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꼬까언니
김정아 지음 / 풍백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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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돌아왔다!는 부제가 주는 기대감만으로도 은근하게 긍정적인 힘을 안겨줍니다. 소울싱어즈 리더 김정아의 인생 여정을 담은 에세이 <잘나가는 꼬까언니>. 매일 죽고 싶을 정도로 과거의 상처에 매달리며 자기 연민에 빠졌던 시절을 뒤로하고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기까지 성장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16년 전에 썼다는 프롤로그를 공개하는 것부터 인상 깊었어요. 사람이 이렇게도 최악일 수 있구나 싶을 거라며 반발심 가득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글을 소개하며 그때를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난다고 고백합니다. 당시 이불킥할만한 감정 폭탄을 뱉어냈음에도 이제는 그 시절의 감정을 너그러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제는 긍정의 힘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꼬까언니. 버림받는 고통과 온갖 아픔들이 없던 일이 될 순 없겠지요. 그 시간들을 거치면서 좌절한 채 머무르지 않고, 지금에 이른 모습에 뿌듯한 감사를 할 수 있기까지. 점점 살기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게 해준 인생에 힘이 되어준 사람과 에피소드를 <잘나가는 꼬까언니>에서 만나보세요.


낳아준 부모님이 있고, 키워준 부모님이 따로 있다는 꼬까언니. 명확하게 사정을 밝히진 않지만, 어림짐작할 수 있는 정도로는 알려줍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가정 상황과 소통의 부재, 가난은 깊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안겨줬고 이단의 사슬에 매여 허덕였던 시간을 안겨줬습니다.


소원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지 않고 한집에서 사는 것'처럼 헤어짐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움으로부터 적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누군가 자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 시절을 날개 꺾인 새로 표현했습니다.


세상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조차 짜증 났던 시절의 에피소드 중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막대사탕을 물고 있으면 말을 못 하고 버벅대도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말을 걸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 막대사탕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겐 막대사탕이 상대로부터 차단하는 벽이 되기도 하다니. 어쩌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그만의 적극적인 방법이었을 것 같아요.


굳게 닫힌 마음은 상황이 만든 걸 테지요. 그렇기에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이들의 목소리는 얼떨떨하면서도 깊은 위로가 됩니다. 책 속에서 들꽃과 지미라고 부르는 이들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데 일조합니다. 친부모를 비롯해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앙금이 진하게 있던 16년 전의 프롤로그와 달리 조금씩 사랑의 언어를 건넬 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과 그런 사랑을 일상에서 소소하게 실어준 사람들 덕분입니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는 말이 그들로 인해 진정 와닿게 됩니다. 나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게 되자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됩니다.


한국형 블랙 가스펠을 대중화한 소울싱어즈를 결성해 오랜 세월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거의 그림자를 상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CCM 장르의 음악인이다 보니 글에서 종교 색채가 묻어 나오지만 사랑과 믿음,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의 삶을 가로지르는 이야기입니다.


살다 보면 후회하는 일들이 많아 아파하고 회상하게 되지만, 조건 없는 사랑은 여전히 어색하다고 고백하지만. 과거에 묶여있지 않고 늘 새로운 아침을 열며 잘 살아내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꼬까언니. 정지해 있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쌓여 현재의 모습에 이르러 날개 꺾인 새에 머무르지 않고 날아오르게 되었고, 이제는 바람을 탈 줄 알게 되었습니다.


삐뚤빼뚤 투박한 그림인데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뽐내는 그림은 그의 성정과 꼭 닮았구나 싶더라고요. 서툴지만 마음을 다해 꾹꾹 눌러쓴 글처럼 깜찍하기까지 한 그림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스스로에게 "잘 살았다."라고 말할 줄 알게 된 꼬까언니의 인생이 담긴 글귀가 고통으로 짓눌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막막한 이들에게 문을 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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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 미래소년 코난 스티커 컬러링
일과놀이콘텐츠랩 지음 / 북센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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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SF 모험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은하철도 999, 이상한 나라의 폴, 플란다스의 개 등과 함께 80년대 당시 공중파에서 방영된 명작 애니메이션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되겠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미래소년 코난>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인 만큼 다들 이름은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일 겁니다. 어린 시절엔 코난이 제 취향은 아니었는지 당시에 대충 봤던 모양인지, 캐릭터는 기억하는데 스토리가 가물거립니다.


라나를 업고 달리는 코난의 모습으로 스티커 컬러링을 시작하네요. 그러고 보면 코난은 라나를 데리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놀라운 체력을 가졌답니다. 라나는 미리 채색된 상태로 있어 코난만 스티커 조각을 붙이면 됩니다. 가뿐하게 시작할 수 있겠어요.


