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철학 - 거짓 세상의 파도 위에서 철학으로 중심잡기
라르스 스벤젠 지음, 이재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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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철학 교수 라르스 스벤젠의 <거짓말의 철학> 탄생에 지대한 역할을 한 정치인은 도널드 트럼프였습니다. 현대 정치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거짓말쟁이라고 (이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에게 압도적으로 추월당했지만) 하는데요. 진실할 책임을 저버리는 거짓말과 개소리와 트루시니스(사실 여부 확인 없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사실로 인식하는 상태)를 파헤치고 싶어 거짓말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익한 윤리 수업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노르웨이는 최고 수준의 대인신뢰도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전체 가구의 거의 절반이 1인 가구입니다. 개인화된 사회들은 대인 신뢰 수준이 높고 신뢰 반경이 훨씬 큰 반면, 집단주의 사회들은 대인 신뢰 수준이 낮은 양상을 보인다는데 이는 민주주의의 신뢰와도 연결된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는 신뢰가 규준이 아닌 사회에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거짓말은 상대를 사실관계가 아닌 자기 의지에 예속시키려는 행동입니다. 정치인과 시민이 진실에 매진하지 않는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의 철학>에서는 진실성이 민주주의에 가치를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일깨웁니다.


거짓말에 대한 주제는 사회심리학, 언어철학에서 많이 다뤄 관련 책을 읽어본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거짓말 판별법도 빠짐없이 등장하죠. <거짓말의 철학>에서는 윤리적 쟁점으로 접근합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나 친구 사이의 거짓말처럼 사적 영역에서의 거짓말과 정치세계의 사회적 차원의 거짓말을 살펴보며 하얀 거짓말부터 검정 거짓말 그리고 그 사이의 수많은 회색 거짓말로 점철된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거짓말의 반대는 진실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진실성이라고 합니다. 내 말이 거짓말인지 여부는 내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에 달려 있지 않은 겁니다. 내가 내 말을 참으로 믿는지 거짓으로 믿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의 반대는 진실성입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이 실제로 진실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는 직감에 의지해 진실로 결론 내리는 경향이 큽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항상 오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속 새로운 진실을 찾아야 합니다. 거짓말의 개념을 이해할수록 진리 탐색자로서 책임감 있고 성숙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거짓말은 언제나 잘못이지만, 옹호될 법한 특별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거짓말하는 이유는 참 다양합니다. <거짓말의 철학>에서는 칸트, 쇼펜하우어, 존 스튜어트 밀 등 철학자들은 거짓말을 어떻게 정의 내렸는지 살펴보면서 거짓말에 대한 윤리철학을 소개합니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처럼 자기기만에 대해서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자기기만은 사실상 거짓말보다 트루시니스에 가깝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일정량의 자기기만을 적용하지 않고는 삶을 헤쳐나가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자기기만이 심할 경우 양심이 우리 행동을 인도하는 능력을 방해한다는 데 있습니다. 진실을 추구한다면 적어도 통찰을 제공할 능력, 인생에서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을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거짓말의 철학>은 자기기만이 아니라 자기 인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거짓말계의 압도적 거물 도널드 트럼프는 정치적 거짓말 사례에서 빠지지 않는군요. 너무나도 노골적인 거짓말을 해서 오히려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그를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사람'으로 솔직함의 대명사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치에서 거짓말은 언제 허용될까요. 칸트는 거짓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는 주의고, 결과가 이롭다면 허용되는 건 마키아벨리의 관점이며, 정치에서는 때로 필요하다는 관점을 보인 막스 베버도 있습니다. 현대 정치에서 우리는 외교 정책 관련 거짓말은 결과가 좋으면 용서를 하고, 국내 정책 분야는 지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타적 거짓말이라 불리는 것들은 온정주의 거짓말이기 쉽고, 정치에서 오히려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다는 겁니다. 시민을 합리적 의견 형성의 역량이 없는 어린아이처럼 여기는 셈이거든요.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차단하는 대국민 거짓말은 국익이라는 이름하에 수없이 나타났습니다. <거짓말의 철학>은 정치적 거짓말은 진정한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들려줍니다.


사회심리학 실험에서 사람들은 평소 상호작용의 25퍼센트가량 거짓말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해석은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합니다. 소수가 매우 높은 빈도로 거짓말하면 평균이 쉽게 올라갑니다. 실제 우리가 서로가 하는 말들 중 거짓말의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정직한 다수가 구축한 신뢰에 거짓말하는 소수가 기생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거짓말이 성공하기도 하고요.





