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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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유령의 마음으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았던 책.

부러 피했던 마음들과 직면하는 이야기.

일상 속에 갑작스레 침투하는 판타지가 멋스럽다. 



나는 유령의 우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도달하지 못한 감정들이 전부 그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유령의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손에 닿지는 않았지만 분명 따뜻했고, 너무나 따뜻해서, 나는 울 수 있었다. 대체 어떤 유령이 눈물까지 흘리는 거야. 내가 말했다. 나는 유령이 아니니까. 유령은 우는 와중에도 그렇게 말했다. 잠시 뒤에 유령이 나를 끌어안았는데,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전한 이해였다. 여기까지인 것 같아. 안긴 채로 내가 말했을 때 유령은 그래, 라고 대답해주었다. 

-<유령의 마음으로> 28p



왜 버티는 건데? 이제 공연도 다 끝났잖아.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사실은 청소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묻고 싶었다. 어차피 사라질 텐데 왜 그렇게까지 열심인 건지. 그렇게 버티어서 얻을 수 있는 게 대체 무엇인지. 청소기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다가, 자신의 손으로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수가 되려고 지금까지 노력했는데, 버튼을 누르면 그게 다 무효가 될 거 아니야.

그러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 끝까지 버티면서 지켜 내고 싶은 것이 있는 마음은.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251p



나는 이랑에게 바깥에 나왔으니 하고 싶었던 것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랑은 고개를 저었다.

..........

이랑의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랑은 죽고 나서도 무대에 서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힘들게 한 사람들에게는 주먹도 날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랑이 그런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그런 마음을 잃는 것이 때로는 죽는 것보다 나쁘다는 사실은 내가 잘 알았다.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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