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숨구멍
JUUT 지음 / 인디언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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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백미디어의 임프린트 인디언북 첫 번째 책 <이건 내 숨구멍>. 젊은 작가들의 실험정신을 담아낸다는 인디언북의 기획의도가 잘 엿보이는 책입니다.


JUUT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SNS의 짧은 글쓰기 스타일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낯설지 않은 방식일 수 있습니다. 짧은 글에 압축된 감정을 담기 위해 세심하게 선택된 단어 하나하나가 빛을 발휘합니다.


사랑의 시작과 이별 후까지 한 번쯤 겪는 사랑에 대한 감정의 희로애락을 거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아낸 <이건 내 숨구멍>. 작가는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어려워한다고 고백하지만, 날것의 감정과 굳이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공감하게 되는 여백 사이를 오르내리며 독자로 하여금 곱씹어 보게 하고 있습니다.


친구 사이에서 간질간질거리는 마음이 드는 순간, 이미 사랑은 시작된 거겠지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은 설렘을 안겨줍니다. 담백하게 기억을 회상하는 JUTT 작가의 감정선이 마음에 쏙 듭니다. 그러면서도 ‘습관적 거짓일까 아니면 극도로 미화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확대해석인가’ 하며 기억의 편린에 대한 두려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상대와 함께 할 때 ‘숨통이 트여.’라고 느껴지는 사랑. 그런 상대라면 그 누구보다 ‘유의’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너를 선물 받은 기분’이 되는 겁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시작점에서만 맞이할 수 있는 감정을 담은 글이 이어집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예외가 되는 사람이 된다는 것, 단점도 이해하려 들고 참아주기도 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됩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가 이제서야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기도 합니다. ‘당신이 녹아들었고 나의 형태를 잃었다.’는 문장도 아름다워요. 문장을 굴려보며 작가가 고르고 고른 단어를 음미해 봅니다.


‘혼미’하게 하는 사랑은 함께하는 시간이 이어지면서 빛을 잃어가기도 합니다. 이때쯤이면 ‘나만의 공간으로 돌아가 혼자일 자신이 없어지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자꾸만 유예기간을 두며 욕심 내려는 감정도 불쑥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꾸역꾸역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비워내는 여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여러 겹의 장미꽃처럼 충분히 많은 걸 보여준 상대였지만, 정작 나의 눈에는 가시만 보였던 게 아닌가 하고 곱씹어 보기도 합니다.


‘너를 선물 받은 기분’으로 시작한 사랑은 이제 ‘적당한 때를 선물 받은’ 이별의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을 놓자 앓기 시작합니다. 여덟 번의 계절이 지나서야 겨우 비워냈다고 고백합니다. 이별을 했더라도 한때는 소중한 존재로 있었던 사람에 대한 예의를 다하고 있습니다. ‘정성 들여 너를 토해냈다.’는 말처럼 조금씩 감정을 덜어내는 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소설의 흐름을 가진 시집답게 아쉬움, 그리움, 바람이 점철된 연서와도 같은 스토리의 연속성이 돋보이는 <이건 내 숨구멍>입니다. 갑갑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탁 트이는 숨구멍을 비유하면서도 발딱발딱 뛰는 갓난아기의 숨구멍처럼 역동적인 희망을 담기도 한 숨구멍. 가슴 저릿한 시간을 지나오며 작가만의 숨구멍으로 작용한 한 문장 한 문장을 함께 읽으며 나의 숨구멍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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