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숲속 표본실
다나카 아유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생각의집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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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는 언제나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번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숲의 소리. 그 소중함을 언젠가부터 잊고 지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유럽에서 지내며 일상 속에서 숲과 친근하게 지낸 다나카 아유코 저자는 숲에 관한 동화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숲속 소리였다고 합니다. 숲속을 산책하던 중에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를 들으며 그때부터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숲은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그 충만한 기쁨을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에서 보여줍니다.


그림책과 동화의 경계선 어디쯤에 있는, 적당히 글밥 있고 예쁜 일러스트가 가득한 책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책이지만 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거예요.


도서관에서 숲 속 도감을 펼친 릴리는 책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잠깐 사이에 숲속으로 들어온 릴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판타지한 장면 전환에 두근두근합니다.


숲속에는 숨바꼭질을 하다 동생을 잃어버린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숲은 좀 이상합니다. 너무나도 고요합니다. 릴리가 알고 있는 숲의 소리를 내보지만 그 소리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흘러가버립니다. 누가 소리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소리가 사라집니다. 소리 흔적을 따라 릴리와 소녀가 찾아간 곳은 안개 자욱한 숲의 요정 포그 씨의 집입니다.





포그 씨네 집에는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이 있습니다. 그곳엔 온갖 숲의 소리가 모인 표본이 가득했습니다. 종달새 노랫소리, 산비둘기 소리, 할미새 노랫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떼까치의 노래, 이끼에 물이 스미는 소리, 가을밤 밤소리, 아침 이슬이 떨어지는 소리, 새끼 티티새의 소리,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 태양을 머금은 바람소리, 눈 녹은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이쯤 되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동안 숲에서 의미 없이 그냥 지나쳐버렸던 숲의 소리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을요.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과 함께 숲의 소리를 기억해내보세요. 기발한 소리를 기억해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숲의 소리를 말과 글로 표현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의성어는 정말 한정적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생생한 숲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저자의 센스가 멋지네요. 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우리 아이들의 재치 있는 표현력도 기대됩니다.


그런데 숲의 소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요? 세계 숲의 생생한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숲의 소리(Sounds of the Forest) 사이트에서 숲소리 파일을 들어보세요. 어떤 숲은 우렁찬 물소리를, 어떤 숲은 귀를 쫑긋 세워야 간신히 들을 수 있는 고요함을, 어떤 숲은 온갖 새가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그 숲에 들어가 있는 기분입니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숲을 가면 뭘 해야 할지 아시겠죠? 귀를 활짝 열어두는 거예요. 그곳의 숲소리도 녹음해 보세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리로 만나는 시간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입니다.


그나저나 안개 자욱한 적막한 고요 속에 살아온 포그 씨는 생동감 넘치는 숲의 소리를 탐내며 숲 소리를 수집했는데, 그 때문에 숲 전체가 적막해졌으니 이 일은 어쩌죠? 릴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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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스콧 허쇼비츠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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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교양철학서라며 나온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철학책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이 책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읽으면 특히 공감 백배입니다. 법철학 교수 아빠와 두 아이 렉스와 행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묵직한 철학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입니다. 에피소드들을 만날 때마다 빵빵 터졌어요.


철학은 '왜?'와 '왜?'를 이어가며 거침없이 생각을 전개할 때 시작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질문하는 건 아이들이죠. 원래 아이들은 모두 철학자라고 합니다. 수많은 유치원 아이들이 철학자들의 주장을 이미 먼저 생각해낸다는 걸 렉스와 행크 두 아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저 어른들이 시답잖은 질문이라며 무시하며 눈치채지 못했을 뿐.


하지만 철학은 아이들처럼 그런 질문을 했을 때 비로소 펼쳐진다는 걸 짚어줍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질문합니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철학자가 아니게 됩니다. 더 실용적인 일을 해야 하니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처럼 질문하면 어리석게 보일까 걱정합니다. 그런 질문에 매달리는 걸 어리석다고 여기는 거죠.


