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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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을만한 변호사 출신 작가의 법정 스릴러물 <킬러스 와이프 A Killer's Wife>. 형사 사건 전문 검사 출신에 형사 사건 변호사로 활동한 빅터 메토스는 『A GAMBLER’S JURY』 에드거 상 최종 노미네이트, 『The Hallows』로 하퍼 리 상을 수상하며 법정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간 『A Killer's Wife』의 한국어판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은 저는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물을 읽을 때만큼이나 매료되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고 읽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무고한 친구가 유죄를 받은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의 꿈을 키운 빅터 메토스 작가. 검사와 변호사 생활을 하며 범죄자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사악한 인간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정중하게 보였음에도 묘한 한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잔혹한 살상 행위를 한 전범자였다고 합니다. 그의 배경을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시에 경험한 그 느낌은 머리가 인식하지 못한 어떤 것을 말해주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고 고백합니다. <킬러스 와이프>에서는 변호사의 길에 이르게 한 친구의 사건, 한기를 흐르게 할 정도의 악을 품은 사람을 만나며 인간성에 깃든 악의 근원을 이해하는데 매진한 그의 경험이 곳곳에 스며든 작품입니다.


도입부의 강렬함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긴장감 치솟는 클라이맥스 장면이 벌써 터져나오는건가 싶을 정도입니다. 한 여성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 다친 몸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살인자가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긴박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킬러스 와이프>. 소설의 주인공 연방검사 제시카 야들리는 싱글맘입니다. 전남편 에디 칼은 연쇄 살인범으로 사형수로 수감되어 있고,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한창 반항기인 청소년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임신 상태에서 화가인 남편이 연쇄 살인범으로 체포되면서 그제서야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야들리. 살인자의 아내라는 어두운 과거는 사진작가에서 검사로 직업을 바꾸게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디의 모방범이 벌인듯한 살인 사건들이 이어집니다. 어둠의 카사노바라고 불릴 만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에디는 팬이 많았습니다. 완벽하게 깨끗한 현장 속에 에디의 모방 범죄가 터지자 FBI 수사관은 야들리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에디가 모방범을 특정하거나 사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여긴 FBI는 에디에게서 정보를 얻고자하지만, 정작 에디는 야들리를 통해서만 이야기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예전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지만 검사가 된 이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잠재우며 살았던 야들리는 이번 일로 살인자의 아내였던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필 딸 타라의 팩폭 발언도 쏟아지는 시기입니다. 평범한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 생활을 잘 해줬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괴물의 딸이라며 왕따를 당하고 이사를 다녀야만 했기에 언젠가부터 엇나갑니다. 사고치는 딸 옆에 머무는 남자친구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 엄마에게 왜 엄마는 아빠같은 괴물에게 끌렸던거냐며 야들리의 취약점을 날카롭게 찌를 정도로 관계가 어긋납니다.


야들리는 아빠의 눈을 빼닮은 딸에게서 종종 에디의 모습을 느낄 때가 있어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야들리는 전남편 에디의 부모와는 여전히 연락을 하는 사이입니다. 환경이나 유전자가 괴물로 만들진 않았을 거라고 믿을 만큼 에디의 부모는 아들을 사랑으로 키운 분들이었으니까요. 에디를 보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야들리입니다. 그렇기에 딸도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랄 뿐입니다.


조만간 또 살인 사건이 일어날거란 생각에 결국 전남편 에디를 만나는 야들리. 에디는 도움을 주는 대신 대가를 제시합니다. 이쯤되면 독자는 에디가 모방범을 특정할 수 있는 데다가 그가 원하는 대가도 얻어낼 거란 느낌이 슬슬 오면서, 어떻게 사건이 풀릴지 기대됩니다. 빅터 메토스 작가의 경력이 반영된 생생한 묘사가 빛을 발휘합니다. 깜짝 놀랄만한 모방범의 정체조차 일찌감치 오픈해버리고 치열한 법정 대결로 나아갑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범인이 유리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니 읽는 내내 속이 바짝바짝 탈 지경입니다.


이 여정에는 작가의 법조인 마인드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경찰이 용의자의 유죄를 증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면 결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법이라며 무고한 자들이 감옥에 가게 되는 상황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변호사들 역시 같은 편견으로 눈이 멀 수 있음을 짚어줍니다. 자신들의 믿음에 부합하지 않는 증거를 무시해버리는 경향을 일깨웁니다. 어떻게 괴물을 몰라볼 수 있었을까 자책하며 살아온 야들리의 이야기에서는 생존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흔한 편견도 짚어냅니다.


숨막히는 서스펜스는 모방범 사건에서 끝나질 않습니다. 잊고 있었던 장면이 나중에 이어질 땐 소름이 끼칠 정도였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이고 촘촘한 구성으로 날카롭게 전개되는 <킬러스 와이프>. 정의와 복수, 악의 근원에 대한 다양한 시점을 접하며 인물 저마다의 매력을 듬뿍 만끽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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