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인분만 할게요
이서기 지음 / 책수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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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직장인들의 공감 책 <딱 1인분만 할게요>. 2030 공무원들의 자발적 퇴직 비율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그 안정적인 직업을 왜 뛰쳐나오냐며 MZ세대의 책임감 부재를 비난하기 일쑤인데요. 4년 차 공무원 이서기 저자는 왜 공무원이 되었고 왜 방황하고 있는지 MZ세대 공무원의 생생한 목소리를 한번 들어볼까요?​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일상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서기 작가. 전작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1, 2>에서는 대입, 취업, 직장생활, 돈, 결혼과 관련한 경험을 담았다면 <딱 1인분만 할게요>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8급에 이른 현재까지 조직에 머물며 겪은 파란만장한 일들을 쏟아부었습니다.​


"딱 1인분만 할게요.", "조용한 사직 중입니다만." vs "MZ세대는 도무지 참을성이 없어.", "먹고사는 문제가 장난 같아 보여요?"처럼 여러 상황에 처한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세대 간 갈등만 그려낸 게 아닙니다. 그 못지않게 세대 내 갈등도 만만찮습니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인간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온갖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대사 위주의 스토리텔링 덕분에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 상황에 직접 들어간 생생한 묘사가 일품입니다. MZ 자녀가 있는 기성세대인 저는 다양한 감정을 품으며 읽게 되더라고요.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이서기 작가에게 모친은 그 좋은 공무원을 왜 관둔다고 하냐며 1인분만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1인분 노릇을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1인분을 못하는 쩜오의 인생을 사는 것만 같거든요. 1인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 그에게 친구는 "약한 소리 좀 그만해. 어떻게든 버텨도 모자란 마당에 아직도 사춘기야?"라는 일침을 날리기도 합니다. 공무원 구조 뻔히 알고 들어갔으면서 월급 적다고 투덜댄다고 말이죠. 그 친구는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판입니다.


공무원 동기 중 누군가는 자신이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조용한 사직'을 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그제야 이서기 작가 역시 이미 조용한 사직을 해왔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는 스스로 직장생활 부적응자라고 인정합니다. 숫자에 취약하다 보니 엑셀 지옥이 너무나도 힘듭니다. 그런 그에게 노력을 하라고 하지만 MZ세대에게 지긋지긋한 단어가 바로 '노오력...'입니다. MZ라는 단어 자체에도 피로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방황하는 MZ 직장인에게 때로는 따스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조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마다 다 맞는 말 같습니다. 이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통해 저마다의 가치관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정년퇴직 후 부모 세대의 이야기도 다룬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발견해나가는 이서기의 성장 여정을 만나보세요.


"나를 편향된 시선으로 보는 건 세상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 내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은 약점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는 데 대한 핑계와 구실이 되어 줬던 거구나. 나를 바라보는 내 색안경을 스스로 벗었더니, 노력 없이 세상 탓만 하는 한심한 우물 안 개구리가 있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을 욕심내는 내가 있다." - p177


어딜 가도 쩜오. 남들이 1.5인분 해주면서 민폐 끼치는 삶은 살지 말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은 적성에 맞지 않는 1인분을 강요받았기에 시작되었습니다. 공허한 출퇴근의 반복 속에서 이서기 작가와 닮은 고민을 하며 오늘도 방황하는 MZ세대, 그들과 함께 일하는 기성세대가 이 책을 읽는다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누그러질 테지요.


이서기 작가의 다음 책이 벌써 기대됩니다. 공무원 환경에서 또 다른 주제의 책이 나올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을 선보일지 그 어떤 것이든 그의 앞날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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