그런데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면 철학이 필요합니다. 질문이 바로 출발점입니다. 루스 긴즈버그 대법관의 서기로 일하기도 했고 현재 미시간대학교 법학 및 철학과 교수인 스콧 허쇼비츠는 실제 수업에도 자녀들과의 일화를 등장시키며 학생들과 토론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 책을 계기로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경이의 일부를 다시 맛볼 수 있다고 응원합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겠다 했을 때 아버지는 철학이 뭐냐고 되물으셨지만 그 스스로도 답을 알지 못했었다는 저자는 세월이 지난 후 첫째 아들 렉스가 2학년일 때 명쾌한 답을 찾았습니다.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수학 철학자가 되고 싶다고 써낸 아들에게 "철학이 뭐니?" 하고 물었더니 0.5초 동안 생각하다가 "철학은 생각하는 기술이야."라고 대답한 아들 덕분입니다.


철학적인 질문을 통해 우리 자신과 세상에 관해 생각하고, 우리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걸 아이의 호기심과 창의적인 생각으로 확인한 거죠. 물론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우수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대신 아이들은 용감합니다. 어른들이 익숙해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깨뜨립니다.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은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도록 일깨웁니다. 렉스와 행크는 스스로는 그게 철학인 줄 모르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그런 다양한 사례를 법철학 교수 아빠는 철학적 관점으로 해석해냅니다. 우리는 친숙한 문제를 통해 철학의 세계로 발을 디딜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도덕에 관한 질문, 정체성에 관한 질문, 지식에 관한 질문을 다룹니다. 권리, 복수, 처벌, 권위, 젠더, 인종, 진실, 정신, 신에 이르기까지 보기만 해도 묵직한 주제만 놓고 보면 어떻게 꼬마 아이들과 대화를 이어갈지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아이에게 "아빠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라는 엄청난 말까지 듣게 된 상황처럼 배꼽 빠질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합니다.





철학에서 항상 등장하는 스위치 앞의 방관자 실험을 아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다섯 명이 죽도록 놔둘 것인가, 한 명을 대신 희생시킬 것인가 하는 이 트롤리 실험을 다른 철학책과 비교해 읽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대부분은 한 명을 대신 희생시킨다고 선택합니다. 이 문제는 여러 가지 옵션이 추가될수록 더 복잡해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도덕의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한 도구로서 말이죠.


저자는 이 문제를 두고 우리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위해 그 권리를 양보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그리고 도덕은 단순히 권리와 의무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음도 알려줍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다섯 살 때의 행크가 "나한테는 권리가 없어!" 하며 씩씩대는 상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권위에 대한 주제도 흥미로웠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권위에 때때로 도전하기도 하고, 부모는 "아빠가(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라며 권위를 내세웁니다. 육아에서 시작한 권위 이야기는 노동자와 기업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위로까지 확장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현재의 불안정한 관계를 당연시하며 불합리한 것들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기도 합니다.


욕(빌어먹을 Fuck)을 무조건 금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어릴 때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대신 혐오 표현으로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짚어줍니다. 이와 관련해 젠더, 인종 문제로 더 파고들어갑니다.


아이는 철학이 생각하는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하는 기술이란 명료하고 신중하게 사색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논증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반대쪽 주장도 접하면서 생각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철학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거창한 건 필요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는 그저 아이가 보는 그림책만으로도, 아이들의 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이가 뭔가에 대해 불평한다면 그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때 그것만으로도 한 발짝 나아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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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1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궁금증을 일고 싶어서 찾아가는 여정이겠지요.
 
어떻게 살 빼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 - 요요 없이 30kg 뺀 약사가 알려주는 뇌코딩 다이어트 공략집
김예진 지음 / 라이온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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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다이어트 식단을 챙겨 먹고 살 빠진다는 문구에 눈이 돌아가고, 운동한답시고 이것저것 제품만 잔뜩 사면서 살고 싶진 않습니다. 유별난 방법을 쓰지 않고도 쉽게 살을 뺄 순 없는 걸까요? 젊을 땐 그저 체중계 숫자에만 집착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통통해지는 걸 나잇살로 치부하고 체력마저도 딸립니다. 이제는 이왕이면 건강하게 늘씬한 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30kg을 빼고 잘 유지하고 있는 김예진 약사의 체중 감량법은 다이어트로 저마다 고민하는 이들의 몸, 마음, 습관을 두루 건드립니다. <어떻게 살 빼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는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 매번 실패하는 다이어터들을 위한 책입니다.


