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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권용철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수없이 쏟아지는 건강 정보들 중에선 상반된 논문들도 많아 의사조차도 혼란스러울 정도라는데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 통합적 측면이냐 정밀 분석적이냐 등에 따라 건강에 대한 여러 시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책은 환경에 맞게 적응하며 생존한다는 적응 의학, 진화 의학 관점에서 바라본 건강관리법입니다. 추운 지방에 사는 북유럽인은 차가운 공기에 폐를 보호하기 위해 코가 높고 길어졌고, 동남아시아처럼 더운 지방은 굳이 공기를 데울 필요가 없어 코가 넓고 길이가 짧아진 것처럼 결국 다르게 적응해온 인체에 동일한 치료 방법과 건강 관리법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거죠.
게다가 같은 질병에도 과거엔 문제없다가 현대엔 치명적인 것으로 바뀌기도 하듯 유전자 스위치가 켜진 사례도 있습니다. 설사를 하면 지사제 먹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는 식이 아니라 우리 몸이 왜 설사와 열이라는 방법으로 질병에 적응해 온 것인지 근원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증상만 제거하는 약을 복용하면 알람을 끄는 것과 같습니다. 경보는 울리는데 그냥 끄면 안 되잖아요. 독성물질로부터 회피하려는 몸의 생존 적응 방법으로 나타난 것이 아토피 증상인 것처럼요.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은 30퍼센트 떨어진다고 합니다. 암 환자 절반 이상이 저체온증이라는군요. 반대로 체온 1도가 올라가면 면역력은 5배 증가합니다. 해열제를 바로 쓰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체온 유전자는 바뀐 게 없는데 우리의 의복 생활로 체온 조절 장치에 문제가 생긴 거니, 아이가 열나면 단순히 옷 벗기는 것만으로도 미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열이 많이 나면 장기에 문제가 되는데, 특히 뇌는 열 발산할 곳이 없어 치명적이라 당연히 해열제를 먹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게 해열제 쓰는 문제였는데요, 목과 코 질병을 달고 사는 우리 아이의 경우 쉽게 열이 오르는 편입니다. 문제는 열이 당장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병원에서 미리 해열제가 포함된 약을 처방해준단 말이죠. 열이 훅 오르기 전과 가벼운 미열일 때의 미묘한 차이, 저는 여전히 알아채기 힘듭니다. 그래서 그냥 처방해주는 대로 먹이게 되고요.
어쨌든 로빈 박사가 말하는 체온 원리상으로는 0.1~0.3도 정도 체온 올리면 거의 모든 병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영향은 크군요. 운동을 통해 올리는 건 활성산소의 득과 실이 있으니 일시적으로 올리는 사우나와 반신욕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고, 따뜻한 음식 먹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체온은 금세 올라간다고 합니다.
운동과 다이어트 문제 빠질 수 없죠. 우리 몸은 너무 잘 먹어도 문제, 너무 움직여도 문제, 너무 안 해도 문제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운동이 그렇게도 건강에 좋다면 장수하는 사람은 운동선수들이야 한다고 ㅎㅎ. 운동과 장수는 별 관계없다고 합니다. 우리 유전자는 운동 유전자도 아니고 그저 앉아 있지 않는 유전자라고 해요. 그래서 과도한 활성산소 만드는 운동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햇볕 쬐면 비타민D 합성에도 도움 되니 자연스럽게 바깥 활동 늘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하는데... 황사와 미세먼지가 끊이지 않으니 이것도 현실적으로 참 짜증 나는 일이긴 합니다.
육식형 인간과 초식형 인간의 운동법, 식사 관리는 다르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음식은 없다는 것, 남들에게 좋다고 해서 자신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갑상선 기능이 유전적으로 취약한 경우 그 좋은 브로콜리도 문제 되는 것처럼요.
유전자 스위치 온-오프 이야기는 예전에 후생 유전학 관련 도서를 읽으며 알게 된 부분인데요. 우리 유전자 스위치는 환경, 음식에 따라 켜지기도 꺼지기도 한다는 의미입니다. 흥미로운 건 정서적인 부분도 유전자 스위치에 영향을 끼친다는 거였어요.
스트레스 한가득인 21세기 생존전략. 적당히 이기적이 되어야 하고, 좋은 사람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끊임없이 걱정하는 현대인의 생활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긍정적 유전자 스위치는 세로토닌 분비와 관련 있는데 95퍼센트가 장에서 만들어지기에 장내세균 문제와 또 연결되네요.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에서는 줄곧 장내세균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장내세균 불균형으로 면역력 문제가 생기는 거여서 입가에 물집 자주 잡히는 만성피로, 변비, 설사, 감기, 아토피, 알러지 등 대부분의 생활 질병 문제가 장내세균을 잘 다루면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장내세균 하면 우리는 유산균만 생각하는데, 다양한 장내세균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건 먹거리와 직접 관계있다네요. 신맛과 쓴맛을 좋아하는 균도 있다니 다양한 맛의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산균을 늘리더라도 유산균이 먹고 살 음식이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 유산균은 사라집니다. 장내세균들이 살 수 있는 먹이인 다양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되는 원리입니다.
장내세균 불균형은 식욕과도 관계있다니 그것도 흥미로웠어요. 세균에게 조종당하는 내 식욕이라니~! 식욕 조절 못하는 사람은 장내세균 불균형 문제로 접근하라고 합니다.
절대적인 건강관리법은 없다는 로빈 박사. 한 가지가 좋으면 한 가지는 손해 보기에, 결국 자신에게 가장 손해가 적으면서 이득이 많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합니다.
건강상식이라 알려진 것들의 원리를 파헤쳐 보면서 몸과 질병의 관계를 살펴보는 건강도서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많은 걸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