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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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기업이 만든 상품을 불매운동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시점에 너무 맛있어서 끊지 못해 죄책감을 가진 사람도 있을 테고, 친환경 제품을 구입한다고 노력하지만 정작 아주 먼 곳에서 출발해 탄소발자국이 더 커서 헛짓을 한 결과를 낳기도 하지요.


ESG, 기후 위기, 환경보호, 불평등, 공정 등 수많은 윤리적 딜레마가 일상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요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대표 사안을 다룬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은 당신을 갈등하게 하는 그것들을 다룰 때 필요한 도덕 철학과 윤리학을 현실의 삶에 적용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저자 마이클 슈어는 일상 속 도덕 딜레마들을 다룬 윤리 철학 드라마 <굿 플레이스> 제작자입니다. 애초에 그 드라마를 만들 때도 윤리 딜레마 상황에 처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만들며 윤리학과 도덕 철학을 탐구한 여정의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친구의 이상한 셔츠를 예쁘다고 해야 할까? 카트를 쓰고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할까? 불타는 건물에 뛰어들어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야 할까? 등등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지 질문을 던집니다. 수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결국은 '인간이 세상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대개 일부러 악을 행하려고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도덕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죠. 지금 당신의 고민이 새로울 건 없습니다. 사례만 좀 더 다양해졌을 뿐 수천 년간 철학자들을 괴롭힌 문제거든요.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얼굴을 후려쳐도 될까?라는 질문에 안 된다고 답할 겁니다. 근데 왜? 안 되는지 물으면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지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의 구분으로 설명한다 해도 무엇이 정말 '좋고', '나쁜'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 가능한가요. 여기에 대한 철학자들의 관점도 하나로 모이진 않습니다. 덕 윤리, 의무론, 공리주의 3대 윤리 이론이 등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는 인간적입니다. 실패할 수도 있지!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중용의 지점을 스스로 알 수 있게 노력해야 합니다.


칸트의 의무론은 엄격합니다. 완벽 그 자체여야 합니다. 절대반지처럼 '절대 준칙'을 찾고 그 준칙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타협과 변명 따위 없습니다. 무조건 올바른 규칙대로 행동하는 것이 도덕적 행동입니다.


벤담의 공리주의는 결과주의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행복의 총량에만 집중합니다. 현대 공리주의자 중 대표 인물이 피터 싱어입니다.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라는 사고 실험이 유명하지요. 그는 빌 게이츠가 기부를 했을 때 일단 박수는 쳐주고 후려깝니다. 왜 더 많은 기부를 하지 않느냐고 말이죠. 더 소박하게 살면서 더 기부하라고 말입니다.


현대 철학에서 가장 유명한 사고 실험 트롤리 딜레마가 있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를 운전하는 당신. 앞 선로에는 인부 다섯 명이 있고, 손잡이를 당기면 전차 방향을 다른 선로로 틀 수 있는데 그 선로에는 인부 한 명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섯 명이 죽게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손잡이를 당겨 한 사람을 죽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덕 윤리, 의무론, 공리주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을 파헤쳐 봅니다.


3대 윤리 이론이라고 해서 두루두루 통합되는 줄 알았더니 서로 간에 거리두기가 좀 심합니다. 읽다 보면 그래서 어쩌라고? 소리가 나올 법합니다. 저자 역시 '윤리적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매일 수천 가지 결정을 내리며 언제나 옳은 행동을 하려고 하면 돌아버릴 것 같다고 말이죠.


어떤 물건을 사고 사용해야 할지, 정치인은 누굴 지지해야 할지, 지구에서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살아야 할지. 언제나 더 나은 선택지가 있게 마련입니다. 환경에 가장 좋은 치약, 샤워할 때 물을 틀어놓아도 되는 이상적인 시간, 가장 윤리적인 자동차, 자동차보다 더 나은 이동 수단, 가장 책임감 있는 식료품 구매, 가장 노동 친화적인 기업...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원제는 How to Be Perfect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습니다. 칸트의 정언명령을 철저히 따른다면 가능할지 모릅니다. 저자는 어떤 식으로든 완벽을 목표로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하며 이 책의 제목을 반어법처럼 사용했습니다.


도덕에 신경 쓰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할 때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합니다. 완벽한 삶이니 도덕적 성인군자가 되어야 하는 것보다 그저 크든 작든 실패를 겪었을 때 그것을 스스로 돌아보고 다음번에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실패의 느낌을 떠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결국은 이 모든 고민들이 타인에게 무관심한 채 안주하지 말라는 걸 배우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삶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는 없는지, 그것이 왜 더 나은 선택인지 덕 윤리, 의무론, 공리주의, 계약주의 등 여러 이론을 바탕으로 살펴보는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입담 좋은 저자 덕분에 피식피식대며 읽은 철학책입니다. 마지막 장에 아이들에게 남기는 편지글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소중한 자녀에게 들려주는 도덕적인 삶의 기술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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