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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라고 믿고 싶기에 가끔 인터넷에서 하는 경품응모에 참가하곤 한다.
아직 큰 건 당첨돼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영화예매권이나 커피무료쿠폰, 베이커리교환권 등 사소하지만 받으면 기분 좋은 것들에 나는 잘 얻어걸리는(?) 편이다. 어디에 응모했다고 기록해둘 필요도 없는 게 당첨이 되면 문자나 메일이 오기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진 않다.
그젠 황당하고 웃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들었더니, 상대방은
"어, 저기... 인터넷 뭐...하셨나봐요?"
누가 들어도 씩씩한 아줌마 목소리.
"네? 어디신데요?"
"***씨 전화 맞죠?"
"네..."
"야쿠르트가 세 개 당첨이 됐다고 해서 내가 가야 되는디.."
"........? 어디신데요?"
"나는 사당문화회관 앞에 있는 야쿠르트 아줌만디.."
결국 나는 어제 오후 세 시, 방문한 아줌마로부터 봉다리에 든 요쿠트르 세 개를 받았다. 허허허.
요새야 그렇게 간단한 거라면 기프티콘으로나 받아봤지,
직접 통화하고 게다가 배달까지 받아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줌마도 뭐가 뭔지, 꽤 황당해하시며 너털웃음을 웃으셨고.
그런데 생각할수록 재밌는 거다.
모든 게 클릭 한 방이면 해결되는 세상에,
굳이 얼굴을 맞대지 않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최첨단 시대에,
봉다리에 든 요쿠르트 세 개를 사람의 온기와 함께 받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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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손에 잡은 이상 멈출 수 없는 책을 만났다.
전부터 읽어보고 싶긴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연이 닿질 않다가
어제 도서관에 꽂힌 걸 냉큼 집어왔다.
오호, 정말 물건이다.
수많은 사람과 사건이 연결돼 있는데 어쩜 그리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지, 그리고 그 안에 품은 상징성까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어떤 이에게 가족은 힘이자 원동력이고,
어떤 이에게 가족은 숨막히는 올가미이자 도망 치고 싶은 감옥이다.
어쩜 '나와 잘 맞는 타인과 가족인 척 살아가는 일'이 더 간단하고 편한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이 일어난 배경에 버티고 있는 이유들...
그 중심엔 '가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