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휴고상 수상작 SF 소설 류츠신의 <삼체> 서문을 쓴 나금해가 설립한 양자학파. 수학, 과학, 철학 등 자연 과학 분야의 중국 인기 교육 플랫폼 양자학파는 아름다움 시리즈로 호평을 받아왔는데, 이번엔 인류 문명의 출발점인 공식을 다룹니다.
계산의 법칙이나 방법을 문자와 기호를 써서 나타낸 식을 뜻하는 공식. <공식의 아름다움>에서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23가지를 만나보세요.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간결하고 아름다운 공식이 탄생되는 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명의 초석이 된 공식 1+1=2. 덧셈과 자연수 탄생은 인류 문명사의 위대한 공식 중 하나입니다. 언제 배웠는지 기억조차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알게 된 단순한 공식이지만, 1+1이 왜 2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걸 또 증명하는데 애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 공식이 세계 3대 난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게 의아할 따름인데 역시 제 인지 능력으로는 해석을 한 것조차 이해가 되질 않더라고요. 법칙을 발견하는 것과 증명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만 깨달을 뿐입니다. 재미있는 건 컴퓨터 시스템의 기본인 이진법 세계에서는 1+1=10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도 점점 이진 시스템에 살게 될 텐데 어쩌면 먼 훗날의 인간 세상은 이진법으로 사고하는 시대를 맞이하진 않을까 하는 흥미진진한 발상도 짚어줍니다.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정리이자 부정 방정식, 피타고라스 정리. 수포자도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유명한 공식이죠. 수학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 공식인 피타고라스 정리가 인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조목조목 소개합니다. 증명 에피소드가 재미있습니다. 파티를 하던 도중 갑자기 영감을 받아 바닥 타일을 가지고 증명해낸 피타고라스. 마음속에 머물던 가설을 증명해낸 겁니다.
피타고라스의 논증과 추리의 수학적 사고는 이후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유도된 무리수 루트 2의 탄생과 그 영향력에 관한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합니다. 수학 공식이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를 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공식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역시 압권입니다. 이 그림 덕분에 딱딱한 이미지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수학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공식의 비하인드스토리가 궁금한 수포자 모두 흥미진진하게 접할 수 있는 편집 구성이라 두터운 분량이지만 읽는 맛이 좋습니다.
<공식의 아름다움>에서는 수학, 과학 시간에 열심히 외워야 했던 애증의 공식들에 담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백이 부족해 쓰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300년이 넘도록 수학 천재들을 절망시킨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를 연구하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새로운 수학 이론이 만들어졌고, 비트코인을 수학적으로 견고한 디지털 골드로 만든 암호보안 역사의 새 장을 열게 되기도 했습니다.
미적분이 없었다면 산업혁명은 최소 200년 이상 지연되었을 거라고 하고, 뉴턴 덕분에 우주의 문이 열렸습니다. 전자기학, 양자역학 같은 물리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 불리는 오일러 공식이 왜 치명적인 수학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지, SF 소설 작가 아시모프의 궁극적인 질문이자 우주 진화와 인류 문명이 직면한 가장 절망적인 문제였던 엔트로피 증가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 열역학 제2법칙 등 아름다운 언어인 공식의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일러 공식은 마치 한 줄의 아주 완벽하고 간결한 시와 같다." - 공식의 아름다움
오늘날 실생활에서 자주 듣는 5G는 섀넌 공식이 열었습니다. 전대미문의 디지털 통신 시대로 접어들게 한 섀넌의 전설적인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정보를 측정하는 '비트' 역시 섀넌이 만든 개념입니다. 고화질 영화 한 편을 얇은 플라스틱 조각 안에 담을 수 있는 것도 섀넌이 제시한 정보 엔트로피 덕분입니다.
중국 SF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소설 <삼체>를 잘 이해해 보고자 싶어 삼체문제를 다룬 장도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여전히 수학계의 과제로 남아있다니 공상 과학 소설의 소재가 될 법 하네요. 라이프니츠, 뉴턴 외 수많은 과학자와 수학자가 여전히 완벽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삼체문제의 오묘한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식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공식 그 자체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블랙-숄즈 방정식을 통해 거대한 글로벌 금융산업의 그림자를, 총기의 탄도 방정식을 통해 총기 소지가 불러온 철학적 난제를, 베팅법을 알려주는 켈리 공식을 통해 도박에 관한 도덕적 문제를 다루는 등 공식이 현실 세계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쓸데없어 보이는 공식으로만 생각했던 것조차도 그 가치를 일깨워준 <공식의 아름다움>. 파란만장한 수학사를 살펴보며 공식이 인류 역사에 몰고 온 혁명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실 세계는 결국 공식을 토대로 진화한 결과물입니다. 앞으로의 세계는 또 어떤 공식이 그 유용성을 발휘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