요요 없는 체중 감량을 위해 살 빠지는 원리, 심리, 습관을 의약학, 심리학, 교육학, 뇌과학, 인지행동학 등을 바탕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삽질 없이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살 빼는 다이어트 공략법을 배워보세요.


살 빠지는 원리를 납득하면 내 몸을 아끼면서 살을 뺄 수 있다고 합니다. 칼로리 계산은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합니다. 체중 감량이란 체지방은 줄이고 근육은 유지하는 건데, 내가 먹은 영양소가 어떻게 내 몸에 저장하고 사용되는지 원리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체중 감량에 필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하면 살은 빠진다고 합니다. 살 빼기의 기본 원리는 바로 저장하기 모드와 꺼내 쓰기 모드입니다. 지방은 꺼내서 쓰고, 근육은 지키게끔 말이죠. 저장하기 모드에서 중요한 호르몬은 인슐린입니다. 자꾸 저장하려고 하니 살을 빼기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지요.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당류 섭취 과다, 잦은 식사, 많은 과당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안 먹어야 하는 건가요?


저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물을 저장하는 인슐린이 우리 몸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짚어주면서 결국 먹지 않는 시간 확보가 중요하다는 걸 일깨웁니다. 이쯤 되면 식욕이 왕성하거나 습관처럼 자꾸 입에 간식을 집어넣는 사람이라면 걱정이 들기 마련입니다. 김예진 약사는 가짜 배고픔, 음식 중독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식욕 조절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무작정 굶는 게 아니라 몸에 필요한 영양소와 에너지를 올바른 방식으로 충분히 먹는 게 다이어트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이론은 납득이 되지만 여전히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마음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김예진 약사는 수치심, 죄책감, 무기력, 슬픔, 두려움, 욕망, 분노, 질투와 같은 감정을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조언합니다.


결국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잖아요. 김예진 약사의 다이어트법은 뇌 코딩 다이어트로 부를 수 있는데 그만큼 몸과 마음, 생각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에 주목하기에 마음에 대해 비중 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면 이 파트만 다시 찬찬히 읽어봐도 좋겠어요. 불쾌한 감정을 잘 다루는 방법인 만큼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성적으로 납득했고 감성의 마음까지 다스렸다면 이제는 실천입니다.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일 수 있는 습관을 어떻게 해야 쉽게 장착할 수 있을까요? 이 책에서 살이 잘 빠지는 식단, 생활 방식, 운동법 등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날씬해지는 습관 전략을 알려줍니다.


"습관 모아 현실의 내가 된다." - 책 속에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닭가슴살 팩, 몇 주 치 다이어트 식단, 단백질 파우더 등을 열심히 장바구니에 담아 먹어보기도 했지만 솔직히 평생 그 짓을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저자는 일반 음식으로 체중 감량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저장하기 모드와 꺼내 쓰기 모드를 이용해서 말이죠.


하루 권장 영양소 양과 실제 식단과의 비교를 통해 얼마큼 먹어야 하는지 답을 알려주고 있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식으로 하루 세끼는 과하다는 거였어요. 단맛이 나는 건 무조건 먹는 양을 제한해야 하고요.


날씬한 사람은 어떤 이유에서든 저장하기 모드를 켜지 않을 정도만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저장하기 모드를 끌 수 있도록 식단을 짜는 법, 음식으로 채우기 힘든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는 법, 간헐적 단식으로 꺼내 쓰기 모드 켜는 법, 살 빠지는 운동법 등 꼭 알아야 할 정보가 가득합니다. 꾸준히 먹는 게 아니라 먹을 땐 잘 먹고, 안 먹을 때는 확실히 먹지 않아야 저장하기 모드와 꺼내 쓰기 모드가 올바르게 작동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제대로 알고 바른 방법으로 몸을 아끼며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어떻게 살 빼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 급작스러운 변화를 싫어하는 몸, 마음, 뇌의 저항감을 줄이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은 생각 외로 넘사벽은 아니더라고요.


