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팬데믹 시리즈 2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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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이론가 슬라보예 지젝의 팬데믹 사유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팬데믹과 관련해 <팬데믹 패닉>, <천하대혼돈>,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등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던 지젝의 새로운 책입니다.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변이 바이러스로 다시 확진자가 폭증하는 요즘, 팬데믹으로 깊은 피로감에 쌓인 현 상황에서 그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걸까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철학자 지젝. 한국어판에는 서문을 포함해 네 편의 특별 원고가 더해진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일상성의 붕괴를 마주하면서 버텨내려는 의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시점에 지젝은 삶으로부터 물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람슈타인의 노래 '죽을 때까지 살아야만 한다'는 태도로 가장 치열하게 살아가는 방식으로 맞서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대하는 시를 내놓았습니다. "자유가 폐지되었다 / 의료라는 명분으로 / 이제 의료가 폐지될 것이다. / 인류가 폐지되었다 / 생명이라는 명문으로 / 이제 생명이 폐지될 것이다."


평소처럼 우리의 사회적 삶을 고수하자고 옹호하는 아감벤의 시를 지젝은 비틀어봅니다. "의료가 폐지되었다 / 자유라는 명분으로 / 이제 자유가 폐지될 것이다. / 생명이 폐지되었다 / 인류라는 명분으로 / 이제 인류가 폐지될 것이다. "


철학자가 작물 수확에 관한 글을 쓰게 만드는 팬데믹 시대. 손으로 일일이 따야 하는 생장물 대부분은 이민 노동자의 일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창궐하기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의료 혜택이 형편없는 사람들 말입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작물들이 썩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철학자가 왜 이 일을 거론하는 걸까요.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대하는 기본적 태도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통계 수치에만 매달리면 우리가 처한 다른 어려움의 원인이 사라지기라고 할 것처럼 대하는 이 시대의 현상을 꼬집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이 우리의 자유와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보는 집단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 자본주의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새로운 계급투쟁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감염을 무릅쓰고 안전하지 않은 세상으로 나가는 노동자들 말입니다.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제안하는 일에 있어서 우리 모두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 슬라보예 지젝 


그레타 툰베리와 버니 샌더스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그들이 했던 운동, 발언들이 사라졌습니다. 생태적 위기, 인종차별주의 시위가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이라고 해서 멈춘다면 그들은 충분히 급진적이지 않다는 걸 결국 보여준 것밖엔 안된다고 말입니다. 감염병 조건에서 재활성화할 수 있는 포괄적인 새로운 전망 제안에 성공하지 못했음을 짚어줍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파란 알약과 붉은 알약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지지하는 붉은 알약과 뉴럴링크 프로젝트의 파란 알약을 동시에 가진 일론 머스크의 아이러니를 꼬집기도 합니다. 뉴럴링크 프로젝트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두뇌에 접속시켜 우리의 마음이 언어를 거치지 않고 서로 간에 직접 소통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감염 보호와 개인의 자유 보장이 동시에 가능한가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주는 지젝은 뉴럴링크 프로젝트 같은 비접촉의 미래가 과연 유일한 선택인지 의문을 던집니다.


"이데올로기는 범죄자가 아니라 희생자가 자발적으로 범죄의 흔적들을 삭제하게 만들며, 범죄를 자기 자신의 의지로 행한 행동으로 드러나게 한다." - 슬라보예 지젝 


평범한 시민들을 감염이라는 치명적 위험에 노출시킨 너무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팬데믹 여파로 정치적 동기가 아닌 분노 폭발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서두르게 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와 자본)의 범죄의 흔적들을 감추어버렸다고 지적합니다.


"돈이냐 목숨이냐"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하나를 골라야 하는 오래된 선택이 팬데믹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요즘은 돈을 잃는 것은 목숨을 잃는 일이기 때문에 시민들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격리 대신 일터로 향하는 겁니다. 흑인과 히스패닉은 백인 미국인보다 바이러스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고 계급 차별이 만들어낸 결과가 팬데믹으로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은 티머시 스나이더의 <치료받을 권리>에서 언급한 이야기와 일맥상통합니다.


