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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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 로이 밀스는 뼈에 관해서라면 자신의 의학 분야 외에도 역사, 고고학, 예술, 문화 등으로 확장해 호기심을 펼쳐나가는 진정한 뼈 덕후입니다. 뼈에 관한 스토리텔링이 이토록 풍부할 거라곤 책을 펼치기 전까지 상상도 못했거든요. 과학과 인문이 융합된 멋진 책입니다.


가볍고 내구성도 좋은데 스스로 복구까지 하는 재료는 뭐가 있을까요. 금속, 플라스틱, 목재뿐만 아니라 신소재까지 생각해 봐도 이것만큼 탁월한 재료는 없습니다. 바로 뼈입니다. 뼈는 세계 최고의 구조적 버팀대이자 칼슘 저장 창고입니다. 그럼에도 살아있을 땐 언제나 숨겨져 있습니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의 숨겨진 뼈 파트에서는 뼈의 구조, 치유 능력, 최첨단 뼈 수술 등 의학적 정보를 소개합니다.


뼈가 강한 이유는 힘줄과 인대의 주요성분인 콜라겐의 인장 강도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질기고 신축성이 좋은 콜라겐 그물 위로 칼슘 결정이 쌓이며 단단해진 게 뼈입니다. 몸무게 60킬로그램인 사람의 뼈 무게는 9킬로그램 정도입니다. 큰 뼈도 있지만 참깨처럼 아주 작은 뼈도 있어 사실 우리 사람의 뼈 개수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고 합니다.


포유동물의 뼈는 특정한 크기까지 자란 후 멈추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성장호르몬이 큰 역할을 하지요. 딱딱한 뼈가 우리 몸의 지지 역할을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 뼈의 생성과 성장 비밀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신기하고 경이롭더라고요. 약골이니 강골이니 하는 말이 있듯 뼈의 가소성과 적응성의 메커니즘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 뒤통수 동글동글하게 만든다며 짱구베개에 눕히거나 옆으로 눕히고 그랬던 기억도 나네요.


뼈가 치유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됩니다. 부러진 뼈 사진을 보기만 해도 제가 다 아플 지경인데, 리모델링하는 뼈의 재건 과정은 언제나 신기합니다. 골절 치유에는 영향, 흡연, 당뇨병이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운하 공사와 전쟁으로 늘어난 골격계 부상 치료를 하면서 치료법이 발전해 온 여정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뼈와 관련한 각종 질병과 치료의 역사와 함께 최신 치료법까지 알려주는데다가 정형외과 의사가 되는 법까지 진로 측면까지 친절히 조언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치료 연구를 해온 선구자들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드러난 뼈 파트에서는 뼈의 역사적, 문화적 측면을 다룹니다. 뼈가 돌이 된 게 화석입니다. 살아있을 때 뼈를 단단하게 만드는 칼슘 결정인 수산화인회석 분자가 미네랄로 바뀌면 돌로 변하는 거라고 합니다. 이 화석 전쟁과 관련한 스토리텔링만 해도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유골과 함께 사슴이 새겨진 장식이 발견된 우리나라 흥수굴 사례도 등장하고, 오래된 매장 풍습과 화장에 관한 역사에서부터 뼈를 이용한 각종 물건들까지 온갖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본차이나 그릇의 유래를 알고는 어찌나 놀랐던지요. bone이 그 뼈를 일컫는지 이제 알았습니다. 뼈를 구운 후 남은 칼슘과 인의 화합물인 골회를 섞은 그릇입니다. 도축장에서 얻어온 하찮은 뼈로 대박을 터트린 셈입니다. 이 골분과 관련해서는 미국에 그토록 많았던 들소의 운명과도 엮여 있었습니다. 금광처럼 당시 들소 뼈 줍기 산업이 활발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골분은 여전히 도축산업의 부산물로 출시됩니다.


뼈를 상업화한 이야기를 하나씩 들을 때마다 애초에 참 엽기적인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뼈를 이용한 식량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인간이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지만, 사골 국물 먹을 때마다 뼈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아서 심정적으로는 끊어내고 싶어졌습니다.


인체의 버팀목으로서의 뼈,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기록자로서 뼈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펼쳐낸 <숨겨진 뼈, 드러난 뼈>. 뼈에 관한 전방위적 지식이 가득 담긴 과학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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