건강하게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건 평생 해야 할 일이잖아요. 기 딸릴 만큼 힘든 다이어트 대신 힘을 빼고 일상생활만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다이어트야말로 좋은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습관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저칼로리식이 아니라는 것, 같은 강도로 365일 내내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무조건적인 채식이나 과한 운동보다 더 올바른 방법이 있다는 것 등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다이어트법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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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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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 로이 밀스는 뼈에 관해서라면 자신의 의학 분야 외에도 역사, 고고학, 예술, 문화 등으로 확장해 호기심을 펼쳐나가는 진정한 뼈 덕후입니다. 뼈에 관한 스토리텔링이 이토록 풍부할 거라곤 책을 펼치기 전까지 상상도 못했거든요. 과학과 인문이 융합된 멋진 책입니다.


가볍고 내구성도 좋은데 스스로 복구까지 하는 재료는 뭐가 있을까요. 금속, 플라스틱, 목재뿐만 아니라 신소재까지 생각해 봐도 이것만큼 탁월한 재료는 없습니다. 바로 뼈입니다. 뼈는 세계 최고의 구조적 버팀대이자 칼슘 저장 창고입니다. 그럼에도 살아있을 땐 언제나 숨겨져 있습니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의 숨겨진 뼈 파트에서는 뼈의 구조, 치유 능력, 최첨단 뼈 수술 등 의학적 정보를 소개합니다.


뼈가 강한 이유는 힘줄과 인대의 주요성분인 콜라겐의 인장 강도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질기고 신축성이 좋은 콜라겐 그물 위로 칼슘 결정이 쌓이며 단단해진 게 뼈입니다. 몸무게 60킬로그램인 사람의 뼈 무게는 9킬로그램 정도입니다. 큰 뼈도 있지만 참깨처럼 아주 작은 뼈도 있어 사실 우리 사람의 뼈 개수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고 합니다.


포유동물의 뼈는 특정한 크기까지 자란 후 멈추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성장호르몬이 큰 역할을 하지요. 딱딱한 뼈가 우리 몸의 지지 역할을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 뼈의 생성과 성장 비밀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신기하고 경이롭더라고요. 약골이니 강골이니 하는 말이 있듯 뼈의 가소성과 적응성의 메커니즘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 뒤통수 동글동글하게 만든다며 짱구베개에 눕히거나 옆으로 눕히고 그랬던 기억도 나네요.


뼈가 치유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됩니다. 부러진 뼈 사진을 보기만 해도 제가 다 아플 지경인데, 리모델링하는 뼈의 재건 과정은 언제나 신기합니다. 골절 치유에는 영향, 흡연, 당뇨병이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운하 공사와 전쟁으로 늘어난 골격계 부상 치료를 하면서 치료법이 발전해 온 여정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뼈와 관련한 각종 질병과 치료의 역사와 함께 최신 치료법까지 알려주는데다가 정형외과 의사가 되는 법까지 진로 측면까지 친절히 조언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치료 연구를 해온 선구자들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드러난 뼈 파트에서는 뼈의 역사적, 문화적 측면을 다룹니다. 뼈가 돌이 된 게 화석입니다. 살아있을 때 뼈를 단단하게 만드는 칼슘 결정인 수산화인회석 분자가 미네랄로 바뀌면 돌로 변하는 거라고 합니다. 이 화석 전쟁과 관련한 스토리텔링만 해도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유골과 함께 사슴이 새겨진 장식이 발견된 우리나라 흥수굴 사례도 등장하고, 오래된 매장 풍습과 화장에 관한 역사에서부터 뼈를 이용한 각종 물건들까지 온갖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본차이나 그릇의 유래를 알고는 어찌나 놀랐던지요. bone이 그 뼈를 일컫는지 이제 알았습니다. 뼈를 구운 후 남은 칼슘과 인의 화합물인 골회를 섞은 그릇입니다. 도축장에서 얻어온 하찮은 뼈로 대박을 터트린 셈입니다. 이 골분과 관련해서는 미국에 그토록 많았던 들소의 운명과도 엮여 있었습니다. 금광처럼 당시 들소 뼈 줍기 산업이 활발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골분은 여전히 도축산업의 부산물로 출시됩니다.