지젝은 일관되게 팬데믹이 모든 것을 바꾼 것이 아니라 단지 이미 존재했던 것들을 좀 더 선명하게 부각시켰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팬데믹 동안 더 정신 나간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붉은 알약은 위협을 대면할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합니다.


"옛날의 일상성으로 돌아가지는 꿈은 꾸지 말자"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봉쇄에 대한 거부는 변화에 대한 거부임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가난이라는 팬데믹을 동시에 공격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 팬데믹을 봉쇄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에서는 '일상성'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핵심이라고 알려줍니다. 결론 아닌 결론이라며 말하는 '알지 않으려는 의지'라는 제목을 붙인 마지막 장이 인상 깊습니다. 일상성을 진지하게 해석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라캉의 '대타자' 개념과 연결해 설명하는 지젝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의료 위기 문제, 바이러스 전쟁으로 치부하는 것을 넘어 환상이 만들어낸 '일상'이 바로 지금의 비상사태를 초래했음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상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대응 피로'가 쌓였고, 이제는 공포가 아니라 순응하는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젝은 초반에 들려준 '우리 모두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필요합니다. "우리는 사회적 삶 전체의 새로운 형태를 발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지된 세계에서 우리가 진정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를 짚어준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각종 음모론과 비대면 사회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책의 이면, 정신건강의 위기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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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과학 - 팔리는 브랜드에는 공식이 있다
킨드라 홀 지음, 이지연 옮김 / 윌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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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일상 모두에 유용한 궁극의 병기, 스토리. 어디서나 스토리의 힘을 강조하니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스토리텔링 능력 제대로 갖추고 있을까요.


세계적인 스토리텔러이자 전략적 스토리텔링을 연구하고 만들고 가르치는 스토리텔링 컨설팅 기업 스텔라 컬렉티브를 이끄는 킨드라 홀 저자는 <스토리의 과학>에서 스토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과 자신만의 스토리를 들려주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강연하러 간 슬로베니아에서 남편과 함께 인생 최고의 스토리를 들은 저자의 스토리로 시작해 아들과의 베드타임스토리에 얽힌 스토리로 끝내는 구성 역시 몰입감 완벽합니다.


자신에게 과연 들려줄 스토리가 있는지, 그 스토리를 잘 들려줄 수 있을지, 그 스토리를 꼭 들려줘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스토리가 갖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힘. 쇼핑을 하지 않는 남편이 시향조차 하지 않고 향수를 덜컥 구입하게 만든 매장 직원의 스토리텔링 사례를 보여주며 스토리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도구 중 하나라는 걸 강조합니다.


비즈니스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물이 무척 많습니다. 킨드라 홀 저자는 장애물 대신 '틈', '간극'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고객과 기업 사이, 기업과 잠재 투자자 사이,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 사이, 관리자와 직원 사이의 간극 말입니다.


주의를 끌고, 영향을 미치고, 바꿔놓는 변화로 설명되는 이 간극을 잇는 자가 승리자입니다. 이 간극을 이어주는 건 바로 스토리텔링이고요. 그렇다면 좋은 스토리란 무엇일까요. <스토리의 과학>은 훌륭한 스토리의 4가지 요소와 스토리텔링의 기본틀 3단계로 좋은 스토리를 설명합니다.


우리의 주의를 끌고 우리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캐릭터,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 혹은 스토리의 상황에 내재된 진실한 감정, 우리의 일상과 구분해주는 특별하고 중요한 순간, 정확한 대상을 자세히 묘사하는 구체적인 디테일이 갖춰지면 훌륭한 스토리가 되는 겁니다. 네 가지 요소 중 한 가지만 포함되어 있어도, 전혀 포함되지 않은 메시지보다 좋은 효과를 냅니다.