코난 시대 배경이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한다는 거 아시나요. 과학의 남용으로 파멸한 인류. 대부분 지구를 떠나지만, 지구에 남겨진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을 일궈나갑니다. 그곳에 코난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소녀 라나가 바다에서 떠내려오고, 아직 인류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에너지가 부족한 지구에서 태양 에너지 사용 기술을 얻기 위한 세력이 등장하죠. 인류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은 무기와 환경재앙이라는 설정 속에서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더 큰 의미를 안기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미래소년 코난의 주인공 코난의 체력은 넘사벽입니다. 심장 떨리게 하는 장면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이는 코난을 응원하게 됩니다. 청순미 가득한 라나는 텔레파시 능력을 가진 신비한 소녀입니다. 덕분에 위험에 처하기 일쑤인데 어찌나 마음이 강인한지. 체력 넘사벽 코난과 정신력 넘사벽 라나의 조합이 멋지네요. 체력 하면 말썽쟁이 포비도 빠질 수 없죠.


<스티커 컬러링 미래소년 코난>에서는 주인공 코난을 비롯해 라나와 포비에 이어 다이스 선장이 등장합니다. 제멋대로에다 악당의 면모를 가졌으면서도 코난의 조력자로 중요한 인물이지요. 미래소년 코난의 개그 담당이기도 합니다. 당시 로봇을 타고 다니던 모습이 어찌나 인상 깊었는지 저 장면은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린 포즈가 실려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바탕지 번호와 스티커의 번호를 잘 맞춰 붙이다 보면 어느새 완성하는 스티커 컬러링. 미래소년 코난 편은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편이라 스티커 컬러링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파이널 프레임, 미공개 아트워크, 오리지널 드로잉 등이 수록된 <스티커 컬러링 미래소년 코난>. 서비스 스티커까지 있어 잘 오려두고 보관했다가 다이어리에 붙여도 될 것 같아요. 북센스 컬러링북 시리즈는 모든 페이지에 절취선이 있어 뜯어 사용할 수 있어 편하게 스티커 컬러링을 할 수 있어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중 별다른 준비물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티커 컬러링의 매력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접해보세요. 마블 시리즈, 디즈니 시리즈 등 좋아하는 캐릭터로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보세요. 


고전 명작 애니메이션을 스티커 컬러링북으로 만날 줄은 생각 못 했는데, 이 책을 접하고 나니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즐거워 다른 명작 애니메이션들도 얼른 출시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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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밍들의 세계 - 주목받는 작가 8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양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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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에 게재된 1700여 편의 SF 중 엄선된 단편 앤솔로지 <나와 밍들의 세계>. 현재 한국 SF 소설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 8편이 수록되었습니다. 이들 중 수년 내 장편 SF로 이슈가 될 작가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시간여행 소재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와 밀접해진 우리의 현실을 조금 더 실감 나게 그려낸 작품들이 많다는 게 두드러지게 느껴졌어요.


인간은 실패에서 배우는 동물이라지만 아버지는 물론 자신도 인간이 아니라며 자조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양진 작가의 <나의 단도박수기>.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은 아버지에 이어 자신도 마지막 베팅 중인 긴박감 넘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위험한 의뢰를 받아 빚을 청산해 보려 하지만, 과연 무사히 의뢰를 수행할 수 있을까요. 우주선을 몰며 워프하는 우주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스토리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지금 이 시대에서도 한탕의 유혹에 빠진 인물상과 하등 다를 바 없어 배경만 다를 뿐 인간 군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유정 작가의 <나와 밍들의 세계>는 이 책의 표제작으로 삼을 만한 소설이라는 데 공감할 만큼 전개 방식이나 스토리 구성이 독특합니다. 죽어가는 길고양이를 데려와 살린 주인공. 그런데 그 살리는 방법이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운, 양가적인 감정을 낳게 합니다. 죽어가는 생명체를 살아 있는 생명과 연결해 주는 기계를 통해서 진짜 아픈 몸은 저편에서 간신히 생명 유지만 한 채 있지만, 주인공의 눈에는 다른 이의 모습으로 한 그 고양이가 내 곁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설 속 '나'는 고양이의 이름입니다. '밍'은 고양이를 살린 여자입니다. 각자가 가진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지며 지냅니다. 눈물이 핑 돌게 하는 먹먹한 스토리에 여운이 깊습니다. 둘의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문체가 한 편의 아트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으로 개종할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박하루 작가의 <최애 아이돌이 내 적수라는데요?>. 공장에 보급하는 흔한 제조형 로봇이 인간 아이돌을 마음껏 응원하고 군무를 추고 싶어 신체 개조를 한다는 설정이 재밌습니다. 그런데 스케일이 생각보다 커집니다. 안드로이드 권리 연대 내부의 알력 다툼에 휘말리는데. 안드로이드 시점에서 인간이 되었을 때의 상태를 나름 표현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연여름 작가의 <시금치 소테>는 제 취향에 잘 맞아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입니다. 사고로 아이를 잃고 남편과 별거한 채 자살 시도했다가 실패하면서 자살 생존자가 된 주인공. 생존자가 부정적 사고를 유발하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제거 시술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기억 삭제와는 달리 정보는 그대로 가지고 있는 채로 그저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도록 감정의 고리를 끊는 방식이라니, 읽으면서도 솔깃해집니다. 부정적 사고가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여정이 압축적으로 표현되면서 주인공의 내밀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기분입니다. 시금치 그림만 봐도 시금치를 싫어하던 아이 생각이 불쑥 들어 우울해지는 주인공. 나중에 기억 제거 시술을 한다면 시금치에 관한 기억을 삭제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주인공의 내면의 감정 폭풍에 긴장한 채로 읽게 되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끌어가는 방식이 멋집니다.


