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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K-POP 작사가가 되는 법
김윈디 외 지음 / 샘터사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K-POP의 빌보드 점령이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화려한 무대 위 퍼포먼스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이면에 그 음악의 영혼을 불어넣는 작사가의 세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글솜씨가 좋다고 해서 혹은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해서 엑소(EXO)의 강렬함이나 뉴진스의 청량함을 텍스트로 구현할 수 있을까요?
다섯 명의 작사가 김윈디, 봉은영, 서로, 장정원, 황지원. 이름만으로도 K-POP 팬들의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우는 이 베테랑들이 『프로 K-POP 작사가가 되는 법』에서 실무와 생존의 논리로 무장한 업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사를 영감이 떠오르면 적어 내려가는 시적 유희로만 생각하나요? 10년 차 이상의 관록을 지닌 저자들은 작사가를 음악 시장이라는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 최적의 부품을 깎아 만드는 기술자로 정의합니다.
작사 작업에 자유란 없다며, 가사는 무조건 멜로디 안에서 클라이언트의 의뢰에 따라 맞춤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아이돌 공부가 왜 필수적인지, 현재 가사 트렌드는 어떻는지를 분석해줍니다.
특히 데뷔 경로가 불투명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사 전문 학원이나 퍼블리싱 업체를 통한 루트를 짚어주며, 막연한 희망 고문이 아닌 진입 전략을 수립하게 돕습니다.

작사가에게 주어지는 첫 번째 과제는 완성된 곡이 아닌, 가이드 녹음이 담긴 데모곡입니다. 송폼(Song Form)을 분석하고 포인트 멜로디를 찾아내는 과정은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음절을 따는 법에 대한 설명도 유용합니다. 단순히 글자 수를 맞추는 수준을 넘어, 멜로디의 굴곡과 발음의 타격감을 고려해 가사를 배치하는 노하우는 프로들만이 전수할 수 있는 비기입니다.
가사의 질감을 결정하는 디자인 영역도 체계적입니다. 가사를 쓰는 행위를 한 곡당 하나의 주제를 가진 소우주를 건설하는 것으로 비유합니다. 요즘은 내가 누구인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내용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해 화자를 설정하는 법이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나와 너의 관계를 넘어, 그룹의 세계관을 녹여내거나 듀엣곡에서의 성별에 따른 말투 차이, 사회 비판이나 팬송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은 광대합니다. 비유법과 도치법, 공감각적 표현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후킹(Hooking)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작문을 넘어선 언어 설계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댄스, 발라드, 랩, OST와 번안곡까지. 장르별로 요구되는 문법은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댄스곡은 파트가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듣자마자 확 꽂히는 가사가 좋다고 합니다.
창의성이 고갈되었을 때 동화나 신화를 차용하거나 의인화를 활용하는 11가지 팁은 지망생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써야 할까라는 막막한 질문에 대해 실제 실전 작사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시뮬레이션해 줍니다.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에도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뼈아픈 조언이자 값진 보물창고인 노하우가 펼쳐집니다. 지망생들이 흔히 빠지는 자기애적 작사의 함정이나 화려한 문장에 집착하지 말 것 등을 짚어줍니다.

작사가가 트렌드를 읽는 직업임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가사는 개인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동시대 청중이 공감할 언어의 패턴을 분석해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작사란 순수문학이 아니라 문화 통계에 가깝습니다.
필사와 오답 노트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직시하라는 조언은 성장 정체기에 빠진 이들에게 이정표가 됩니다. 멘탈 관리와 시간 관리는 이 직업이 반짝이는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노동의 영역임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우리 아들도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저작권료를 받는 작사가입니다. 자기 말로는 아직은 취미활동일 뿐이어서 전문적으로 배울 마음까진 없다는데,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을 보자마자 반가워했습니다. 취미로 가볍게 접하고 싶은데 이렇게 프로 작사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프로 K-POP 작사가가 되는 법』은 작사 기법서를 넘어, 하나의 산업 군에서 프로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와 철학을 담은 인생 지침서이기도 합니다. K-POP의 가사가 왜 우리의 심장을 울리는지 궁금한 팬들, 그리고 그 울림을 직접 만들고 싶은 미래의 작사가들에게 필요한 가이드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