더불어 지금의 상태를 나타내는 기준 - 무슨 일이 벌어지는 폭발 - 상황이 바뀌는 새로운 기준이라는 스토리텔링의 기본틀 3단계에 맞춰야 합니다. <스토리의 과학>에서 알려주는 성공하는 스토리텔링 공식에 따르면 몇몇 캐릭터를 소개하고, 특정한 장면을 묘사하면서 구체적인 디테일과 그에 얽힌 감정을 전달하면 성공적인 스토리가 되는 겁니다.


2021 한국 나이키 광고는 이 공식에 맞춘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의 경직된 스포츠계를 보여주면서 "이 머리가 도움이 되긴 해?", "언제까지 하라는 대로 해야 되는 걸까"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주고, 즐거움 그 자체에 초점 맞춘 스포츠의 변화가 담긴 영상입니다.


이제 비즈니스 스토리를 만들어볼까요. 효과적인 세일즈와 마케팅을 원한다면 가치 스토리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품의 가치를 설득하고 싶다면 이런저런 팩트는 오히려 뇌를 피곤하게 만들 뿐, 스토리를 들려줘야 합니다. 스토리의 4가지 요소와 기본틀 3단계를 활용해 사양 소개 대신 진정한 가치 스토리로 구현하는 법을 세세하게 알려줍니다.


자신감을 키우고 차별화를 원한다면 창업자 스토리에 주목하면 됩니다. 누가,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시작했는지에 관한 스토리입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자화자찬이 아닌 사랑스럽게 들리게 할 창업자 스토리 만드는 법이 소개됩니다.


조직 구성원들을 합심시키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싶다면 목적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기업 내부에는 온갖 간극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자의 남편 마이클의 스토리가 또 등장합니다. '상황이 힘들다는 사실은 알지만, 지금 포기한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그가 어떤 스토리를 들려줬는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세요.


세일즈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뢰도 높이고 싶다면 고객 스토리가 없어선 안되죠. 가치 스토리와 혼동하기도 하는 이것은 스토리를 들려주는 사람이 고객이라는 점만 기억하면 구별하기 쉽습니다. 고객 스토리 수집 방법과 앞서 소개한 필수요소를 활용해 고객 스토리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잠재된 스토리를 찾아내고, 기본틀로 근사한 스토리로 바꾸고, 모든 종류의 관객과 이어지는 다리를 만들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도록 하는 좋은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스토리의 과학>. 여기서 마지막으로 "나에게도 스토리가 있을까?"라는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충분히 드라마틱하지 않아 내 스토리를 들려주지 못했다면 이 마지막 파트가 큰 도움이 됩니다.


사소한 작은 스토리여도 진짜이기만 하다면 사람들은 공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더라고요. 스토리 수집 방법과 수집된 스토리를 착 붙는 스토리로 선택해 전략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 그리고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유혹을 피하는 노하우까지 알려줍니다


스토리텔링과 비즈니스, 삶과의 연결을 멋지게 해낸 <스토리의 과학>을 읽고 나면 우리는 무척 많은 스토리 목록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동안은 들려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무시했던 스토리들 말이지요. 지금 가진 것과 갖고 싶은 것 사이의 거리를 의미하는 간극을 메우기에는 스토리만 한 게 없다는 걸 알려준 책입니다.


2019년 원서 출간 이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및 세스 고딘, 찰스 두히그 강력 추천받은 책이라해서 기대가 컸는데 읽고나니 이번 추천은 믿을만하네요. 마케팅 관련 책인데도 지루할 틈 없이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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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G 밀가루 단식 - 내 몸 리셋 다이어트
최선녀 지음 / 용감한까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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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단식 챌린지 화제의 선녀 식단으로 유명한 최선녀 저자의 책 <-10KG 밀가루 단식>. 100일 동안 밀가루 단식을 도전하며 먹었던 음식과 운동, 리얼 후기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반짝 식단이 아니라 요즘도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어서 신뢰감 상승!


외적 자신감 없는 몸무게 때문에 자존감도 떨어지는 걸 실감하자 결국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홍석천의 글귀에서 큰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1년 만이라도 '내 몸 죽인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그 즐거움을 알게 되면 지속 가능한 관리가 된다는 거죠.