오른쪽 손목을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기뻐하는 주인공을 기괴한 상황으로 시작하는 남세오 작가의 <피드스루>. 임플란트처럼 생물학적 신체와 기계로 된 몸을 연결하는 부품을 뜻하는 피드스루. 인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신체 시대라면 상상해 볼 법한 스토일 것 같아요. 오른쪽 손목을 부상당해 기계로 대체해야 하는 주인공에게는 총상을 입고 머리 아래로는 아직 인공 신체를 연결하지 못한 불쌍한 딸이 있습니다. 스릴러 느낌을 팍팍 안겨주는 스토리에다가 그로테스크한 묘사 덕분에 상상하며 읽는 맛이 꽤 맵습니다.


천선란 작가의 <초인의 나라>. 실종되었다가 7일 만에 돌아온 아이들. 다섯 아이가 사라졌다가 한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온갖 소문이 난무했지만 결국 사건은 흐지부지. 하지만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결국 모두 사고와 자살로 죽게 되자 당시 아이들을 상담했던 주인공이 글을 남기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SF 소설에 초자연 미스터리가 끼어든 상황이라니 장르 붕괴의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대극 분위기를 물씬 내는 스팀펑크 스타일이 매력적인 김성일 작가의 <라만차의 기사>. AI 시스템의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가난한 시대가 된 배경에서 AI가 장악한 풍력발전소로 출정하는 기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공지능에게서 기술을 빼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흥미진진합니다.


배지훈 작가의 <유니크>는 의식 저장이라는 소재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확장합니다. 인간이 죽기 전에 스캐닝 기술을 받고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살아가는 스캔드. 살아있을 때의 재산이나 법적 권리가 스캔드에게 고스란히 귀속됩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으로도 스캔드의 입지는 탄탄합니다. 그런데 스캐닝을 받은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난 겁니다. 태양계 최고의 재벌이었던 인간이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된 셈입니다. 자신의 스캔드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한국과학문학상, 과학기술창작문예상, 황금드래곤문학상 등 수상 경력 있는 저자도 있고, 꾸준히 소설을 쓰고 있는 샛별들의 작품들까지. <나와 밍들의 세계>에 수록된 8편의 작품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다채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어 취향 호불호는 있을 수 있습니다. 거친 느낌도 있지만 풋풋한 상상력과 뜻밖의 감동을 머금은 매력적인 소설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SF 소설 마니아라면 한국 SF의 현재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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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러 가자
멕 태쳐 지음, 김아림 옮김 / 생각의집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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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천문학 노트를 만들어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며 밤하늘의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 <별 보러 가자>.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부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먼 천체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관련해 초등 고학년이 꼭 알아야 할 지식 정보가 가득합니다.


학생들을 위한 과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스미스 대학에서 천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멕 대처 저자는 달, 태양, 행성, 항성, 일식과 월식, 별자리 등 놀라운 천체로 가득한 우주에 대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호기심을 채워줍니다.


우주와 친해지기 위해 필요한 건 우리의 눈입니다. 특별한 장비나 도구를 갖추지 않아도 그저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세요. 물론 쌍안경이 있으면 훨씬 더 관찰의 폭이 넓어지고, 이 책에서도 쌍안경으로 하늘을 관찰하는 방법과 어떤 쌍안경을 구입하면 좋은지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눈을 들어 공짜로 별을 관찰해 보세요.


