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사랑 웅진 세계그림책 219
맥 바넷 지음, 카슨 엘리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아이들은 모두가 철학자와 같습니다. 어른들이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든 질문을 던질 줄 압니다. "사랑이 뭐예요?"라는 질문도 그렇습니다. 맥 바넷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이 모티브가 된 그림책 <사랑 사랑 사랑>. 그림책 속 주인공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요?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로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맥 바넷의 사려 깊은 글, <홀라홀라 추추추>로 칼데콧 아너상을 받고 <와일드우드 연대기>, <베네딕트 비밀클럽> 등을 작업한 카슨 엘리스의 다정한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사랑 사랑 사랑>.


화려한 색감에 눈길을 머무르게 한 표지를 넘기면 아름다운 마당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초록초록 분위기와 분홍분홍한 꽃 색감이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까요. 


"사랑이 뭐예요?" 하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할머니는 세상에 나가 답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뭐든지 잘 알 것만 같은 할머니의 대답에 배신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정말로 먼 길을 떠납니다.


세상 사람들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알려줄까요. 어부는 사랑이 물고기라고 대답합니다. 물고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지요. 연극배우는 박수갈채라고 대답하지만 역시 불만족스러운 답입니다.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들려줍니다. 시인은 사랑에 대한 아주 길고 긴 목록을 가지고 있는 탓에 이야기를 다 들을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아이가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자 한결같이 "네가 사랑을 어떻게 알겠니."라는 대답을 돌려줍니다.


아이는 점점 자라 성인이 되었고, 이제 할머니와 살던 집으로 돌아갑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곳은 여전합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개도 있고 밥 짓는 냄새가 솔솔 풍깁니다. 마당의 꽃들도 싱그럽게 피어있습니다.


긴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과 그림이 예술입니다. 맥 바넷의 글에는 다정함이 담겨있습니다. 집도 그냥 집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줍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사랑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을 내 사랑의 정의로 가져올 수는 없었던 아이.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겠지요.


사랑을 찾아가는 여행을 한 아이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을 나가 홀로 사랑의 의미를 찾으면서 외로웠을지도 모르고, 고독을 즐겼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아이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긴 시간 동안 사랑을 탐구했습니다. 이토록 철학적인 뉘앙스를 풍기지 않으면서 철학적인 그림책이라니.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맥스처럼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도 엄마가 차려준 따끈한 저녁밥이 아이를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한 안전장치 역할을 했듯 <사랑 사랑 사랑>의 주인공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집으로 향하는 결말이 너무나도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