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 - 그림으로 남긴 순간들
리모 김현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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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북유럽의 반짝이는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전작 <혼자, 천천히, 북유럽>에 이어, 이번엔 제주의 다양한 감성을 알아가는 여행을 만나는 시간을 선사해 준 리모 김현길 작가. 드로잉 여행에세이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에서 관광 명소의 제주가 아닌 제주의 특별함을 만나보세요.


"명소를 순회하던 굴레에서 벗어나 로컬에 스며드는 여행을 꿈꾼다." - 책 속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 깊게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기에는 드로잉 여행만큼이나 딱 어울리는 게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주의 구석구석을 그림으로 접할 때면 고요한 호흡으로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는 섬의 구석구석을 더 알고 싶어 틈만 나면 제주를 드나들 정도로 제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의 사계가 등장합니다. 섬의 다양한 표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곱씹을 수 있었던 건 그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기 위해 스케치북을 펼쳤을 때부터입니다.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관광지로 대하지 않았기에 멈춰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행하기 좋은 날씨가 아닌 흐린 날, 비 오는 날에는 숙소 근처를 가볍게 산책하며 그림을 그리며 제주를 느리고 깊게 바라본 리모 작가. 비에 젖어 짙은 색을 띠는 돌담과 샛노란 유채꽃의 대비, 옛것의 정취를 고스란히 머금은 마을, 돌담길을 무심히 지나가는 길고양이 등 관광 명소는 등장하지 않지만 여행 같은 일상이자 일상에 가까운 여행기를 보여줍니다.


제주는 몇 번 다녀오면 더 이상 볼 게 없겠거니 싶어도 여전히 담아낼 곳이 많다고 합니다. 수많은 장소 중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다>에 실릴 만큼 선보이고 싶었던 장소들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주의 동쪽, 원도심과 동지역, 서쪽, 중산간 마을로 지역을 구분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제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네 가까이에 자리 잡은 가게들도 예쁜 그림으로 남긴 페이지는 애정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구옥을 고쳐 만든 공간에 들어서 마을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 많아 제주의 특색이 잘 담긴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익숙하게 알고 있던 유명한 제주 해변 외에도 제주의 바다는 터키석을 갈아넣은 듯한 바다, 투명한 민트빛 바다 등 다양한 묘사로 상상을 불러일으킬 만큼 저마다 다채로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특징이랄 것 없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던 편협한 시선을 깨뜨리는 해안가 마을들의 매력도 놀라웠고요. 천천히 걸으며 느린 여행을 하기에 최고의 장소가 제주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여행작가로서의 마인드로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공간이 가진 가치와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면서 아름다운 그곳을 지키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 말입니다. 각종 상업 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곳을 만나면, 그래서 더 열심히 지금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리모 작가입니다.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를 읽으며 제가 알던 제주는 정말 1퍼센트도 안된다는 걸 여실히 느꼈어요. 느린 여행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이 최고의 가이드북이 되어줄 겁니다. 숨겨진 보물 찾기하듯 골목을 누비며 제주의 식수원인 용천수를 탐방하는 재미도 알게 되었습니다.


올 클리어 하고 싶은 곳들만 가득 소개한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 분명 유명 관광명소가 없는데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 가고 싶어질까요. 여행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지만 어찌나 사랑스러운지요.


제주의 토속 문화와 더불어 우리가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제주 4·3 사건의 아픔, 그동안 미처 몰랐던 깜짝 놀랄만한 해녀의 역사까지 제주 도민의 삶과 역사를 알아갈 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그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보여주는 가슴 따스해지는 드로잉 여행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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