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숲속 표본실
다나카 아유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생각의집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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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는 언제나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번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숲의 소리. 그 소중함을 언젠가부터 잊고 지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유럽에서 지내며 일상 속에서 숲과 친근하게 지낸 다나카 아유코 저자는 숲에 관한 동화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숲속 소리였다고 합니다. 숲속을 산책하던 중에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를 들으며 그때부터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숲은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그 충만한 기쁨을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에서 보여줍니다.


그림책과 동화의 경계선 어디쯤에 있는, 적당히 글밥 있고 예쁜 일러스트가 가득한 책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책이지만 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거예요.


도서관에서 숲 속 도감을 펼친 릴리는 책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잠깐 사이에 숲속으로 들어온 릴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판타지한 장면 전환에 두근두근합니다.


숲속에는 숨바꼭질을 하다 동생을 잃어버린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숲은 좀 이상합니다. 너무나도 고요합니다. 릴리가 알고 있는 숲의 소리를 내보지만 그 소리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흘러가버립니다. 누가 소리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소리가 사라집니다. 소리 흔적을 따라 릴리와 소녀가 찾아간 곳은 안개 자욱한 숲의 요정 포그 씨의 집입니다.





포그 씨네 집에는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이 있습니다. 그곳엔 온갖 숲의 소리가 모인 표본이 가득했습니다. 종달새 노랫소리, 산비둘기 소리, 할미새 노랫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떼까치의 노래, 이끼에 물이 스미는 소리, 가을밤 밤소리, 아침 이슬이 떨어지는 소리, 새끼 티티새의 소리,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 태양을 머금은 바람소리, 눈 녹은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이쯤 되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동안 숲에서 의미 없이 그냥 지나쳐버렸던 숲의 소리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을요.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과 함께 숲의 소리를 기억해내보세요. 기발한 소리를 기억해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숲의 소리를 말과 글로 표현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의성어는 정말 한정적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생생한 숲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저자의 센스가 멋지네요. 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우리 아이들의 재치 있는 표현력도 기대됩니다.


그런데 숲의 소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요? 세계 숲의 생생한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숲의 소리(Sounds of the Forest) 사이트에서 숲소리 파일을 들어보세요. 어떤 숲은 우렁찬 물소리를, 어떤 숲은 귀를 쫑긋 세워야 간신히 들을 수 있는 고요함을, 어떤 숲은 온갖 새가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그 숲에 들어가 있는 기분입니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숲을 가면 뭘 해야 할지 아시겠죠? 귀를 활짝 열어두는 거예요. 그곳의 숲소리도 녹음해 보세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리로 만나는 시간 <소곤소곤 숲속 표본실>입니다.


그나저나 안개 자욱한 적막한 고요 속에 살아온 포그 씨는 생동감 넘치는 숲의 소리를 탐내며 숲 소리를 수집했는데, 그 때문에 숲 전체가 적막해졌으니 이 일은 어쩌죠? 릴리의 선택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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