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도 괜찮아 - 불쾌한 터치와 막말에 분노하는 당신을 위한 따뜻한 직설
이은의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불쾌한 터치와 막말에 분노하는 당신을 위한 따뜻한 직설, 예민해도 괜찮아.

 

이은희 저자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 만 4년을 대기업 삼성과 싸워 이긴 최초의 여성이라고 하네요. 이후 로스쿨 진학 후 변호사가 되어 약자를 위해 일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예민해도 괜찮아>.​

남성 중심 사회에서 피해 입은 여성, 대기업 갑질에 고통받는 이들, 청춘 열정을 악용당한 젊은이들을 위한 따뜻한 직설은 우리 사회가 통으로 망각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최소한 조금이라도 갑인 상대에게서 받는 불이익이죠. 이은의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도 성적 문제라기보다는 권력관계의 문제로 봅니다. 원만한 조직생활을 위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일단 넘겨버리는 약자의 패턴부터 이야기합니다.

 

"내가 당하는 일이, 내가 목격하는 일이 성희롱인지 아닌지 판단이 어려운 순간마다 생각해보자. 그 행위를 거꾸로 내가 직속상관이나 회사대표에게 할 수 있는지 아닌지, 만약 하기 어렵다면 왜 그런지. 판단을 망설이게 하는 문제의 답이 거기 있다." - 책 속에서

 

결국 No 라고 대응하는 것은 예민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용기 있어서 하는 행동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서른여덟에 로스쿨 진학 결정을 내릴 만큼 맺힌 게 많았겠죠.

삼성과 싸울 때 스스로 선택한 싸움 때문에 불행해지면 안 된다고 늘 다짐했다고 해요. 인생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 사람은 자책에 빠지기 쉬운데, 그 일이 내 인생에서 사고가 아닌 사건이 되기를 바랐고 그러기 위해 했던 선택이 경험과 경력이 되기를 바랐다고요.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로스쿨에서나 변호사가 된 다음에도 이런저런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더군요.

점잖은 직업이든, 결혼했든 관계없이 성차별 발언, 성희롱 등이 일어나는 걸 보면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여성차별은 은폐된 차별이 많고, 가해자 대부분이 하는 변명처럼 피해자가 뭘 어찌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합니다. 옛날보다 살기 편해졌지 않냐는 말에 담긴 함정도 짚어주고요.

 

"애초에 추행은 상대의 성적 매력이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망상에서 태어나 힘의 불균형에서 꽃피는 것이다." - 책 속에서

 

된장녀, 김치녀처럼 속칭 무슨무슨녀 하는 말 자체가 여성 왜곡 시선을 드러내는 거라는군요.

아이들 보이그룹 좋아하는 여학생은 빠순이, 걸그룹 좋아하는 아저씨는 삼촌팬. 김여사는 있는데 김사장은 왜 없는지. 된장녀는 있는데 같은 집에서 똑같이 돈 쓰는 오빠나 남동생을 가리키는 된장남은? 여자가 남자를 돈으로만 본다는 김치녀는 있는데 여자를 외모나 돈으로 보는 남자는?

 

여성혐오를 단순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의 문제로 보지말고, 비겁하고 나약한 혐오자들이 낳아놓은 수많은 을(乙) 혐오 중 한 갈래로 직시해야 한다고 하네요.

 

 

 

노동부 매뉴얼에 맞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기업에서는 하긴 하지만 실상은 가해자 시선에 맞춰져 있는 교육이 많다고 합니다. 해선 안 되는 행동들 위주로 성적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죠.

 

이은의 변호사는 상생을 도모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 성 문제가 아니라 갑을 관계라는 계급 문제임을 설득하는 데 초점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직장은 노동력을 파는 곳이지 인격을 파는 곳이 아니라는 것. 그저 시끄러워지는 것을 예방하려는 방편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예민해도 괜찮아>에서는 피해자의 시선, 가해자의 변명을 통해 성차별, 성희롱 문제의 본질을 파헤쳐봅니다.

그리고 예방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대처.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를 극단적으로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 주변인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외 다양한 성차별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도 폭력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하고, 사회로 나가기 전부터 두려움과 불이익을 학습하게 만드는 학내 성희롱 문제에 관한 이야기도 풀어놓습니다. 한편, 동성의 여성 상사로부터 외모 비하 발언, 성적 수치심 일으킬 만한 상황이 생겼을 때 현재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받은 판례는 아직 없다는군요.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여성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필요한 경쟁자이자 현재의 횡적인 거리에서 계속 함께 나아가게 될 조직원임을 각인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 책 속에서

 

여성들이 가진 근원적인 공포, 스스로 마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태도, 항의한 사람을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구조 등 가부장 의식, 잘못 학습되어 굳어진 의식이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는 성적 문제를 넘어선 갑을 관계, 힘의 관계라는 것. 성희롱은 곧 힘희롱이라는 거죠. 자기다움을 포기하고 다수의 입장에 서는 것이 겸손은 아니고,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이 순응이 아니라는 말이 기억 남습니다. ​

 

이 책은 그런 의식 구조에서 변화를 끌어내야만 하는 을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남자든 여자든 성 구분없이 <예민해도 괜찮아>에서 말하는 힘희롱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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