대체로 우리는 사람들이 진실을 말한다고 가정합니다. 거짓말한다는 생각이 들려면 그럴 만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거짓말 판별법으로 남들을 더 의심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거짓말이 쉬운 해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유지 비용이 꽤 든다고 합니다.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으려면 뱉은 말을 기억하고 입조심을 하는 등 자기 감시가 필요해집니다. 사소한 일에도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에 쉽게 익숙해집니다.


한편으로는 남들에게 숨길 속내는 숨기고,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인간 공동체는 어느 정도의 가식을 요한다는 걸 부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믿고 싶은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짓말의 철학>은 외부 환경이 아닌 자기 안에 진실성의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실생활에서는 트루시니스를 특히 경계하자고 조언합니다. 정신적 나태를 경계합니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로 진실인지 굳이 확인하려 들지 않은 우리의 성향이 가짜 뉴스, 허위의 주요 원천이라고 말이죠.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진실하기 위해 노력할 도덕적 의무를 이야기하는 책 <거짓말의 철학>. 어려운 해법은 없습니다. 자신이 믿는 바를 말하고, 그것의 진위 확인을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일깨웁니다. 그걸 하지 않기에 이 책이 나온 이유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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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사 사회
송병기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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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하라더니 이제는 각자도사인가요. 각자 알아서 살고 각자 알아서 죽는 사회.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존엄한 죽음은 불평등합니다.


여러 나라의 요양원, 호스피스, 요양병원, 대학병원에서 현장 연구하며 죽음과 불평등의 관계를 탐구한 의료인류학자 송병기 저자의 책 <각자도사 사회>. 집, 노인 돌봄, 호스피스, 콧줄, 말기 의료결정에 이르기까지 생애 말기와 죽음의 경로 속에서 한국 사회의 현시점을 들여다봅니다.


언제부터 죽음이 개인의 능력에 달린 문제가 되었을까요. 우리는 최대한 천천히 늙기를, 덜 아프기를, 깔끔하게 죽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저자는 묻습니다. 존엄하게 죽기 위해서는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안에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현실은 일하다가 죽고, 가난해서 죽고, 학대로 죽고, 고립으로 죽고, 차별로 죽습니다. <각자도사 사회>는 존엄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생명은 연장됐는데, 한국 노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자살한다. 정년의 개념은 온데간데없고, 일자리가 최고의 노인복지로 여겨진다. 오늘날 미래는 재테크나 노후 준비를 뜻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미래에 죽을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죽지 못해 살까 봐 두려워한다." - 책 속에서


집에서 자다가 죽으면 호상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요즘 현실에서는 누락된 맥락이 있습니다. 노인 빈곤율이 극심한 현실에서 과연 그 집은 안식처일까요, 고립된 장소일까요. 환자와 돌봄 제공자의 삶의 조건에 따라 생애 말기 돌봄 수준이 크게 달라집니다. 여전히 돌봄은 불안정한 노동, 의료, 복지 구조 속에서 여성이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하는 일입니다.


고관절 수술로 일상생활이 힘들어지자 요양원에 들어간 한 노인은 매일 팥죽을 먹는 간식 시간이 그렇게도 싫지만, 억지로 먹고 자리를 뜹니다. 그래야 일하는 분들과 딸에게 짐이 되지 않으니까요. 팥죽 간식을 거부하면 괴팍한 노인으로 낙인찍힙니다. 개인의 기호는 사라집니다. 이조차도 자신의 취약함을 온갖 서류로 증명해야만 가능합니다. 불편한 문제가 없는 좋은 돌봄을 원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커뮤니티 케어 같은 현행 제도들이 왜 만들어졌는지,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늘어났는데 왜 돌봄 노동자 수는 부족한지, 이는 어떤 문제로 이어지는지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환자, 보호자, 의료진 각각의 입장을 들여다보며 제도와 현실의 불일치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들려줍니다.


일명 콧줄이라 불리는 비위관 삽입.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일상적 의료행위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자는 인공적인 비위관 삽입이 환자의 상태와 삶의 질을 충분하게 향상시키지 않고 수명만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던집니다. 물론 비위관 삽입을 애초에 제외하고 최대한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요양원도 있습니다.





이제는 재택사보다 병원사가 늘어났습니다. 생애 말기 돌봄과 죽음이 환자, 보호자, 의료진 간의 협상과 결정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없이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르는 길 앞에 놓인 장애물이 참 많습니다. 노인 자살, 간병 살인, 고독사 그리고 안락사까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타인의 돌봄 관계에 수많은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죽음의 타이밍을 고민할 뿐입니다.


