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가성비, 포퓰리즘


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최악의 미세먼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덮쳤다. 그 기간에 서울시가 3일간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을 부담하면서 자율적 승용차 2부제를 시행했다. 하루에 약 50억 가량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정책인데, 비용 대비 성과에 대해 말이 많다. 특히 아무런 대책이나 입장이 없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그나마 대책을 실행 중인 서울시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까지 나서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고 하는데, 좀 어이가 없다.


오늘 바쁜 와중에도 미세먼지와 관련한 일련의 글들을 좀 읽었다. 나도 작년 봄에 지역 언론에 미세먼지에 대한 글을 청탁 받고 공부를 좀 했는데, 여러모로 답답한 측면이 많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은 거의 없고, 뭔가 하려고 해도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를 일부(조건부) 정지시키는 정책을 펼치긴 했지만, 작년 연말에 나온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큰 용량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작년에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지만, 많이 부족한데, 사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서울시와 경기도와 인천시가 공동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했지만, 경기도와 인천시가 대책 마련에 대한 의지 없이 나왔고, 오히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정책에 대해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한 점을 지적하며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얘길 쓰려면 사실 끝도 없는데, 중요한 건 현재 서울시의 대책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오늘 읽은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글에서는 약 1만 2천명 가량 사망한 1952년 최악의 런던 스모그 사태를 예로 들었던데, 우리라고 다를 거라는 보장이 없다.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역시 이정모 관장의 글에서 지적했듯이 미세먼지나 황사 얘기가 나오면 언제나 중국 탓만 하는 것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년 겨울 어딘가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갔는데, 그때도 몇몇 사람들이 중국 탓만 하는 걸 목격했다. 분명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데도 그랬다. 중국과 관계없이 우리가 만들어내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근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나마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울시를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비판하거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 하는 것은 정말 문제다. 그들은 지금껏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 뭘 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할 일이다.


강추위


이번주에 추워진다고 얘길 듣긴 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어제 아침 작은 아이와 대화하면서 방과후교실에 데려다 주느라 한 10분 가량 헤드폰을 쓰지 않고 걸었는데, 정말 귀가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다. 나중에는 귀와 얼굴 전체가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해마다 겨울이면 서울 추위가 정말 무섭고 싫었는데, 어제와 오늘은 새삼 놀랄 정도로 추웠다.


도시가스 요금이 무서워 겨울에도 애들이 오는 날이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보일러를 켜지 않고, 두꺼운 옷을 껴입고, 이불 속에 쏙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지낸다. 가끔 화장실을 가려고 이불 밖으로 나오면 마치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방 바닥이 차가워 깜짝 놀란다. 그러면 잠시라도 방을 데우고 싶은데, 참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해결한다. 이번 겨울은 무조건 체온으로 견디는 것이 목표다. 뜨끈한 바닥에서 자는 건 애들 오는 날로 만족해야 한다.


어제는 일 때문에 여기 저기 많이 돌아다녀야 했는데, 버스 기다리는 시간과 신호 대기하는 시간 등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 시간을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나마 헤드폰을 쓰고 다니면 귀가 따뜻해서 견딜만한데,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얼굴이 얼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세먼지도 이 강추위도 사실은 모두 에너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보다 조금 먼저 미국은 영하 40도 가량의 한파가 닥쳤었다. 비슷한 시기 남반부의 호주는 50도 가량의 폭염으로 인해 큰 일을 겪었다.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 에너지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이런 기후 현상을 그저 지나쳐 버리면 해마다 조금씩 더 상황은 나빠질 것이고,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요즘 학교나 마을공동체 강의에서 늘 하는 말이다. 대부분 그 자리에서는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데, 실제 일상에서 얼마나 실천으로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절망


새해부터 계속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작년부터 속을 썩였던 햇빛발전소는 올해 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고, 신규로 추진할 햇빛발전소 두 건이 겹치면서 업무양이 엄청나게 늘었다. 게다가 대여섯개가 넘는 연대활동에서는 자꾸 일이 생겨서 안그래도 바빠서 정신 없는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오늘 낮에는 일이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다 싶어서 다 때려치우고 확 어디 섬에 들어가서 평생 안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나 보고 어쩌라는 건지. 뭐 하나 실마리라도 생겨야 그거라도 붙들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텐데, 이건 끝도 없이 한계까지 몰아치는 상황이라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필 이 기간에 애들 엄마는 출장을 가서 삼일 동안 집을 비운다. 오래 전에 예고했던 터라, 뭐라 불평할 수는 없다. 나는 야근도 못하고 꼼짝없이 저녁마다 애들과 지내야 한다. 평소라면 애들을 더 자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여겼겠지만, 지금은 스트레스 때문에 전혀 그런 기분을 낼 수 없다. 일이 조금만 더 잘 풀렸으면, 추위가 조금만 더 누그러들었으면, 내 업무 능력이 좀 더 좋아져 밀린 일들을 확 처리해버릴 수 있으면, 그래서 절망스러운 이 기분이 조금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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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1-2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번에 비양도 다녀오셨지요?
저 내일 제주도 가요..
아마도 협재해변에서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을거예요..