요즘은 도시의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인한 빛공해 때문에 별을 관찰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대도시에서는 별을 35개 정도밖에 못 본다고 해요.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베란다, 마당, 옥상 등에서 밤하늘을 관찰하다 보면 호기심을 끄는 반짝임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먼저 친해지자고요.


도시에서는 빼곡한 은하수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하늘을 관찰하면서 기록할 수 있는 게 무척 많다는 걸 <별 보러 가자>에서 알려줍니다. 매일매일 일출 또는 일몰을 관찰할 수 있을 수도 있고, 날씨 관찰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성, 인공위성과 별을 구별하는 방법, 천체의 거리를 손으로 측정하는 방법 등 관찰할 때 필요한 노하우도 배워보세요.


내 주변에서 언제나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천체는 바로 달입니다. 가장 밝은 천체인 태양 다음으로 밝은 천체입니다. 밤마다 모양을 바꾸는 달의 위상을 그저 스쳐지나지 말고 직접 관찰하고 기록해 보세요. 


달 표면에는 맨눈이나 쌍안경으로 보이는 바다와 커다란 크레이터들이 있습니다. 카메라로 찍을 때보단 덜 선명하긴 해도 스마트폰 줌으로 당겨 찍으면 달의 표면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 달 사진을 찍어보고 그림을 그려보세요. 우리는 대부분 달 토끼로 표현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달 그림들이 있더라고요. 솔직히 전혀 공감되지 않는 그림들도 있는데, 오히려 기발한 상상력에 깔깔대며 웃게 됩니다. 


<별 보러 가자>에서는 달의 지도가 소개되어 있어 대표 크레이터 명칭과 여러 바다의 이름을 위치와 함께 알 수 있습니다. 검은 그림자처럼 보이는 게 사실은 어두운 평원 즉 달의 바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하얀 점처럼 생긴 건 크레이터입니다. 우주를 돌아다니는 바윗덩어리 유성체가 달과 충돌하면서 생긴 흔적이지요. 크레이터 바깥쪽으로 하얀색 줄기가 뻗어 나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진 게, 실제 눈으로 관찰해 보면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빛을 내는 행성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에 대해서도 알아봅니다. 어떻게 탄생했는지, 각각의 특징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면서 우주의 먼 곳까지 확장해나갑니다. 행성들도 달과 마찬가지로 뜨고 지는 시간이 매일 바뀌는 데다가 자기만의 공전 궤도가 있어 위치가 달라집니다. 이걸 생각 못 하고 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행성 이름을 잘못 알고 있기도 했었거든요.


별과 별자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함께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붉게 빛나는 별, 푸르게 빛나는 별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별. 각각의 별들은 하늘에서 각기 다른 경로로 움직입니다. 먼 북쪽에서는 북극성이 하늘 높이 떠 있지만, 먼 남쪽에서는 하늘에 낮게 떠 있는 것처럼 지구의 여러 장소에 따라 움직임이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북극성을 찾는 법도 책에 잘 소개되어 있어요. 큰곰자리의 북두칠성을 찾아 앞서 소개한 손으로 측정하는 우주 각도기를 이용해 북극성을 찾아낼 수 있더라고요. 탄생별로 익숙한 황도 12궁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 태양이 황도 12궁의 별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태양은 12개의 별자리에서 각각 1달 동안 머무르며 지나갑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계절이 바뀌듯, 계절이 바뀌면 관찰할 수 있는 별이 달라집니다. 별자리 관찰에 흥미가 있다면 평면 천체도를 직접 만들어보세요. 혼자서 별과 별자리를 찾을 수 있는 도구입니다. 우리는 북반구에 살고 있으니 북반구의 별자리도가 필요하겠지요. 책에 수록되어 있어 복사해서 사용하기 좋습니다. 계절에 따라 관찰할 수 있는 별자리가 달라진다고 했는데 이 부분도 잘 짚어주고 있으니 걱정 말고 도전해 보세요. 북두칠성의 경우 계절에 따라 국자 모양이 회전하면서 위치를 바꾼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별 보러 가자>에는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다양하게 수록되었습니다. 밤에 눈을 보호해 줄 붉은색 손전등 만드는 법, 비율에 맞는 태양계 행성 축소 모형 만들기, 영사기 만드는 법 등 밤하늘을 더욱 즐겁게 관찰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해요. 2030년까지 일식, 월식 리스트와 함께 쌍안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천체, 천문학 지식을 더 배울 수 있는 장소들까지 잘 짚어주고 있으니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안겨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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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혼란한 마음 -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변지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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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릴케, 마거릿 애트우드, 데이비드 흄, 헤밍웨이, 어슐러 르 귄 등 소설가, 철학자, 시인, 사상가들의 문장과 함께 심리학자 변지영 작가의 생각과 감성을 덧붙인 100편의 글로 혼란한 마음으로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해법 <때론 혼란한 마음>.