무연고 사망자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떤 관점으로 다가가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비혼, 저출산, 고령화, 가족 해체를 원인으로 가족 유대감을 강조하는 해법으로만 접근하는 기존의 처방에 의문을 표합니다. 저자는 1인 가구, 동거 가구, 동성 가구, 비혼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체계와 규범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합니다. 연명의료결정, 장례식 등의 문제에서 혼자 사는 사람의 죽음을 시민 연대, 사회적 친족 개념으로 다가서도록 촉구합니다.


웰다잉 담론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능동적인 죽음 준비 과정이라는 담론을 담은 웰다잉이 간과하는 것은 없을까요. 좋은 죽음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개인, 질병과 돌봄을 오히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쉬워진다고 합니다. 역설적으로 웰다잉이 유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좋은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참고문헌으로 수록된 도서 목록에서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 많았습니다. 주제는 묵직하지만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로 풀어내는 책이라 부담스럽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책입니다.


존엄한 돌봄과 죽음을 희망하지만 노화, 질병, 돌봄, 죽음을 이 사회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의료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짚어준 <각자도사 사회>. 한국의 기이한 의료체계, 빈약한 사회보장, 정의롭지 못한 돌봄의 배치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좋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좋은 죽음이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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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독서 - 세상을 바꾼 타이탄들의 책읽기
마틴 코언 지음, 김선희 옮김 / 윌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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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지식도 복리처럼 불어난다고 했고, 그 바쁜 빌 게이츠도 책을 일주일에 한 권은 읽습니다. 부자가 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인상적인 사람이 되는 법에 관한 전문가와 책은 많습니다. <레버리지 독서>에서는 책에서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은 리더들의 인생 책을 소개합니다. 그렇다면 독서는 성공이라는 목적의 수단일 뿐일까요? 이 책에서 언급한 수많은 책을 성공한 리더들처럼 무작정 따라 읽으면 가능할까요?


목표에 다다르는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을 위한 지혜로운 조언을 얻는 일은 성공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음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서로 얻어낸 정보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용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은 단순히 부와 명성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것이든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성공을 이야기합니다. 독서는 그 자체로 자극과 힘을 준다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레버리지 독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책이 지닌 힘을 강조하고, 책에서 영감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와 영감을 어떻게 실천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과 혁신가의 관계는 적극적인 독서에서 비롯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 위한 독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서평가이자 철학자 마틴 코언이 리더들의 삶과 인생 책을 엮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인류학자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를 최근에 읽으면서 연구의 씨앗이 된 책으로 『두리틀 박사 이야기』, 『정글북』을 언급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두리틀 박사의 시각이 제인 구달의 연구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침팬지들에게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붙인 겁니다. 그의 인생 책은 침팬지들의 상징적인 친구인 제인 구달의 연구 방식과 삶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꾼 역사적인 책 『침묵의 봄』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요. 레이첼 카슨의 스타일과 정서에는 『모비 딕』 을 쓴 허먼 멜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논픽션 과학 서적과 웅장한 소설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레버리지 독서>에서 하나씩 짚어줍니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사진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환경운동가 프란스 랜팅.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통해 그의 작품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이 사진가는 어린이 고전 『닐스의 신기한 여행』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연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랜팅의 삶의 원칙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훗날 빅 아이디어라고 명명 받는 대단한 혁신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새로운 통찰과 발견을 촉진하기도 했습니다. 몇몇 저자는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념비적인 문학 작품에서부터 소박한 동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심지어 악행에 관한 책으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구글 창업자 중 한 명인 리처드 브랜슨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준 책은 무엇인지, 『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를 쓴 저널리스트이자 사진작가 제이컵 리스에게 영향을 준 책은 무엇인지, 세계적인 아이콘이 된 오프라 윈프리와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의 삶에 영향을 미친 책은 무엇인지, 책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떻게 한 권이 또 다른 한 권으로 이어지는지, 우리 삶이 책의 영향을 받는 미묘한 방식을 잘 보여주는 <레버리지 독서>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거나 영감을 준 아이디어를 책을 읽다 찾아내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는 리더들. 그들이 언급한 책을 단순히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인생 스토리를 함께 들여다보기에 이 책은 '성공 스토리'이자 '책에 관한 책'이라는 주제를 모두 다루고 있는 셈입니다.


경험으로 얻은 교훈을 활용하는 능력, 영감을 주는 책에 느끼는 부채 의식 등 영감을 얻는 마음의 힘을 통해 적극적인 독서법의 모습을 보여주는 <레버리지 독서>.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의 서재를 엿보는 흥미진진한 시간이 됩니다.