성취감과 자신감을 실제로 경험하며 다이어트에 성공하는듯했습니다. 하지만 15kg을 감량하면 10kg은 다시 찌는 상황이었고, 조금만 나태해져도 돌보지 않게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게다가 평소 장염이 잦은 몸 상태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쭉 나열해보니 모두 밀가루 음식이라는 걸 그때 깨닫습니다.


"밀가루를 어떻게 끊어?"라며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인 만큼 확실히 해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첫 목표는 3주였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되자 해볼 만하다 싶어 50일로, 그리고 100일로. 이렇게 밀가루 단식을 성공합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으로 접근하기보다 평생 다이어트 없이 살고 싶은 마음과 자기관리로서의 습관으로 만들고 싶어 건강 관리를 한 최선녀 저자의 다짐이 인상 깊습니다.


밀가루는 흔히 알고 있는 라면, 국수 같은 면 외에도 생각보다 많은 곳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회식이나 모임, 가족 행사를 피할 수는 없으니 밀가루 음식을 최대한 절제하려는 마음의 끈을 놓지 말아야 했습니다. 엄격하고 타이트하게가 아닌, 상황에 맞춰 조절하는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어 오히려 실용적이라 누구나 편하게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매주 새로운 미션과 운동 프로그램도 소개합니다. 걷기 운동은 꾸준히 들어갑니다.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숨이 살짝 찰 정도로 빠르게 걷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밀가루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재료가 등장합니다. 플렉시테리안 수준의 채식 식단 위주이면서 고기 식단도 있습니다. 100일간의 밀가루 단식 식단은 아침, 점심, 오후 간식, 저녁 메뉴가 한눈에 보이게 구성해 편리합니다. 


일반 요리책은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볼 때 이 음식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활용할 다른 메뉴는 없는지 찾아봐야 해서 귀차니즘을 불러일으켰는데, <-10KG 밀가루 단식>은 완벽한 식단을 선보입니다. 무엇보다 일주일 치 장바구니 상품을 완벽하게 리스트로 뽑아줘서 정말 편할 것 같더라고요. 일주일 치 재료를 미리 준비하는 일주일 밀프렙은 정말 아이디어가 좋네요. 명절처럼 변수 많은 날이 있는 한주엔 밀프렙을 최소한만 하고 수시로 마트에 들르는 요령도 필요합니다.


오전엔 주스, 점심엔 포만감이 큰 식품으로 구성한 식단을,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하는 가벼운 간식 타임, 잡곡밥 약간과 함께 먹는 저녁 식단까지 자극적인 배달 음식이 입맛 길들여진 가족 모두가 건강한 식단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워낙 요즘 재료값이 비싸다 보니 솔직히 언뜻 봤을 때 식비가 더 나가는 느낌도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반찬, 찌개가 식단에 없어요. 배달 앱 주문내역을 따져보니 충분히 이 식단으로 전환 가능하겠더라고요. 1인 가구라면 정말 이 식단 안성맞춤인 것 같습니다. 국, 반찬이 꼭 필요한 가족 구성원이 있다 해도 예전만큼 자극적인 맛보다는 점차 건강한 식단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그날의 식단에 대한 이야기, 촌철살인 후기가 생생하게 담겨있어 읽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저자도 가정을 이루고 있는지라 주변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깨알 조언도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치팅데이도 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데 이때도 최대한 밀가루는 절제하게 되더라고 합니다.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 치킨 대신 구운 치킨을 먹는 것처럼 말이죠.


