한 카리스마의 궁예나 무력 중심의 견훤과 달리, 왕건은 적까지도 품는 유연한 연대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김부식과 묘청의 대립은 보수 대 혁신, 사대 대 자주라는 이념적 충돌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서경 천도를 주장하며 개혁을 부르짖은 묘청과 현실적인 안정을 추구한 김부식의 대결은 조직이 변화의 시기에 맞닥뜨리는 전형적인 내부 갈등을 상징합니다. 저자는 이들의 갈등이 고려 사회에 어떤 역동성을 부여했는지, 그리고 그 결말이 조직의 미래를 어떻게 제약했는지를 살펴봅니다.
신병주 교수의 전공 분야인 조선시대는 하이라이트입니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권력의 구조적 분석으로 라이벌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방원과 정도전의 대결은 왕권과 신권이라는 시스템 설계의 충돌입니다. 재상 중심의 나라를 꿈꾼 정도전과 강력한 왕권을 원한 이방원. 이들의 대결은 오늘날로 치면 전문 경영인 체제와 오너 리더십의 충돌과도 같습니다. 이 비극적 라이벌 관계를 통해 조직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어떤 명분을 지녀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임진왜란이라는 위기에서 나타난 이순신과 원균의 대조는 뼈아픈 교훈을 줍니다. 현장 전문가의 판단을 무시한 최고 의사결정권자(선조)와, 그 틈을 타 실력 없이 자리를 꿰찬 라이벌(원균)의 결과는 칠천량 해전의 참패였습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리더가 정보를 어떻게 걸러내야 하며, 적재적소의 인사가 무너졌을 때 조직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짚어봅니다.
이어지는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대결은 흔한 궁중 암투극을 넘어서, 이들의 관계가 사실상 당쟁의 도구였음을 보여줍니다. 기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치가 핵심 가치를 어떻게 훼손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비유로 읽힙니다.
마지막으로 확장된 개념의 라이벌을 보여줍니다. 경복궁과 창덕궁, 춘향전과 흥부전, 그리고 통신사와 연행사가 주인공입니다. 통신사와 연행사의 비교는 조선의 세계관이 어떻게 충돌하고 진화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새로웠습니다.

일본과의 문화 교류(통신사)와 청나라를 통한 선진 문물 수용(연행사)이라는 두 가지 외교 트랙은 현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취해야 할 문화 전파와 기술 수용이라는 양면 전략을 연상시킵니다. 신병주 교수는 인물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문화적 유산들 역시 끊임없이 경쟁하고 상호작용하며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음을 강조합니다.
『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는 31가지의 케이스 스터디가 담긴 경영 분석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라이벌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갈등과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그 해답을 과거의 실패와 성공에서 길어 올립니다.
승자의 기록 너머, 선택의 과정을 보게 하는 책입니다. 갈등을 혁신으로 바꾸고 위기를 기회로 뒤집는 역사 수업입니다. 패자의 선택에서 실패의 리더십이라는 교훈도 추출해냅니다. 권력의 정점에 서서 미래를 설계하지 못한 연개소문의 오만함 혹은 이상주의에 매몰되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조광조의 좌절은 성공담보다 더 강렬하게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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