"우리 모두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새로운 책을 끊임없이 읽으며 삶을 탐색해야 한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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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불길, 신냉전이 온다 - 일대일로 정책에서 타이완해협의 위기까지 더 은밀하고 거대해진 중국의 위협
이언 윌리엄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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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중전쟁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중국의 위협이 얼마나 은밀하고 거대한지 깨닫게 한 책 <용의 불길, 신냉전이 온다>. 에미상 수상자이자 영국 언론 기자 이언 윌리엄스가 중국과 아시아 곳곳을 다니며 목격한 중국의 힘자랑과 억압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첫 책<숨소리 하나까지: 중국의 새로운 전제정치>로 감시국가 중국을 다뤘다면, 신간 <용의 불길, 신냉전이 온다>에서는 군사, 산업, 정치, 지역, 사이버 공간 전 영역에서 펼쳐지는 신냉전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최근 중국의 정찰 풍선과 관련한 이슈가 있는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사실 신냉전이라는 용어는 서방 지도자들이 사용하길 꺼려 합니다. 냉전이라는 용어를 쓰면 정말로 닥칠까 두렵기 때문에 체제경쟁국, 전략 경쟁이라는 용어로 현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서방은 중국과 안보, 인권 문제에서는 대립하면서도 무역, 투자, 기후 변화와 보건 등 공동 관심에서는 협력하는 이원화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관계를 바란다는 것이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의 중국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실태라고 비판합니다. 중국은 모든 사안에 위협과 협박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진핑의 총서기 3연임을 확정한 상황에서 사실상 중국의 영구 집권을 허용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서방 민주국가에 깊은 피해의식과 적의를 가진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 푸틴과의 관계는 돈독해졌습니다. 


"우리는 외세가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거나 노예로 부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감히 이런 망상을 품는 자는 14억 중국 인민이 피땀으로 쌓아 올린 강철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를 철철 흘릴 것입니다." _시진핑,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연설(2021.7.1)


<용의 불길, 신냉전이 온다>는 신냉전으로 나타난 여러 전선과 화약고, 중국공산당이 사용한 다양한 전략을 살펴보고 이에 맞서는 서방의 전략 해법을 제시합니다. 특히 충돌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타이완해협은 기사로 자주 등장하는 지역이지만 그 속 사정을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회색지대 분쟁 전략을 쓰는 중국과 타이완이 왜 그렇게도 중요한지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타이완(대만)은 국공대전에서 공산당에 패한 국민당이 1949년 타이완으로 후퇴하면서 망명정부로서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분쟁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국가의 요소는 모두 갖췄지만 여전히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오로지 중국의 영향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타이완과 중국의 집안싸움으로만 대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하나의 중국 정책'은 타이완은 중국에 속한다는 개념입니다. 타이완 수복이 중국의 원칙입니다. 하지만 민주국가 타이완의 국민 대다수는 자신을 중국인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이미 타이완은 민주주의와 다양성이 뚜렷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타이완을 상대로 회색지대 분쟁 전략을 펼치는 중국. 타이완뿐만 아니라 남중국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중국해는 세계 여느 바다보다 영유권 다툼이 치열한 곳이라는 걸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됩니다. 이곳은 일본, 한국, 타이완,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많은 나라들에게 중요한 교역로입니다.


그런데 남중국해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입니다. 국제법 따위 신경 쓰지 않으며 인공섬까지 만들어 광범위한 주권 행사를 밀고 나가는 중국입니다. 그 안에는 역사를 빙자한 신화와 민족주의 정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은 저기가 다 자기네 거라고 우깁니다." 에스트렐라(필리핀 해군 대변인)의 손끝이 남중국해를 가리켰다. "다음에는 미국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겁니다." - 용의 불길, 신냉전이 온다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사막, 북극, 히말라야산맥, 사이버공간에서 국제적으로 중국의 위협이 펼쳐집니다. 이토록 많은 지역에서 위기가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에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반도체 부족에 시달렸을 때 첨단산업 분야 대부분이 타이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현실을 깨닫게 한 것처럼 타이완에서 국제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치러야 할 잠재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뒤흔드는 위협을 북한 못지않게 중국이 하고 있습니다. 2021년 전쟁 영화 <장진호>가 중국에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는데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중국공산당에서는 한국전쟁을 항미원조, 즉 미국의 부당한 침략에 맞선 방어전으로 생각하며 외세의 도발에 맞서 국익을 보호하겠다는 국민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신중한 입장으로 대처한 일본과 한국의 변화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가 낳은 결과로 반중정서가 커지며 동북아시아에서 안보의 초점이 바뀌고 있는 현실을 짚어줍니다.