꾸준함과 반복의 힘이 쌓여 결국 습관으로 만든 밀가루 단식은 지금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무절제한 음식 섭취 대신 건강하게 먹는 행복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당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긴 해서 밀가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선뜻 도전이 안되더라고요. 하루하루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이 식단을 참고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도전할 만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100일 밀가루 단식 식단을 공개한 <-10KG 밀가루 단식>. 뭘 먹어야 할지 식단 고민이 스트레스가 되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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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 새로운 행동, 믿음, 아이디어가 퍼져나가는 연결의 법칙
데이먼 센톨라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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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책을 비롯해 커뮤니티, 마케팅 등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변화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밝힌 책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 수칙 지키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떤 집단은 철저히 지킨 반면 어떤 집단은 소홀했는데, 공동체마다 왜 이렇게 달랐던 걸까. 구글플러스는 실패하고 인스타그램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BlackLivesMatter #MeToo 해시태그의 확산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새로운 정치인 후보의 급부상은 어떻게 이뤄질까. 소셜 네트워크(사회 연결망) 과학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데이먼 센톨라가 인간 행동이 어떻게, 왜, 언제 변하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사회 변화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비밀. 우리는 지금까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는 통념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정보를 퍼뜨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믿음과 행동까지 변화시켜야 합니다.


인플루언서나 오피니언 리더가 핵심으로 작용하는 소셜 스타의 네트워크 연결이 통하는 듯 보일 때도 있지만, 혁신적인 개념과 행동은 단순 노출만으로는 감염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소셜 스타의 네트워크 연결 사슬에서는 그저 하나의 연결 고리에 불과하고 대항 영향력에 맞닥뜨리는 새로운 개념과 행동 변화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걸 알아냅니다. 대신 네트워크 주변부가 혁신의 뿌리를 내리기 쉽다는 걸 밝혀냅니다.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숨겨진 힘의 정체를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이럴리티 미신도 있습니다. 인간 행동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오히려 강한 유대로 이루어진 자신의 네트워크 내에서 두 사람, 세 사람... 을 통해 그것에 노출되는 경험은 그 개념을 규범으로 변화시키기 수월했다고 합니다. 영향력이 광범위해야 가능한 게 아니라 중복의 힘이야말로 핵심이었던 겁니다.


고착성 미신도 실패에 한몫합니다. 혁신 성공 여부가 실용성, 참신성, 실감성, 정서적 유발성 등의 특정 성질을 갖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고착성 미신을 구글 글래스가 선택했던 얼리어답터 집단의 실패 사례로 설명합니다.


성공 사례로서는 한국의 산아 제한 정책의 성공을 소개합니다. 친구와 이웃으로부터 피임법 정보를 얻은 소셜 네트워크가 어떻게 사회 규범 변화를 가속시켰는지 잘 보여줌으로써 사회 변화가 복잡한 전염으로 이뤄진다는 걸 설명합니다. 단순 개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방식으로 단순 전염으로 확산이 가능하지만, 사람들의 저항에 부닥치는 종류의 전염은 '복잡한 전염'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혁신 확산에 대한 저자의 대규모 사회 실험이 인상 깊습니다. 건강 동호회 실험을 통해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정보 확산이 빠른 불꽃놀이 네트워크와 중복적 사회적 유대를 통해 전달되는 그물 네트워크 집단을 비교했을 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영향력 있는 한 사람으로부터 단발성 또는 반복 메시지를 받는 게 아니라 다수의 출처로부터 중복 메시지를 받았을 때 복잡한 전염이 성공한 겁니다.


변화의 법칙과 전략은 인간 삶 어느 부분에나 적용 가능하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조직 네트워크의 틈새를 활용해 전략적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직장인 사례는 좁은 가교 네트워킹과 넓은 가교 네트워킹의 비교 실험을 통해 확실히 보여줍니다. 블랙 라이브스 매러스 운동에서 퍼거슨, 조지 플루이드 사건이 그 이전의 사건과 다른 차이를 보여준 이유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전염 인프라의 필수 요수를 이해하고 나면 임계질량이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행동이 추진력을 얻어 모든 사람의 의견이 갑자기 변하는 시점 말입니다. 20세기 후반 조직에서 젠더 역할을 집중 분석한 캔터의 연구 결과를 가져옵니다. 여성 임원이 어느 정도의 비율 이상일 때 변화가 이뤄지는지의 연구입니다. 이 결과에서 티핑 포인트는 25%였습니다. 저자는 20세기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연구와 캔터의 연구에서 실마리를 얻어 이번에도 먼저 확립된 사회 규범을 뒤엎는 실험을 해봅니다.