수많은 의미 있는 문장으로 뽑아낸 100편의 키워드. 보기, 듣기, 말, 선택, 침묵, 걱정, 의심, 슬픔, 분노, 불안, 타인, 이별, 인연, 우연 등 현대인의 불안한 감정과 고통을 압축하는 키워드들이 나열됩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이 등장할 때면 그 또한 반갑더라고요. 책 속의 문장을 이토록 조화롭게 뽑아내다니.


제대로 바라보기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때론 혼란한 마음>. 나의 편견, 생각, 감정, 판단이라는 필터를 낀 채로 보고 있음을 짚어주는 것으로 우리 마음속 혼란의 정체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합니다. 눈에 필터가 끼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래서 처음 보듯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비로소 바라보는 게 아닐까 하며 묻습니다.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듣는 것 역시 필터가 끼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대로 듣지 않습니다. 기대, 판단 같은 것들이 오는 과정에 끼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사람은 죽을 수 있다."고 한 제프리 초서의 문장은 거절에 민감해 상처받고 좌절하는 우리에게 현명한 지혜를 안겨줍니다. 그저 내 메시지가 거절당한 것인데도 자신의 존재가 거부당한 것으로 느낍니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상상이 큰 위협이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걱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맥 매카시의 "기억하고 싶은 것은 잊고, 잊고 싶은 것은 기억한다."는 문장처럼 마음의 불안과 걱정은 머릿속을 쉬이 떠나질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유독 급하게 부풀려지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실제 일이 벌어지는 속도보다 머릿속에서 더 빨리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유독 싫어하는 민감한 주제에서는 특히 왜곡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머릿속에 필터가 많아져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과잉 해석합니다. 변지영 작가는 일상에 방해될 정도라면 심리 상담이나 명상으로 걱정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조언합니다.


장점은 곧 단점의 뒷면이라는 것. 단점도 맥락이나 상황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한다는 걸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해 봅니다. 그럼에도 경직된 흑백논리를 가진 채 스스로를 고립시키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분노 역시 양면의 힘을 가졌습니다. 분노가 자기 파괴적인 에너지가 되게 하지 말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욕망하기에 우리는 불안합니다. 재물 욕심, 권력 욕심보다 더 큰 건, 존재에 대한 욕심입니다. 모든 욕망은 결국 더 완전해지려는, 더 많이 존재하려는 욕망이라고 합니다. 완전함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문제를 문제 삼지 않아야 함에도 '왜 나는 이럴까?'하는 시선으로 스스로를 대하고 과거 탓을 합니다.


변지영 작가의 해법이 눈길을 끕니다. 우리는 하찮다고, 별것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존중, 인정, 사랑받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런 경우 타인에겐 정작 관심이 없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주의가 쏠려 있으니까요. 타인에게 친절히 대할 때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 등 관계에 대한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있는 그대로의 전체를 보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우울해하는 것"이라는 말로 받아들임에 관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두려움의 반대말은 두렵지 않음이 아니라 받아들임이라고 합니다. 도망가기 때문에 두려운 생각을,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르지 않아서 불안한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도망갈 곳을 차단함으로써 회피하는 습관을 끊게 하는 불안 치료법을 소개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후각과 환상> 책과 잘 어울리는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냄새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빠르고 무의식적입니다. 낯선 공간에 가면, 사람을 만날 때면 무의식중에 냄새부터 맡습니다. 중요한 건 냄새가 판단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에 냄새를 싫어하면 다 싫어하는 거고, 냄새를 좋아하면 다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정말 내 감정 대부분이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수많은 필터 때문에 생기는 것 같군요.


심리적 건강을 위해,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힐링 에세이 <때론 혼란한 마음>. 건강한 뇌, 건강한 마음이란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응하고 대처하면서 변하는 것을 뜻한다는 게 이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혼란한 마음도 습관이라고 합니다. 이런 습관을 줄이려면 의식을 호흡에 두며 생각 습관의 연결고리를 잠시 끊어보라고 조언합니다. 불편하고 힘든 순간, 여러 상황에서 생겨나는 우울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되새겨야 할 문장이 가득합니다. 책 속 문장을 읊조리다 보면 막연한 불안과 만성적 불안으로 인한 내면의 비판을 멈추고, 정신적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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