더불어 중국에 맞선 오스트레일리아와 리투아니아 사례를 소개하며 중국의 협박과 경제 보복의 영향에 대해 살펴보기도 합니다. 재밌는 점은 발트해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는 수출에서 중국은 겨우 1%를 차지할 뿐이라 콧방귀를 뀔 수 있었고,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경제 보복을 당할 때 다양한 대처를 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야심과 영향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은 부유해졌고 세계경제에 깊숙이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와 리투아니아 사례를 통해 그동안 고분고분 중국의 방침을 따랐던 과거와는 달리 국제사회가 반발하는 전환점이 된 것처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냉전과는 다른 오늘날의 신냉전에 대해 낱낱이 보여주는 <용의 불길, 신냉전이 온다>. 나치 이후 최대 규모로 한 민족을 감금한 신장의 재교육 수용소처럼 중국의 암울한 피해망상적 세계관에 대해 비판하며, 이런 중국을 상대할 국제사회의 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대응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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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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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곰베 지역에서 침팬지 연구를 하며 침팬지 및 야생동물들이 처한 실태를 알리고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89세에도 여전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 평화와 지구의 모든 종의 안녕을 위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인 구달이 65세에 쓴 <희망의 이유>가 출간 24년 만에 한국어판 특별 서문을 담은 양장본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으로 희망을 잃고 있는 이 시대에 더 큰 울림을 안겨줍니다.


산업화된 농업, 상업적 어업, 공장식 축산은 생물 다양성에 끔찍한 영향을 미치고 인간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생물다양성을 늘리는 환경 개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곳곳에 있습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제인 구달이 말하는 희망은 희망적인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에 관한 것이라고 합니다. 놀라운 인간의 두뇌, 자연의 회복력, 젊은이들의 에너지와 결단력, 불굴의 인간 정신은 함께 모여 행동하게 만듭니다.


언제나 낙관적으로 이 세상을 헤쳐나가고 있는 제인 구달.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삶의 철학은 무엇인지, 그의 낙관주의와 희망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희망의 이유>에서 들려줍니다. 제인 구달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등장하기에 자서전의 느낌도 물씬 납니다.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제인 구달의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끼친 사람들과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어렸을 때부터 온갖 동물에 매료된 제인 구달. 재밌게도 한 살이 지났을 무렵 아버지가 선물로 준 인형이 바로 침팬지 봉제인형이었다고 합니다. 65세에 이 책을 쓰던 당시에도 여전히 갖고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생명에 대한 애정과 지식에 대한 열정을 살려주고 격려해 준 어머니, <둘리틀 박사 이야기>, <정글북> 등을 좋아한 소녀 시절, 2차 세계대전과 스포츠 사냥을 경험하며 깨달은 의문들 등 그의 인생 경험을 서술하는 여정이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23세 때 친구의 초청으로 아프리카로 갑니다. 그곳에서 루이스 리키 박사의 조수로 일하며 그의 인생은 영원히 바뀝니다. 당시에는 자연 서식지에서 침팬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진 게 거의 없었습니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곰베로 갔고, 결국 발견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침팬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를 시작으로 그 관찰들은 인간의 고유성에 도전했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과학적, 신학적 소동이 일어납니다.




이후 곰베에서 연구를 하면서 온갖 시련이 찾아옵니다. 비행기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납치를 당한 학생 네 명이 무사히 돌아오기까지 끔찍한 악몽처럼 고통을 겪기도 합니다. 전쟁은 항상 인간만이 저지르는 행위처럼 보였지만 침팬지들 역시 인간의 원시적 전쟁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적대적인 영역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관찰합니다. 곰베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고 하는 1970년대에는 침팬지 집단 간의 4년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침팬지의 본성에 대한 관점을 바꾼 계기가 되었습니다. 초기 연구에서는 곰베의 침팬지들이 많은 면에서 인간보다 더 낫다고 믿었지만,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측면을 지니고 있었던 거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일은 침팬지의 공격성과 인간의 폭력상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나아갑니다.


곰베에서의 생활은 오늘날의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매료와 경이가 사고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른 생명체는 할 수 없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고도로 발전된 지성을 가진 인간의 책임에 대해서도 고찰하게 됩니다.


숲의 한적함과 고독을 사랑했고, 우리 시대의 가장 매력적인 피조물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제인 구달.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고 믿습니다. 동물 복지와 동물 권리 보호 운동을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가장 독특한 특성, 인간성을 실현시키는 일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역할이 있다. 모든 사람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설립한 제인 구달 연구소와 실천적인 환경, 인도주의적 교육 프로그램 '뿌리와 새싹'을 통해 사람, 동물, 환경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는 제인 구달. 한 사람의 개인적 철학과 신념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응원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희망의 이유>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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