실제로 일어난 결과는 놀랍습니다. 25%에 이르자마자 성공한 겁니다. 25% 헌신적 소수라는 티핑 포인트가 정말로 맞았던 겁니다. 10~20%에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전혀 없었지만, 이후 갑작스레 변화하는 기운을 받았다고 합니다. 25%는 임계질량인 셈입니다. 문제는 이걸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사회적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중국처럼 말이지요.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에서는 티핑 전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써야 할지 알려줍니다. 미국 역사상 지속 가능한 농업이 확산된 교잡종 옥수수, 독일 태양 에너지 캠페인 등 사회 규범에 티핑 포인트를 촉발한 전략을 살펴봅니다. 그저 불운해서 실패했던 게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사례 분석하고 있어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성공적 네트워크 사례, 넷플릭스가 유행시킨 접근법 등을 소개하며 어떤 행동이나 혁신이 뿌리내릴 때 특히 복잡한 전염을 확산할 때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만 한다고 해서 나머지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기존의 편향을 강화하는 개념과 믿음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때 꼭 알아둬야 할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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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원하는 아이 -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0
위해준 지음, 하루치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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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분 우수상을 받은 <모두가 원하는 아이>. 우리 아이들이 읽을만한 자존감 책으로 추천합니다.


새미래 정신성형 연구소에 모인 아이들. 버튼 하나로 누구나 쉽게 새로운 성격을 가질 수 있는 곳입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를 꿈꾸는 아이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열정의 레드 버튼, 집중력의 블루 버튼, 사교성의 옐로 버튼, 매력의 핑크 버튼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치고 싶어 스스로 이곳에 온 아이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의 등쌀에 억지로 온 아이도 물론 있습니다. 열두 살 주인공 '나'는 그 어떤 버튼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투명 마개를 꽂은 듯 말하는 법을 잃은 '나'를 위해 부모님이 이곳에 보냈지만, 그 어떤 버튼도 자신과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제의 약한 나를 잊어. 완벽한 내가 될 거야. 모두가 원해, 달라진 나. 모두가 원해, 달라진 나." 유명한 유튜버 메리 재인의 홍보 영상이 펼쳐지는 이곳. 정말 저 노래 가사처럼 완벽한 나를 만들 수 있을까요. 달라진 나를 원하는 건 나인지, 주변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정신성형 버튼은 참 매력적인 기술 같아 보이지요. 그런데 메리 재인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해 유튜버가 되었고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더 많은 것을 하라고 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하라고 합니다. 연구소장인 고모의 부탁을 받아 홍보 영상을 찍었지만, 정신성형을 받으라고 강요하는 탓에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어합니다. 그러다 '나'를 만나지요.


연구소장 프로 박사는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들어가 규칙을 어긴 '나'에게 괘씸죄를 적용합니다. 버튼에 관심 없는 '나'에게 오히려 맞춤 버튼을 선물해 준다는 제안을 합니다. 선물을 받을지 벌을 받을지 결정해야 합니다. 과연 '나'의 선택은? 바꾸고 싶은 것들이 손쉽게 성형 가능한 기술이 생긴다면 과연 우리는 그 기술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듣고 싶은 말은 '우리 아이는 지금 이대로 충분해요.'라는 말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그저 나약할 마음일 뿐일까요. 스스로의 힘으로 더 나아지고 싶지 정신성형으로 만들어지는 건 싫다고 분명히 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그걸 부정하는 대신 믿음과 안정감을 가질 때 오히려 새로운 모습이 드러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모두가 원하는 아이>. 그거야말로 진정한 성장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길을 가다 전신 성형 광고판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작가의 말에 우와~! 이렇게 멋진 이야기로 탄생하다니요. 초등도서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울컥할만한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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