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신기하고 매혹적인 구름의 세계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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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들에 맞서는 구름 덕후, 개빈 프레터피니의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저자는 2004년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 세계 5만 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하는 구름감상협회 사이트에는 회원들이 올린 멋진 구름 사진이 가득합니다. 구름관찰자의 사명을 담은 구름감상협회 선언문과 구름관찰자 졸업시험이라는 명목의 퀴즈도 실려 있어 즐거움이 넘실~


하얀 양 떼 같은 구름을 만나면 기운이 퐁퐁 샘솟는 듯하고, 노을에 물든 구름의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때면 가슴 벅찹니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파란 하늘도 물론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지만 조금은 밋밋하죠. 파란 도화지에 구름 한 점이 더해질 때 우리의 즐거운 상상이 비로소 시작됩니다.


구름은 높이와 겉모습에 따라 분류됩니다. 동식물 린네 분류법처럼 구름에도 속, 종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변종도 무척 많고요.


구름은 크게 상층운, 중층운, 하층운으로 나뉩니다. 고도 2km 이하에서 볼 수 있는 구름을 하층운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적운이 있습니다. 지금 구름 모양을 직접 그려보시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록볼록한 형태의 구름을 그릴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려왔던 바로 그 구름이 적운입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뭉게구름이죠. 뭉게구름은 꼭 쿠션감 있는 솜털처럼 만지면 폭신폭신할 것만 같습니다. 하얗고 통통한 뭉게구름은 보기만 해도 편안해집니다.


그런데 구름의 정체는 그냥 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개개의 물방울의 직경은 천분의 몇 밀리미터로 수없이 많은 물방울의 표면이 빛을 사방으로 산란하기 때문에 하얗고 넓게 흩어진 모양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햇빛이 내리쬐면 지표면이 데워지면서 상승기류가 형성되고 뭉게구름이 탄생합니다. 


새하얀 구름이 있는가 하면 보기만 해도 무서운 구름이 있습니다. 번개구름은 폭우, 폭풍, 눈보라, 번개, 강풍, 토네이도, 허리케인을 동반합니다. 대표적으로 적란운이 있습니다. 구름계의 다스베이더라고 부릅니다. 겉으로 보기엔 움직이지 않고 고요해 보이는 구름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소용돌이치며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합니다.


더 높이 올라가서 2km~7km 사이에서 형성되는 중층운 중에서 대표적인 구름은 고적운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들이나 찍을 법한 렌즈구름은 정말 신기합니다. 렌즈구름은 고적운의 한 종류로 나타나는 장소에 따라 UFO로 착각할 만큼 신비로운 형태를 가졌습니다.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돌아다니고, 종교화에서도 구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신화에서도 구름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구름 덕후 저자답게 구름과 관련한 온갖 스토리텔링이 쏟아져 나옵니다.


다양한 모습의 구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과정 정도는 구름관찰자라면 알아두면 좋다고 합니다. 구름이 열을 흡수하고 발산하는 방식 때문이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대류, 전도, 증발, 복사. 열이 이동하는 4가지 방식에 대해 하나씩 설명합니다. 이 개념들을 이해하면 편평하고 안정적인 구름, 휘저어 놓은 듯한 구름 등 변화무쌍한 구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구름관찰자가 아니더라도 구름에 이름 붙이기 놀이는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무언가와 닮은 꼴인 구름을 발견하면 즐겁습니다. 구름관찰자라면 구름의 형상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구름은 몽상가를 위한 것이다." - 책 속에서


구름계의 사생아 비행기구름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구름과 비행운의 차이는 비행운은 엔진 연소의 부산물인 배기가스 속 수증기로 생긴 인공 구름이라는 것밖에 없다고 합니다. 자연 구름의 추상화 형태와 달리 비행운은 모더니즘 예술의 직선과도 같죠. 비행운은 추운 날 입김이 생기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비행기 이야기가 나오니 과학자들의 인공강수 프로젝트도 소개해야겠지요. 구름에 씨를 뿌리는 기술은 가뭄 지역에 강수량을 늘리고, 우박을 쏟는 폭풍우의 피해를 줄이고, 공항에 낀 안개를 흩뜨리고, 허리케인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의 시초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가 영하로 과냉각된 구름 영역을 통과해 날다 보면 날개에 얼음이 달라붙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다가 오히려 반대의 문제로 옮겨간 겁니다. 과냉각된 물방울이 강수로 떨어질 만큼 큰 입자로 자라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구름 씨 뿌리기 연구는 이후 시러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미해군 무기연구센터로 넘어갑니다. 냉전 시대 비밀리에 기상 제어 경쟁도 있었던 겁니다. 전쟁터의 기상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은 막대한 이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구름에 화학물질을 살포했다는 폭로 기사가 터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지구 기온 상승으로 구름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세상에나, 지금의 기후 위기가 구름덕후를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니요. 기온 상승으로 증발해 사라지거나, 수분을 비로 쏟아버리고 빨리 사라지는 구름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름이 사라져버린다면 지구는 훨씬 더 뜨거워질 거라고 합니다.


멋진 모닝글로리를 보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달려갈 정도로 구름에 진심인 개빈 프레터피니의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취미와 전문가 사이 그 어느쯤에 있는 구름관찰자들의 지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줄 책입니다. 


대부분 흑백 사진이어서 아쉬울 수 있는데 다행히 이 책과 짝꿍인 책이 있습니다. 365장의 컬러풀한 사진으로 구름 사진 보며 멍때리기 좋은 <날마다 구름 한 점>으로 다채로운 구름 세계에 빠져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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