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 우리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김현성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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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는 김현성 저자가 대한민국 선거의 역사로 들려주는 결정적 순간들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에 반했어요. 한국사 시간에 골치 아팠던 현대사 파트를 선거 이야기로 배울 수 있어서 현대사 흐름이 한방에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1948년 국내 최초의 근대적 민주 선거를 시작으로 2020년 4월 총선까지 70여 년 동안 열아홉 번의 대통령 선거, 스물한 번의 국회의원 선거, 일곱 번의 전국 동시 지방 선거를 치른 대한민국.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는 선거를 치르며 발전해 온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지난 선거를 통해 한국 정치사의 결정적 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선거는 정치, 민주주의,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걸 이 책으로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독재정권 시절에도 선거를 통해 변화를 싹 틔웠고, 암울한 시대에도 선거를 통해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50여 차례의 선거를 다룬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는 선거 과정에서 생긴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선거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냅니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적 민주 선거는 1948년 5·10 총선거입니다. 첫 선거에는 비극의 역사도 담겨 있었습니다. 의원 200명을 선출하는 선거였지만 제주도 2명의 자리는 공석으로 남았습니다. 제주 4·3 사건 발생 때문입니다. 38선 이남에서만 실시된 선거의 역사 배경과 연결한 선거 이야기는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첫 선거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씨앗이 되었고,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시작된 최초의 지방선거도 실시하는 등 민주주의 역사상 의미 있는 선거로 출발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뽑은 의원들이 선출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정부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끝없이 펼쳐나갑니다. 우리 역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라 불리는 3·15 선거는 4·19 혁명과 이승만 정권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민주주의 선거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선거는 결국 중립적인 선거 관리 기구의 필요성으로 나아갔고, 제2공화국에서는 중앙선거위원회라는 독립적인 기구가 탄생합니다.


5·16 군사 정변과 박정희의 등장으로 시작된 군정. 지역 갈등 및 색깔론 네거티브 선거 전략 등장 등 민주주의 발전보다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신 체제 및 이승만 정권을 능가하는 부정선거 등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높았지만, 전두환의 두 번째 군부 쿠데타로 또다시 막힙니다. 하지만 폭압정치 하에서도 선거는 변화의 계기가 된다는 걸 보여주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땐 전후 사정을 몰랐던 사건들도 이 책을 읽으며 곱씹어 보게 됩니다. 지금은 대국민 사기극이라 칭하는 평화의 댐 사건은 저도 기억나는데 당시 집집마다, 하물며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학생들의 코 묻은 돈까지 끌어모았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연예인 출신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제14대 총선, 민주화 동지에서 숙명의 라이벌이 된 김영삼과 김대중의 대결, 헌정 사상 첫 야당 후보가 승리한 대선, 첫 대통령 탄핵 사태,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 등 격동의 정치사가 이어집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대하소설도 이만큼 파란만장하게 이어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부정선거 열전, 대한민국 선거 기네스북, 선거 자금에 관한 Q&A, 투표지와 투표함 변천사 등 현직 선관위 공무원이 들려주는 쓸모 있는 선거 상식도 재미를 더합니다. 사사오입 헌법 개정, 진보당 사건, 동백림 사건 등 개별적으로 들어본 사건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일어나게 되었는지 배경을 알게 되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각 선거가 지닌 특징과 주요 사건을 쉽고 재미있게 서술한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 동시 지방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역사적 의미가 담길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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