뼈를 상업화한 이야기를 하나씩 들을 때마다 애초에 참 엽기적인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뼈를 이용한 식량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인간이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지만, 사골 국물 먹을 때마다 뼈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아서 심정적으로는 끊어내고 싶어졌습니다.


인체의 버팀목으로서의 뼈,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기록자로서 뼈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펼쳐낸 <숨겨진 뼈, 드러난 뼈>. 뼈에 관한 전방위적 지식이 가득 담긴 과학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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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인분만 할게요
이서기 지음 / 책수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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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직장인들의 공감 책 <딱 1인분만 할게요>. 2030 공무원들의 자발적 퇴직 비율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그 안정적인 직업을 왜 뛰쳐나오냐며 MZ세대의 책임감 부재를 비난하기 일쑤인데요. 4년 차 공무원 이서기 저자는 왜 공무원이 되었고 왜 방황하고 있는지 MZ세대 공무원의 생생한 목소리를 한번 들어볼까요?​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일상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서기 작가. 전작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1, 2>에서는 대입, 취업, 직장생활, 돈, 결혼과 관련한 경험을 담았다면 <딱 1인분만 할게요>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8급에 이른 현재까지 조직에 머물며 겪은 파란만장한 일들을 쏟아부었습니다.​


"딱 1인분만 할게요.", "조용한 사직 중입니다만." vs "MZ세대는 도무지 참을성이 없어.", "먹고사는 문제가 장난 같아 보여요?"처럼 여러 상황에 처한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세대 간 갈등만 그려낸 게 아닙니다. 그 못지않게 세대 내 갈등도 만만찮습니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인간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온갖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대사 위주의 스토리텔링 덕분에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 상황에 직접 들어간 생생한 묘사가 일품입니다. MZ 자녀가 있는 기성세대인 저는 다양한 감정을 품으며 읽게 되더라고요.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이서기 작가에게 모친은 그 좋은 공무원을 왜 관둔다고 하냐며 1인분만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1인분 노릇을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1인분을 못하는 쩜오의 인생을 사는 것만 같거든요. 1인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 그에게 친구는 "약한 소리 좀 그만해. 어떻게든 버텨도 모자란 마당에 아직도 사춘기야?"라는 일침을 날리기도 합니다. 공무원 구조 뻔히 알고 들어갔으면서 월급 적다고 투덜댄다고 말이죠. 그 친구는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판입니다.


공무원 동기 중 누군가는 자신이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조용한 사직'을 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그제야 이서기 작가 역시 이미 조용한 사직을 해왔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는 스스로 직장생활 부적응자라고 인정합니다. 숫자에 취약하다 보니 엑셀 지옥이 너무나도 힘듭니다. 그런 그에게 노력을 하라고 하지만 MZ세대에게 지긋지긋한 단어가 바로 '노오력...'입니다. MZ라는 단어 자체에도 피로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방황하는 MZ 직장인에게 때로는 따스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조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마다 다 맞는 말 같습니다. 이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통해 저마다의 가치관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정년퇴직 후 부모 세대의 이야기도 다룬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발견해나가는 이서기의 성장 여정을 만나보세요.


"나를 편향된 시선으로 보는 건 세상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 내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은 약점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는 데 대한 핑계와 구실이 되어 줬던 거구나. 나를 바라보는 내 색안경을 스스로 벗었더니, 노력 없이 세상 탓만 하는 한심한 우물 안 개구리가 있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을 욕심내는 내가 있다." - p177


어딜 가도 쩜오. 남들이 1.5인분 해주면서 민폐 끼치는 삶은 살지 말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은 적성에 맞지 않는 1인분을 강요받았기에 시작되었습니다. 공허한 출퇴근의 반복 속에서 이서기 작가와 닮은 고민을 하며 오늘도 방황하는 MZ세대, 그들과 함께 일하는 기성세대가 이 책을 읽는다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누그러질 테지요.


이서기 작가의 다음 책이 벌써 기대됩니다. 공무원 환경에서 또 다른 주제의 책이 나올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을 선보일지 그 어떤 것이든 그의 앞날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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